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ona Sep 07. 2022

미국 음악선생님 Ms.Kil

첫 음악 수업

다사다난 했던 미국 학교 취업 절차를 모두 마치고, 바로 수업 준비에 들어갔다. 

정리가 안될 것 같던 교실도 얼추 정리가 되었다. 짐이 다 빠져나가고 청소를 한 번 싹 하고 나니 제법 음악 교실 같아졌다. 악기도 많이 없고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내 교실이라는 생각에 애착이 생기고 마냥 좋기만 하다. 

정리 된 음악실
휑했던 보드판에도 하나 둘 뭔가가 붙기 시작했다.

미국은 음악수업을 대부분 카펫에 앉아 진행한다. 아무래도 몸을 많이 사용하고 다양한 악기들과 함께 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책상과 의자가 있는 것 보다 넓게 공간을 쓰는 걸 선호하는 것 같다. 교장 선생님이 책상이 필요한지 카펫이 필요한지를 물어봤을 때 나도 고민을 많이 하다가 결국 카펫만 두기로 결정했다. 다른 학교를 보면 음악실 전용 카펫이 있을 정도인데 (음표가 그려져 있고, 높은음자리표, 오선보표 등등이 그려져 있는 카펫이다.) 새 카펫에 예산을 쓰느니 악기와 음악실에 필요한 다른 걸 사는 것이 옳은 선택이다 싶어, 학교에 있는 카펫을 사용하기로 했다. 비록 음악실 전용 카펫은 아니지만 교장선생님의 지시로 깨끗하게 샴푸 되어 온 카펫이 음악실에 깔렸고 지금까지의 수업을 돌이켜 보면 책상 대신 카펫을 선택한 건 옳은 선택이었다 싶다.



수업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전 글에서 말했듯이 모든 학생들이 2년간 음악수업을 받지 못했던 터라 아이들의 수준을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일단은, 최대한 쉽고 음악 시간이 즐거울 수 있는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첫 날 수업 커리큘럼을 간단히 소개해 본다. 모든 학년에게 공통적으로 진행되었던 건, 아무래도 첫 음악수업이었기 때문에 간단한 내 소개와 음악 클래스 룰을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구글 슬라이드를 이용해, 내가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는 사진과 지휘하고 있는 사진을 넣고 나에대한 키워드 단어를 썼다. 키워드 하나하나 같이 읽으며 나를 소개했다. 그리고 각 학년에 맞춰 Body warm up을 했다. (기지개 펴기, 기지개 편 상태로 까치발 하기, 까치발로 8 카운트에 맞춰 왼쪽으로 또 오른쪽으로 걷기, 개구리 점프하면서 높은 피치의 음을 짧고 날카롭게 내보기 등)

간단히 다 함께 몸을 풀고, 음악에 맞춰 신나게 몸을 움직여 보는 건데 아이들이 아주 좋아했다. 저학년을 위해 준비했던 음악을 2-3학년에게도 틀어줘 봤는데 모든 아이들이 진심으로 신나했다. 대부분 한번 더 하면 안되냐고 물어봤다. (아래 내가 사용한 노래를 첨부한다. 아이들이 깔깔거리면서 신나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래 음악 말고도, 2-3학년은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끼 인형 중 러시안 댄스를 이용해 몸으로 박자 맞추기 연습을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ilPDoepSK0&list=PPSV

Pre.K 부러 3학년 까지 너무너무 좋아했던 노래.


Pre.K 

Twinkle twinkle little star 부르기 - 작게, 크게 

Twinkle twinkle little star 음에 가사 바꿔 Hello song 배우기


K

음악의 구성 요소를 함께 노래하며 설명. (Twinkle twinkle little star를 보통, 큰 소리, 작은 소리, 빠르게, 느리게 부른 뒤 조 바꿈을 이용해 높은 음으로 낮은음으로 부를 수 있는 것을 시범 보임.)

Hello song  배우고 박자에 맞춰 몸 위치 찾으며 Tap 하기


1st

음악의 구성 요소를 함께 노래하며 설명. (Twinkle twinkle little star를 보통, 큰 소리, 작은 소리, 빠르게, 느리게 부른 뒤 피아노의 가장 높은 음과 가장 낮음 음을 번갈아 가며 들려 주며 높낮이에 대해 설명)

Music is cool 노래 배우기, 노래의 가사에 맞춰  movement 하기


2nd

내 소개에 나오는 단어 Conductor를 이용하여 음악의 구성 요소를 설명. (지휘자가 왜 필요한지, 목소리와 지휘를 이용해 음악의 크고 작음, 빠르고 느림등을 예를 들며 설명함)

Music Bingo Game (빙고판 아래에 첨부) -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질문에 해당하는 친구 이름을 적는 방식으로 2줄을 먼저 만드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 자기의 이름은 빙고칸에 쓸 수 없으며, 한 친구의 이름은 3번 까지 적을 수있고 내 찬스는 두 번 사용할 수 있음.

