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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기 저기 Jul 23. 2024

기분 좋은 반전 여행 2 - 남해

2024년 여름 남도 종단 여행기 5

때깔로무역

핫플 파인더 B는 이미 계획이 다 있었다. 남해섬의 그곳들을 다 캐치하고 순서대로 착착 핫플깨기를 한다. 역시 B!. 어제 우리를 놀라게 했던 더풀과 돌창고에 이어 계속되는 남해의 반전이 놀랍기만 하다. 호텔 앞 개울을 건너면 '때깔로무역'이라는 타코 식당이 있다. 이름부터 심상챦고 영업도 낮에만 하고 이거 뭐 여러 가지로 예사롭지 않다.


비 오는 날, 정오도 전 이른 시간에 브런치를 먹으러 갔는데 주차장은 이미 반 이상 차있다. 이곳 분위기가 갑자기 어느 딴 나라에 온 것 같다. 첫인상은 동남아 스럽기도 하고 조금 둘러보니 유럽스럽기도 하고, 그러다가 카페는 미국스럽고 멀티 하이브리드 이국적 공간이다.


이곳은 3개의 건물이 있는데, 타코식당, 카페 그리고 젤라토 가게다. 따로 또 같이 상생 중이다. 이들은 이곳을 '하버 스퀘어'라 부르는 것 같다. 때깔로무역은 분위기 좋고 타코의 맛도 괜찮다. 저녁에 와서 와인 한잔하고 싶지만, 저녁 영업은 안 한다는 슬픈 현실이다. 돌벽이 멋지다. 여행객들이 오는 식당이라 그런지 후다닥 해치우고 자리를 뜬다. 회전율이 최고다. 휴일에 오면 웨이팅 좀 해야 할 것 같다.


이로숲 irosoop

하버 스퀘어 내 카페다. 이곳은 미국스러운 곳이다. 흰 벽에 나무바닥, 그리고 채도 높은 스틸의자들이 포인트다. 60년대 모던스타일이다. 2차 대전의 승전국 미국이 전쟁으로 모은 역량을 경제와 소비로 돌려 풍요의 시간을 만들던 그 시절의 미국스타일이다. 색상은 화려하고 재료는 견고하다.


타코를 가볍게 먹은 지라 우리는 여기서 프렌치토스트를 주문한다. 포만감이여 우리에게 오라. 그런데 단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금과 함께 주는 프렌치토스트가 예술이다. 게눈 감추듯 먹고 하나 더 주문한다. 그만큼 맛있다. 정성스럽게 육면을 캐러멜 코팅되게 구워 나온다. '겉바속촉'의 끝판왕이다. 분위기에 이어 음식의 퀄리티까지 반전의 연속이다. 도시촌놈들 눈은 계속 휘둥그레진다.


비 오고 바람 불어 젤라토까지는 도전하지 못했다.

사촌해수욕장

어제 숙소 복귀길에 들른 해수욕장이 너무 고즈넉하고 좋아 오늘은 만사 제쳐놓고 웬만한 폭우 아니면 이곳에서 비벼보리라 작정한다. 식사 후 도착한 바다의 하늘은 여전히 잿빛이다. 물이 빠져나간 모래사장에서 조개껍질 줍고 쓰레기도 줍고 하며 시간을 보낸다. 해변엔 우리 밖에 없다. 빨간 티 입은 구명요원 아저씨가 슬그머니 오시더니 우리더러 조심하란다. 저쪽에서 신경 쓰고 계셨구먼.

오전과 오후, 석양의 드라마틱한 차이. 땡스 갓

그리 시간을 잠시 보내는 동안 구름 사이 틈새로 파란 하늘이 조금 보인다. 희망의 빛줄기가 보인다. 아침부터 G가 맑은 날씨를 위해 열심히 기도했단다. 회색 하늘이 찢어져 갈라지듯 갑자기 파란 하늘이 드러난다. 눈부신 태양빛이 내려쬐니 땅의 기온은 갑자기 솟구친다. 어려서부터 물놀이라면 사족을 못쓰던 B는 오천 원짜리 수영반바지를 사 입고. 바닷가에 들어간다. 비치파라솔도 빌리고, 치킨도 시켜 먹고 낮시간 내내 해수욕과 비치를 즐긴다. 이게 웬 반전의 횡재인가. 땡스 갓. 여행의 말미에 여름휴가 기분을 한껏 낸다.

