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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오브피스 Sep 15. 2024

1원 송금 인증할 계좌가 없을 때는?

며칠 전 휴대폰을 떨어트렸다. 하필 보도블록 모서리에 떨어져서, 액정이 정면으로 박살 나버렸다. 한 4시간 정도는 어찌어찌 화면이 보이다가, 이후에는 심하게 일그러져 화면을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일 때문에라도 휴대폰이 꼭 필요했기에, 쿠팡 새벽 배송으로 새것을 주문했다. 다음 날 휴대폰 공기계가 문 앞에 놓여있었고 아침 일찍부터 세팅을 시작했다. 유심칩, 카톡, 이메일 등 기본 앱들부터 설치했고, 완료 후에는 은행 앱 세팅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거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나는 국민은행과 토스뱅크를 주 은행으로 사용한다. 그래서 토스와 국민은행 앱을 설치하고 계좌 인증을 시작했는데... 문제는 단순히 앱에서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신분증을 찍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타 은행 계좌로 송금된 1원에 찍힌 메모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국민은행 계좌를 추가하려면 토스 계좌를 확인해야 하고, 토스 계좌를 추가하려면 국민은행 계좌를 확인해야 하는 루프에 빠져버렸다.


대체 수단도 제공되지 않았다. 토스와 국민은행 둘 다 1원 송금으로 인증이 되어야 했다. 어떡해야 하나 머리를 굴리다가 '카카오뱅크라면 카카오톡만으로도 인증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대로 카카오톡만으로도 충분했고, 카카오뱅크로 1원을 송금받는 식으로 토스와 국민은행 인증을 해결했다.


나에게 카카오뱅크 계좌가 없었더라면 국민은행 ATM으로 달려가 실물 통장을 찍어서라도 확인해야 할 텐데... 나는 이제 실물 통장도 없고, 국민은행 지점 수는 날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토스는 애초에 오프라인 지점이 없다. 언젠가 자산을 전부 토스뱅크로 옮겨 관리할까도 생각했었는데, 그 생각은 머릿속에서 지웠다. 내 생활의 모든 것을 하나의 디지털로 통합하는 것은 편리하지만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을 위해 불편함 20% 정도까지는 수용할만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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