몸으로 소리 만들기 - 두성 쓰기와 호흡(상상으로 풍선 불기, 빙그르르 돌며 높은 음의 '우' 내기, 호흡을 내뱉으며 팔로 파도 만들기, 몸을 축 늘어뜨리며 아래로 음 떨어뜨리고 몸을 확 올리며 피치를  빠르게 올리기)


3rd

내 소개에 나오는 단어 Conductor를 이용하여 음악의 구성 요소를 설명. 3학년은 Conductor에 대한 이해가 있어 내 목소리가 커지고 작아질 때 빨라지고 느려질 때 함께 손을 이용해 지휘를 해 봄. (지휘자가 왜 필요한지, 목소리와 지휘를 이용해 음악의 크고 작음, 빠르고 느림등을 예를 들며 설명함)

Music Bingo Game(빙고판 아래에 첨부) - 2학년과 동일한 방식이나 아주 살짝 업그레이드.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질문에 해당하는 친구 이름을 적는 방식으로 3줄을 먼저 만드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 아이들은 자기의 이름은 쓸 수 없으며, 한 친구의 이름은 2번 까지 적을 수있고 내 찬스는 딱 한 번 사용할 수 있음.

몸으로 소리 만들기 - 두성 쓰기와 호흠(상상으로 풍선 불기, 빙그르르 돌며 높은 음의 '우' 내기, 호흡을 내뱉으며 팔을 휘저으며 파도 만들기, 몸을 축 늘어뜨리며 아래로 음 떨어뜨리고 몸을 확 올리며 피치를  빠르게 올리기)


Music Bingo Game-질문에 해당하는 친구를 찾으면 그 칸에 그 친구의 이름을 적어야 한다.


* 아이들이 즐거워 했던 부분

내가 피아노 건반을 보지 않고 피아노를 칠 수 있다는 사실. 

내가 한국인이고 한국말을 할 수 있다는 거.

Conductor가 하는 일을 엄청 신기하게 생각 함. - 나중에 2, 3학년들은 지휘 부분을 따로 수업으로 진행해 봐도 좋을 것 같음.

BTS 팬이라는 내 소개에 많은 학생들이 자기도 BTS팬이라고 함 - 심지어 다 함께 Butter를 부름! BTS의 인기란!! ㅋㅋ

몸으로 소리 만들기는 전체 학생들이 즐거워 했다. 자기 목소리가 이렇게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지 몰랐다고 하는 학생도 있었음.

Music Bingo는 정신이 하나도 없긴 했지만, 아이들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라 좋았고 아이들도 친구들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좋아했다. 그리고 질문에 해당되는 아이들은 마음껏 자신을 뽐낼 수 있어 좋아했다.


* 내가 아쉬웠던 부분

시간 분배 - 그간 음악 수업을 받지 못했어서 인지, 아이들이 음악에 대한 궁금증도 많았고 호기심도 많았다. 질문을 많이 잘라냈는데도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데 시간을 꽤 많이 썼다.

노래 - 2마디 따라부르기가 잘 되지 않았다. 내가 먼저 2마디를 부르고 아이들이 2마디를 따라 부르는 거였는데 엄청 낯설어 하고 음 잡기를 못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보완이 필요하다.

정신없던 내 마음!! 아이들에게는 나의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를 많이 썼는데, 첫 날 2번째 교시까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이들 이름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시간은 어찌나 빨리 흐르던지! 마음이 급했다. 이건 차차 나아지긴 했는데 확실히 경험이 쌓여야 되겠구나를 여실히 느꼈다.


첫 수업을 마치자 3학년까지의 모든 아이들이 나를 다 알게 되었다. 학교를 돌아다니면 Hi, Ms.Kil하고 인사를 해왔다. 동네 마트에서도 여기저기서 Hi, Ms,Kil!을 들었다. 행동거지를 조심하며 살아야 할 듯. 하하. 아무튼 누군가는 뛰어와 음악 수업이 가장 좋아하는 수업이 되었다고 얘기해 주기도 하고, 수줍게 한국어로 "안녕"이라고 인사하는 친구도 있었다. 귀여워라! 

나는 첫 수업이 엄청 부담이었고 긴장이었던 모양이다. 모든 학년의 첫 수업이 끝난 후 앓아 누웠다. 그리고, 목이 쉬어버렸다. 


아아아! 깜빡 할 뻔.

첫 수업 날, 교장은 Mr,Yo는 조용히 수업에 들어와 1교시 전체를 청강했다! 엄청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는데, 부담을 느낄 새가 없었다. 난 나 살아남기도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교장 선생님의 청강까지 의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후로도 교장선생님은 학년이 바뀔 때 마다 음악 수업을 조용히 청강하고 갔는데- 모든 수업을 한번씩 청강 한 후 음악 수업이 재밌고 좋다며 칭찬을 남겨주셨다! 그리고!!!!!! 내 위시 리스트에 있던 모든 악기와 물품들을 한번에 주문해 주었다! 하나도 탈락시칸 물품 없이 싹다 샀다고 SASA Diane이 얘기해줬다. 꺄아아아~ 움하하하하. 이보다 더 큰 칭찬이 어디 있으랴! 

이게 무슨 칭찬이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난 이 소식을 듣고 뛸 듯이 기뻤다. 그리고 자신감도 생기고! :)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충성충성! 

(다른 선생님들과 희음이에게 물으니 교장선생님은 하루 종일 교내의 모든 반을 그렇게 돌아다니며 청강을 한다고 했다. 하루에 많게는 3번도 교실에 찾아올 때가 있다고 함.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에게는 엄청 좋고 훌륭한 분이지만 수업을 하는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꽤나 힘든 보스가 아닐까 생각함. 하지만, 교장이 이렇게 관심을 갖고 열심을 다하니 학교가 잘 유지되고 있구나 싶어 학부모의 마음으로는 고마움. 학부모이기도 하고 교직원이기도 한 난 마음이 아주 복잡함 ㅋㅋ)





작가의 이전글 미국 음악선생님 Ms.Kil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