갑자기 해수욕 분우기

온종일 작은 해변에 머물다 보니 해수욕장 관리 현지분들과도 말을 트고 친해졌다. 오늘 일몰 시 노을 여부를 물으니 있을 것 같다고 한다. 그렇다면 근처에서 저녁식사하고 다시 이곳에 와서 노을을 보리라.


복만식당

주민들에게 추천받아 근처 언덕 위 뷰포인트로 유명한 식당으로 간다. 식당과 편의점이 나란히 있는데 이 편의점이 유명한 뷰맛집이란다. 밥도둑이신 갈치조림과 식사를 한다. 새로 생긴 식당 같은 느낌인데 맛은 나쁘지 않은 정도다. 기억날 만큼은 아니다. 신선한 갈치를 먹었으면 그것으로 만족이지. 남해는 먹거리보다는 경치와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깎아지른 절벽과 만나는 바다의 장관은 산토리니를 연상케 한다. 오버인가? 아닌데. 느낌이 그렇다는 거니까.


카페 파니

식사를 마치고 다시 사촌해수욕장으로 돌아왔다. 이곳에는 이런 깜찍한 카페가 있다. 영업은 일몰 시까지 한다고 쓰여있다. 엄청 낭만적으로 보이네. 자연과 함께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도시에 이렇게 써 놓은 카페가 있다면 뭐지 싶겠지만, 이곳에서는 너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주인장이 고양이를 좋아하는지 카페 문 앞에 고양이들이 많다. 기르시는지 물었더니 그냥 밥만 주신단다. 길냥이 대디네. 꾸밈 센스도 커피 맛도 좋다. 도시를 떠나 고즈넉한 해변의 삶을 선택한 이런 젊은이들을 보면 그대들이 위너라는 생각이 든다.

카퍼와 게스트하우스를 함께 운영하는 곳

커피와 함께 잠시 해가 꺾이길 기다렸다가 사촌해수욕장 동네 한 바퀴 산책을 나선다. 노을 조명이 비치는 마을과 바다는 어딜 찍어도 그림엽서다. 노을빛 윤슬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전망뷰에서 안 보고, 바닷가로 내려오길 잘했다. 가까이 보아야 더 아름답다고 하지 않는가. 태양이 저 수평선 뒤로 사라지고 그 잔빛이 하늘에 어려 구름과 어울려 수많은 그림을 그린다. 아름답다. 사진도 내 기억도 이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노을을 뒤로하고 땅거미와 함께 숙소로 복귀한다. 맑아진 날씨 덕분에 바다 건너 여수시의 야경이 눈앞에 있는 듯이 가깝다. 이렇게 지척인데 해안선 따라 육로로 한 시간 반을 오다니… 또 이리도 가까운데 쓰는 말투가 다르다니… 참 인간 사는 모양 재미있다.

노을지는 바다 건너가 여수시다

진주시

이제 해가 밝으니 체크아웃하고 집으로 가야 한다. B가 서울로 가야 해서 가까운 도시 진주로 가서 고속버스를 탈 참이다. 부지런히 진주로 가서 우리의 최애 비빔밥 천황식당의 육회비빔밥과 석쇠불고기를 먹고 감탄 한번 크게 한다. 언제나 최고의 식사다.

B는 진주 이동 계획과 함께 이미 천황식당 근처 블루리본 카페를 물색해 놓았다. 헛 4개씩이나. 진주 커피 맛집인가 보다. B는 생각보다 작은 규모의 허름한 고속터미널을 보고 놀란다. 도시 촌놈이 그렇지. B를 쿨하게 낯선 도시에 내려주고 우리는 집으로 출발한다.


오랜만에 찾은 남도는 역시나 인상적이고 감동적이다. 임실과 남원의 맛과 여유, 여수의 압도적인 음식, 남해의 반전 매력… 모두 오래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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