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코더 Dec 20. 2023

경복궁 낙서 모방범의 삐뚤어진 예술, 당신이 미스치프?

정신병자의 예술 따라 하기

흉측한 낙서

흉측한 예술 모방범 *출처: 뉴시스


아름다운 경복궁 담벼락에 빨간 스프레이로 도통 이해하기 어려운 영어와 한글들이 적힌 이상한 낙서가 발견되었다. 그렇다. 불법스트리밍을 홍보하는 낙서가 지워지기도 전에 또 하나의 낙서가 발견된 것이다. 이번 낙서의 주인공은 범행동기를 예술 행위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담벼락 낙서를 자신의 전시회라고 주장하며 '입장료는 공짜'라며 괴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행동이 미국 아티스트 그룹 '미스치프'처럼 짓궂은 장난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미스치프는..


MSCHF *출처:대림미술관

 미스치프 그룹은 뉴욕의 젊은 작가, 디자이너, 변호사를 포함한 4명은 자본주의 미술 시장과 명품 시장의 속성을 잘 알고 있는 젊은 엘리트 지식인들이다. 자본주의 소비문화가 갖고 있는 속물성 가식성을 풍자적으로 까발리는 예술을 보여준 그룹이다. 풍자가 녹아 있는 그들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예술로 인간의 허영심을 꼬집어준다.


루이뷔통? *출처:세계일보


루이비통을 본뜬 소금 한 알 크기의 핸드백을 8400만 원에 팔아 버린 그들의 행동을 보면 물건을 넣어두고 다니기 위해 생겨난 가방이 점점 고급스러움을 자랑하기 위해 점점 작아지고 있는 아이러니를 꼬집었다. 그래서 그들은 작아지다 못해 소금 한 알 크기로 줄어든 핸드백이 또 다른 허영심을 가진 부자들에게 팔려나간 더 큰 허영심들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예술은 이렇게 세상을 뒤집어 버릴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리고 우린 그들이 세상에 날리는 어퍼컷 한방으로 통쾌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당신은 바스키야를 따라한 거 같다.


장바스키아의 낙서


그런데 내가 본 그의 낙서는 미스치프가 아닌 '장 바스키야'를 흉내 낸 거 같다. 위에 작품은 그의 초창기 그라피티 작품이다. SAMOⓒ는 Same Old Shit의 약자이다. ⓒ는 저작권 표시를 붙인 것이다. 바스키아가 소속된 낙서그룹은 이 SAMO를 활용한 스프레이 낙서를 뉴욕 길거리 곳곳에 남겼다. 당시 뉴욕은 낙서와의 전쟁이 선포될 정도로 이런 낙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


그렇다면 경복궁 낙서 모방법과 바스키야는 뭐가 다른 것일까? 당시 사회상을 보면 미국의 주류는 백인 들었다. 그리고 흑인과 같은 유색인종과 이민자들은 부당한 대우와 소외를 받으며 살아갔다. 이러한 불합리한 차별에 대한 저항으로 낙서를 통해 그들의 삶을 확인하고 존재랄 밖으로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다. SAMO 기존의 관습, 정치 등의 오랜 것들로부터 벗어나자는 바스키아의 메시지이자 욕망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바스키야는 그의 작품들을 통해 고상한 미술과 거리낙서의 간격처럼 인식의 차이를 무너트리려고 했던 것이다. 바스키아만의 자유분방한 낙서를 보고 있으면 흑인으로 막힌 세상을 향해 외치는 그의 절실한 마음이 느껴진다.



바스키야와 낙서범의 차이

흉측한 낙서 *출처:중앙일보

그런데 경복궁 낙서 모방범의 흉측한 낙서를 보고 있자면 한숨만 나온다. 아마도 자신을 위대한 길거리의 화가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와 바스키야가 다른 이유를 몇 가지 다뤄보겠다.


첫 번째 이유는 예술을 행하는 장소이다. 모방범의 낙서는 우리가 사랑하는 공간인 경복궁 담벼락이다. 그런데 바스키아는 뉴욕시민들로 하여금 분노를 자아낼만한 최소한 문화재에 낙서를 하지 않았다. 요즘 표현으로 어그로를 끌지는 않았다. 최근에 뉴욕에 갔을 때도 수많은 낙서를 보았다. 하지만 그 낙서는 모두가 아끼고 사랑하는 공간이 아닌 낙서가 허용될만한 뒷골목이나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 그려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적당한 장소에 낙서를 환영한다는 뜻이 아니다.)


두 번째는 낙서의 품질이다. 빨간 락커로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정신병자 같은 단어들만 가득하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조휴일'은 무슨 뜻일까 생각하기도 싫지만 그래도 추리해 보자면 낙서범 자신의 이름인 거 같다. (가수 이름 이라고 하네요)그리고 나머지 단어들도 살펴보면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읽어보기도 싫은 글자체와 단어 선택이 정말 구리다. 자신을 예술가라고 자칭하는지 이해 할 수 없는 끔찍한 실력을 자랑한다.


낙서범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고 싶다.

"만약 당신이 예술가를 지망한다면 다른 직업을 찾아보자
그래야 당신과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을 거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디지털 보안, 신경 끄기의 "OTAC" 기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