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수박은 좋아
운동을 하고 오는 날이면 두피에 빨래 속에 묵혀둔 찌든 냄새가 났고 반바지는 땀에 밀려 올라가 핫팬츠가 되는 날이면 어김없이 여름이 왔구나를 느낄 수 있다.
아! 이제 아아 파의 계절이 왔구나라는 생각도 들면서 내심 기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겨울에 아아를 먹으면 사람들이 괜찮냐?라는 표정으로 쳐다보지만 여름의 아아는 당당하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한여름이 왔구나는 엄마의 냄새를 통해 알 수 있다. 구몬 교사인 엄마가 하루 종일 밖을 돌아다니며 수업을 마치고 온 날은 엄마에게서 나는 시큼한 식초 같은 냄새로 한여름이 되었구나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여름의 수박도 좋고 수영도 좋지만 역시 나는 겨울이 좋다. 역시 겨울의 냄새가 좋다.
여름의 냄새는 일하는 곳이 밖인지 안인지를 모두가 알 수 있게 되지만 겨울의 냄새는 모두에게 평등하다. 2,3도의 온도 차이로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가르는 여름보다는 그런 걱정 없이 일을 할 수 있는 겨울이 좋다.
냉랭한 바람이 코를 간질이지만 곧 달달하고 포근한 냄새도 같이 코를 간질이는 겨울이 짱이다.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는 않지만 겨울이 다가오면 지갑에 만 원짜리를 고이 보관해 둔다. 언제 쓸지도 모르는 아주 중요한 비상금이기 때문이다. 비상금이 없어 붕어빵, 호두과자, 계란빵 친구들을 포기하게 되는 날은 슬픔으로 가득 찰 것을 알기 때문이다.
기억을 생각나게 하는 여름의 냄새, 군침을 돌게 하는 겨울의 냄새 우리 모두에게 계절은 다른 의미의 냄새로 기억되게 된다.
당신에게 여름과 겨울은 어떻게 기억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