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디지털 광고업에 종사하고 있다. 회사가 운영하는 웹 서비스가 있는데, 그 안에 광고를 배치하여 수익화하는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유저분들은 광고를 보며 짜증 내지만,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될 수 있는 건 광고 덕분이다. 이 양쪽의 밸런스를 잘 잡아야 한다. 너무 짜증나진 않게, 동시에 수익도 섭섭하지 않도록 선을 잘 타야 한다.
나의 갑은 단연 광고주다. 광고주가 광고비를 쓰는 것으로 모든 것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물론 광고주 입장에서는 광고를 게시할 지면이 필요하므로 (상황에 따라서는) 내가 갑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갑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구글이다.
구글은 디지털 광고의 패왕이자, 황제이자, 절대신이다. 구글이 없는 광고 생태계는 상상할 수 없다. 광고로 돈을 버는 웹사이트 아무 곳이나 들어가 보자. 90% 확률로 구글 배너가 걸려있을 것이다. 유튜브 광고야 구글이 직접 운영하는 서비스니 설명할 필요도 없다. 거기에 꼭 구글 광고가 아니더라도, 구글의 광고 인프라를 사용하는 경우도 셀 수 없이 많다.
나 또한 구글의 광고 인프라를 업무에서 자주 활용하는데, 문제는 바로 문제가 생겼을 때다. 구글이 걸러줘야 하는 성인광고가 노출되거나, 우리 회사 사이트가 광고 정책 위반이라고 알림이 뜰 때가 있다. 이런 부분은 소재 리뷰 센터, 정책 리뷰 센터 등 구글 시스템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문제가 해결되지만, 문제는 문제를 해결해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때다.
동일한 문제가 매일매일 반복될 경우, 나는 시스템의 이용자로서 그 원인이 궁금하고 근본적 해결책을 필요로 한다. 시스템 안에서 알아낼 수 없는 부분은 구글 담당자분을 붙잡고 요청한다.
문제는 구글 담당자들도 시스템 외 부분에는 거의 접근이 안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문제는 복잡하고 다양하지만, 매뉴얼에 기반한 대응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공무원 프로세스와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일단 해결해야 하니 안건을 계속 처리하지만, 좀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길이 꽉 막혀있다. 구글 입장에서야 어차피 독점이니 매뉴얼 대응으로 충분할 것이다. 속 터지는 건 나 같은 이용자들의 몫일뿐.
결국 시스템이 그러하기 때문에, 시스템 자체가 업데이트되지 않는 이상 창의적인 대응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리고 디지털 광고라는 것이 대부분 구글에 몰려있는 탓에, 나에게 구글 외의 선택지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