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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na Aug 11. 2020

고티에 카퓌송을 아시나요?

음악이야기.

내가 어떻게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을 알게 되었는지, 어떻게 그의 연주를 처음 듣게 되었는지는- 정확한 기억이 없다.

하지만 그의 연주에 반했던 건 분명하다.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연주가 좋으면 사람을 궁금해하는 특이한 스타일;;;) 한참을 이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에 대해 뒤적이며 지냈었다. 


그를 향한 팬심이 불타오르게 되었던 건, 고티에 카퓌송의 다양한 인터뷰들을 읽고 나서였는데-

무대 위에서 완벽하기 위한 그의 노력이 또, 음악과 삶을 향한 깊은 성찰이 인터뷰마다 드러났다. 

더불어 첼로를 향한 사랑과 첼리스트로 살아가는 본인의 삶에 대한 감사가 전해지는 인터뷰들은 그를 더욱 빛나게 했다. 가끔, 연주자의 인터뷰를 보거나 무대 뒤 연주자 본연의 모습을 마주하고는 그의 음악과 삶이 너무 달라 그 괴리감에 실망하고 고통스러워한 적이 적지 않았는데- 고티에 카퓌송은 그의 음악과 삶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신뢰를 가지게 만들었다.


아, 진짜- 너무 멋있잖아.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어? 

이렇게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을 향한 내 팬심은 점점 두터워져갔다. (*고티에 카퓌송은 잘생기기도 했다.)


자신의 삶을, 그리고 본인이 하는 음악을 진심으로 즐기고 사랑하는 연주자의 음악은 듣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데, 고티에 카퓌송은 나의 이 생각을 확신으로 바꿔준 연주자이기도 하다.

그의 음악을 듣고 나면 늘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무튼, 나는 고티에 카퓌송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열심히 하트를 누를 정도로 그를 또, 그의 연주를 좋아하는데- 

코로나로 세계 각국에서의 연주가 취소되고, 그가 살고 있는 프랑스의 상황이 심각하게 변해가자- 고티에 카퓌송은 매일, 인스타그램에, 짧지 않은 연주를 한곡씩 올리기 시작했다. 


2020년 3월 14일, 그의 첫 연주 영상이 올라왔을 때에는 그저 한 번의 이벤트성 게시글이라 생각했는데, 고티에 카퓌송은 그 후 56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거의 매일, 비슷한 시간대에 그의 아름다운 음악을 세상에 선물해 주었다.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업로드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들이 카퓌송이 올려주는 연주의 주를 이루었지만, 카퓌송은 이 시간 동안 참 다양한 시도를 했다.


첼로와 동시에 피아노 디플롬 과정을 함께 마친 고티에 카퓌송 답게 반주가 필요한 곡은 스스로 피아노를 연주하기도 했다. 먼저 피아노 반주를 녹화하고 거기에 첼로 연주를 덧입히는 듯했는데- 이러한 시도가 너무 신선했고, 한편으로는 파격적이란 생각도 들었다. (나는 스스로 반주까지 해내는 카퓌송에게 그저 한 번 더 반했지만, 많은 이들이 그의 이런 시도를 분명 놀라운 시선으로 바라봤으리라 장담한다!)

또, '우리 집 라이브 음악회'라는 명칭으로 라이브로 음악회를 열고 팬들과 소통하기도 했는데 그의 말을 다 알아듣고 싶어 불어를 공부하고 싶단 마음이 간절해졌었다. (그의 음악은 말할 필요 없이 좋았다!! 파파고는 아쉽게도 그의 말을 다 통역해 주지 못했다. ㅠㅜㅠㅜ)

시간이 흐를수록 업로드되는 레퍼토리도 다양해지고 카퓌송과 뜻을 함께하는 음악가들이 연주에 동참하기도 했는데, 코로나 시대에 음악회는 불가능하겠구나 싶었던 내 생각을, 카퓌송은 여러 새로운 시도로 가뿐히 사라지게 만들었다.


나는 매일 종종거리며 카퓌송의 영상이 업로드되기만을 기다렸다. 그가 영상을 올리는 시간이 내가 있는 하와이 시간으로 늦은 밤이라, 잘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고티에 카퓌송의 따끈따끈한 연주를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나는 저 호사를 통해 고단하고 지루했던 하루를 마무리하고 락다운에 또다시 똑같을 내일을 그래도 새 힘으로 또, 새로운 기대감으로 버틸 수 있었다. 


집에서 SNS에 올리는 영상용으로 찍은 연주가 얼마나 대단하겠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카퓌송은 그러지 않았다고 감히 자신 있게 말해본다. 한 곡 한 곡, 그의 연주에는 진지함이 묻어나고, 본인에게도 힘들었을 시간- 진심으로 음악을 대하는 그의 마음이 그의 음악을 통해 분명하게 전해진다.


나는 고티에 카퓌송이 보여준 열정에 그리고 그 마음에 크게 감동했다. 코로나 시대에 음악가로서 그는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따뜻한 응원을 전했다. 

나는 그의 노력이, 그 마음이 진심으로 너무나 고마웠다. 


그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공유한다. 너무 많은 영상들이 막막하다면, 3월 20일에 올린 'Hymne a l'amour'를 들어보기를! 고티에 카퓌송이 첼로와 하나가 되어 노래하듯 연주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눈가를 촉촉하게 만든다. (원곡은 아름다운 가사와 가수 Édith Piaf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샹송으로, 엄청 유명한 곡이다. 고티에 카퓌송은 가사의 절절함을 연주에 그대로 녹여냈다. 정말 아름답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는 연주였다!)


https://www.instagram.com/tv/B99hs9oiCzw/?utm_source=ig_web_copy_link


무대 위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고, 멋진 턱시도 차림의 카퓌송이 아닌- 

집에서 편안한 차림으로 하지만, 전 세계의 사람들을 본인의 음악으로 위로했던 고티에 카퓌송을 모두 한 번 만나볼 수 있기를!!


*언젠가 꿈같이 그를 만나게 된다면, 그에게 하고 싶은 수많은 말들은 가슴에만 가득 품은 채-

그저 수줍게 Merci만을 속삭이게 될 것 같다. 

그렇기에-

그를 향한 나의 감사의 마음을, 이 글로 대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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