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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 Kyron Jan 22. 2022

사라진 제주도 사진

제주 공항에 내렸다

김포에 불던 서늘한 공기완 다른

제주의 습기를 머금은 

푸근한 공기가 불어온다

기념으로 찰칵


렌터카를 빌려타고 달린다

창문 옆으론 흙빛 서해완 다른

제주의 티없이 맑은

파란 바다가 멀리서도 선히 보인다

기념으로 찰칵


유명한 꽈배기를 입에 물고

애월 해안도로에 도착했다

푸른 바다와는 달리 하늘은 잿빛이다

오랜만에 제주여행은 분명 행복했지만

잿빛하늘과 같이 무언가 쌔한 기분이 감돌았다

그럼에도 즐거우니 찰칵


제주도라면 가봐야할 오름을 향한다

이게 뭐람

빗방울이 떨어진다

역시나 아까 쌔할 때 숙소로 들어갔어야 했다

꼬였다

단단히 꼬였다

난 이때 모든 걸 되돌려야 했다

필름을 감았어야 했다


멈추지 못한 여행은 꾸역꾸역 지나갔다

마지막 날까지 행복하다고 주문을 걸며 여행을 마쳤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추억을 되새기고자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열었다

그러나 거기엔 아무도 없고 제주도의 풍경만 있었다

네가 분명 서있던 그곳에 너는 없고 풍경만 남았다


필름을 감았다

이미 햇빛을 받은 쓰지 못하는 필름을 감았다

늦었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희망을 가져본다

역시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미 놓쳐버린 후 내가 그리워한 필름엔

아무런 흔적도 풍경도 남아있지 않았다


내 기억에 현상된 나날은 선명한데

사진 속엔 하얗게 타버린 그날의 흔적만이

내게 그만하라고 외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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