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브런치 계정을 만든 이유는 '나만의 영화일기를 쓰기 위해서'였다.
계정을 만든 지 2년이 지난 지금.
아쉽게도 올해의 나는 영화를 거의 보지 못했다.
이유는 여럿 있겠지만, 단순하게 말하자면 실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영화를 사랑한다기보단,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했었다.
그리고 내 생각을 기록하는 소재로서, 영화를 사랑했었나 보다.
누군가와 멀어지고 나자마자, 자연스레 영화와도 멀어진 걸 보면 말이다.
무심하게도, 사람은 변하고 시간은 간다.
2024년의 나는 이전의 나와 많은 것이 변했었다.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걸맞게, 권태와 나태의 저주에 걸려버렸다.
또한 인생에 새로운 도전도 맞이하게 되었는데,
어렵게 이직한 회사에서 1년째 갈피를 못 잡아 헤매고 있는 중이며,
새로 사귄 연인 또한 난생처음 겪는 문제들을 마주하게 하여 함께 갈피를 잡는 중이다.
이렇듯, 인생의 새로운 장벽을 느끼고
거기에 어떻게든 적응하고 나를 맞추려다 보니
취미나 사이드프로젝트 따위를 벌일 여력이 없어졌다.
그래서 불행한가? 묻는다면 그렇지도 않다.
그냥. 이런 삶이 되어버렸을 뿐이다.
이전보다 조금 더 불안하지만, 드디어 현실적인 고민을 하게 되는 삶.
나의 개인적인 열정과 도전보다, 결혼과 안정성을 생각하는 삶.
인생은 선택과 적응의 연속이다.
나의 여러 선택이 만든 결과에 적응하는 것.
뒤는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걸어가는 것.
그리하여 비로소 내 주변의 것들에 조금 익숙해졌을 때. 그때 느끼는 것이 바로 행복인 것 같다.
대학 졸업 2년 차, 직장인 3년 차의 문턱에 서서.
작년의 나는 내가 모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올해의 나는 내가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구나, 깨닫게 되면서.
이제는 벌이는 것보다 마무리 짓는 것에 좀 더 신경 쓰게 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오랜만에 쓰는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