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점점 더 모호해질 것이다.
나는 피그마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사용자 제품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지 않다 보니 가끔 피그잼을 만지작거리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피그마 제품은 워낙 유명하고, 나 같은 비디자이너가 써도 "이건 잘 만들었다"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자연스레 그들이 개최하는 콘퍼런스인 Config 2024에 관심이 갔다.
핵심 발표는 UI3, Slides 그리고 AI 기능 이렇게 3가지였다. UI3는 피그마 UI가 지금의 트렌드에 맞춰 리뉴얼된다는 것이었고, Slides는 제대로 디자인된 파워포인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피그잼이나 Slides도 그렇고, 피그마는 앞으로 시각화 도구를 총망라하는 제품으로 거듭날 것 같다.
가장 눈에 띈 것은 AI 기능이었다. 단순히 GPT 기반 챗봇을 추가한 것이 아닌, 피그마 제품 전반에 AI를 녹여 넣은 모습이었다. 명령어 한 줄이면 UI 스케치가 뚝딱 만들어지고, 프로토타입까지 제공해 준다. 각 레이어 이름도 일일이 작성할 필요 없이 알아서 설정해 준다.
과거에는 문제가 명확했다. 내가 제품을 만들고 싶은데 UI 스케치를 그릴줄 모르니 디자이너를 구했다. 디자이너가 풀어야 할 문제는 UI 스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만드는 것 자체의 난이도가 높았으므로, 만들어내기만 해도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만들어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게 되었다. 대신 어떤 의미와 철학을 담고 있느냐의 문제로 넘어가고 있다.
디자이너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들이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질 것이다. 사실 이건 비디자이너인 나에게도 해당하는 일이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광고 수익을 최적화하는 작업에 많은 시간을 썼다.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가 눈앞에 보였고, 그것을 개선하면 수익이 올라가 회사 성장에 도움을 주었다. 실행해야 할 내용은 존재 자체가 명확했고, 어떻게 실행해야 효율적인지를 알아내는 것이 숙제였다. 하지만 이제 그 역할은 모두 컴퓨터에게 맡기는 것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제 나는 '문제가 무엇인가? 그래서 앞으로 어쩔 것인가?'를 정의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할 일을 쳐내는데 바쁘지 말고, 설계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손으로 열심히 작업하는 과정에는 뿌듯함이 있지만, 그 뿌듯함이 반드시 풍성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그보다는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무엇이 중요한지 알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도구는 가면 갈수록 강력해지면서도 사용법은 간단해지고 있다. 앞으로 도구를 쓸 줄 아는 것 자체는 그리 특별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만의 관점을 결과물로 이을 수 있느냐, 동료들의 신뢰를 얻는 사람이냐가 중요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