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서의 워케이션 4일 차 with 일로오션
마음이 무거우면서도 가벼운 하루다. 아침부터 션과 댕댕이와 함께 파도살롱으로 출근했고, 리오가 추천해준 여름1957에서 맛있는 파스타와 점심도 먹었다. 명주동에서의 힐링은 이쯤하고 눈이 소복이 쌓인 숲과 푸른 바다를 보며 일하고 싶어서 다시 호텔로 향했고, 오후 업무를 시작했다. 업무에 있어선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평소처럼 답답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그런 상태였다.
그런데 그게 문제였다. 평소와 다를 게 없던 것들이 폭발했다. 일로오션 첫날에 얘기하면서도 느꼈지만 나는 퍼포먼스 마케팅의 일이 재밌다. 내가 취한 액션이 데이터로 나오고, 그 데이터를 통해 알게 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다음 액션을 취하는 사이클과 그 속에서 성장하는 과정이 즐겁다.
그러나 그간 회사에서 더 중요한 액션과 브랜드 마케터로 성장하고 싶은 욕심에 브랜드 프로모션 업무에 더 무게를 두고 집중했다. 두 가지의 톱니바퀴가 동시에 돌아가지만 새로 돌린 톱니바퀴에 더 신경 쓰는 방식으로 업무를 해야 했다. 그렇게 하는게 브랜드 마케터로 성장하는 과정이라 생각했지만, 정작 두 가지 다 제대로 못했다. 퍼포먼스 일은 근 2달간 손에서 놓아버렸고 그렇다고 프로모션 업무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생각도 안 드니 업으로 자아실현 하지 못한 나날들이 쌓이고 쌓여 오늘 터져버린 것이다.
다행히 리더분과의 대화를 통해 묵혀둔 감정을 잘 해결했다. 얘기도 잘 마무리 하고 혼자서 정리하는 시간도 가지고 나니 한결 홀가분해져 하마터면 참석하지 못할 뻔 했던 일로오션 마지막 토크 시간에도 뒤늦게 합류할 수 있었다. 마지막 시간의 하이라이트인 각자의 명함을 만들고 발표하는 세션 직전에 딱! 타이밍 좋게 도착했다.
명함엔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한 문장을 적어야 했다. 나름 다사다난한 하루를 보내며 많은 것을 깨달은 나는 망설임 없이 적었다.
일로오션 워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점을 정리해보자면 내가 무슨 일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계속하고 싶은지를 더 깊게 고민하면서, 방향성이 확고해지는 시간이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지 못할 때 내가 얼마만큼 일에 대한 진정성과 집중력이 떨어지는지도 느끼게 되었고, 그만큼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일에 진심인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워라밸을 찾아 워케이션을 왔다가 되려 더 일을 잘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다. 여유를 갖는 마음도 물론 계속 의식적으로 노력하겠지만 결국 일을 잘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좋아하고 잘하는 일에 더 진심으로 몰두해보고 싶다.
이번 워케이션을 통해 나는 2022년에 목표로 잡은 모든 것들의 스타트를 끊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집에 있을 때 보다 일찍 기상하고, 좋은 풍경, 좋은 사람들과 계속 함께하면서 몸과 마음은 더욱 건강해졌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묵혀있던 감정도 푸니깐 더 건강해진 것 같다.
노마드 워커로서 자유롭게
한정된 공간에 나를 옭아매는 워커가 되지 않기 위해 올해는 자유로운 노마드 워커가 되고 싶었다. 단순히 쉬면서 일하는 삶이 아니라 좋은 영향력을 계속 받게 해주는 삶인 것 같아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보고 싶다.
더 멋진 마케터가 되기 위해 부지런히
마케팅 강의, 관련 콘텐츠도 열심히 보면서 공부하겠다는 포부로 부지런함을 목표로 잡았지만 사실 강릉에서는 그런 일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혼자서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과 사람들과 얘기하며 나를 다시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제법 나는 더 괜찮은 마케터가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기록을 습관으로
꾸준히 기록을 시작한 지 이제 비록 3일 차가 되었지만 이젠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마다 기록하게 되었다. 유독 기억력이 안 좋은 나에게는 과거를 돌아보는 유일한 길이 기록인데 이번 강릉에서의 추억들은 절대 잊어버리고 싶지 않나 보다. 나중에 다시 보면 지금 이 글이 이불킥이 될 수도, 열심히 살았다는 하나의 증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