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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 Kyron Dec 03. 2021

사진으로 기록한다는 것

저번주에 사진 이야기를 한 김에 이번 주도 짧게나마 사진에 대한 내 생각을 주저리 주저리 적어보려고 한다.     

난 큰일이 있지 않은 이상 어지간하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기록하고 싶은 순간들을 기록해 둔다. 대개 이런 나를 보면, ‘오늘 무슨 일 있어?’, ‘웬 카메라?’라는 식으로 질문을 던지지만 안타깝게도 내게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기록하는 것이다. 습관처럼.     


사진은 굉장히 편리한 기록 매개체다. 글을 쓰려면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려야 하는 것과 동시에 나중에 봐도 내 말들이 이해가 될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잘 조합하고 윤문해야 한다. 일기도 매일같이 ‘일기를 써야지’라는 생각을 되새겨야 하고, 펜이나 샤프에 힘을 주고 그날 있던 일들을 적어나가야 한다. 글은 사진에 비하면 수고가 많이 들고 느린 기록 매개체인 것이다.(물론 이런 말을 하면서도 난 브런치에 글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의 셔터는 이런 논리의 피곤함과 윤문의 귀찮음을 한 큐에 정리해준다. 그저 내가 기록하고 싶은 순간을 정해진 프레임 안에 잘 집어넣은 후 버튼을 누르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사진에는 사진을 찍은 날짜와 시간, 당시의 순간에 포함되어 있던 빛의 정보들이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내 메모리 속으로 기록된다. 이 얼마나 대단한 과학의 발전인가! 사진을 업으로 해서 돈을 벌 게 아니라면 사진은 예술성을 무시하고 그저 내 시선을 그대로 멈춰놓기만 하면 되는 최고의 기록 기술이다.     


난 사진이 아니고도 공연 리뷰나 지금 브런치를 쓰는 것처럼 글을 써서 내 생각을 기록하는 것을 즐겨 했고, 여전히 즐기는 중이다. 이유는 몰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하는 건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시각적인 재미를 주고, 시각적 요소로 추억을 회상하게 하는 사진은 그 어떤 기록보다 날 설레게 한다. 뇌리 저편으로 밀려버린 5년 전의 나를, 10년 전의 나를 다시금 꺼내 볼 수 있으니까. 그리고 한 달 전의 너를, 1년 전의 너를 추억하며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물론 종종 너무 뒤로 밀려난 기억 때문에 사진을 보고도 ‘이게 뭐지?’ 싶을 때도 많지만... 뭐 혹시라도 글 쓰는 걸 덜 귀찮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사진 밑에다가 작은 코멘트만 달아놔도 이건 글만 있는 기록보다 배로 효과적인 기록이 될 것이다. 여튼 취준으로 글 쓸 시간도 하나의 과제가 되어버린 내게 사진은 기록에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을 계속 유지하게 해주는 고마운 장치다. 항상 끈기없이 무언가 오래 해본 적 없는 내가 10년 가까이 해오고 있는 유일한 이 사진 기록이 평생토록 유지되어 내 삶이 하나의 앨범으로 펼쳐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만 이것으로 사진 얘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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