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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코더 Nov 15. 2023

빨간펜 선생님, 에디터

걱정에세이 출간기록

글쓰기 동아줄


한 권의 책을 완성하는 과정은 행복하다. 특히 이번에 계약한 책은 인문 에세이이다. 새로운 장르의 시도라는 점에서 나로서 더욱더 특별하다. 글을 쓰는 게 참 좋다. 특히 책을 내는 글쓰기는 더욱더 좋다. 그런 글을 쓰고 있자면 평범한 인생에 파도를 만나 서핑을 하는 기분이다. 독일 소설가 이자 평론가 토마스만은 이렇게 말했다. "작가는 다른 사람들보다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이다." 그렇다 글쓰기는 어렵고 마주하기에 무서운 대상이다. 하지만 용기를 가지고 쓰기를 시작하면 글쓰기는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그 돕는 이 중에 가장 굵은 동아줄은 에디터이다.



빨간펜 선생님

다양한 출판사 업무 중 하나는 저자를 발굴하고 원고를 다듬는 일이다. 저자가 작성한 글을 파헤쳐 교정, 교열 뿐만 아니라 어색한 문장은 리라이팅까지 한다. 사실 작가는 '완전 원고', 더 이상 고칠 필요가 없는, 즉시 출판 작업에 돌입할 수 있을 만큼 완성도가 높은 원고를 출판사에게 전달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하지만 예전에 들은 에디터의 이야기로는 10년 동안 수많은 원고를 보면서 완전 원고를 본적은 딱 한번뿐이 없다고 한다. 심지어 책을 많이 출간한 이름 있는 전업작가분들도 맞춤법부터 틀린 원고를 보내온다고 한다.


나 역시 다를 리가.. (ㅠㅠ) 글쓰기를 배워본 적도 없는 순수 개발자에 직장인 작가인 내가 완전 원고를 쓴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매번 책을 쓸 때마다 빨간펜 선생님께서 친히 원고를 보완해 주신다. 이번에 5번째 책도 역시 빨간펜이 가득하다.  요즘은 대부분의 출판사에서는 구글 문서에 제안하기 기능을 통해 원고에 대한 피드백을 진행한다. 수정된 부분은 빨간펜으로 취소선이 그어지고 제안 문장을 확인한다. 그리고 작가는 '제안수용' 혹은 '취소'를 눌러서 반영하거나 반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매번 셀 수도 없는 빨간펜이 그어진 원고를 받으면 사실 마음이 죄송스러워진다. 그리고 수정제안된 사항을 보면 문장을 매끄럽고 부드럽게 변신해 있다. 가끔은 이렇게 수고한 에디터님을 공동저자로 올려야 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앵무새 죽이기』를 쓴 미국작가. 하퍼 리(Nelle Harper Lee) 이런 말을 했다. "글쓰기 재능을 연마하기 전에 뻔뻔함을 기르라고 말하고 싶다." 완전 원고를 쓰지 못한다면 에디터라는 동아줄을 잘 잡고 천천히 서핑 자세를 고쳐가며 즐기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도 나는 빨간펜 선생님의 코치를 받아 열심히 원고를 수정해야겠다.

완전 원고를 쓰는 그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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