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찐테크 Mar 19. 2024

애 낳으면 돈 준다고요?


저출산이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정부도 알고는 있지만 현재의 정책들은 저출산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지난 15년 간 280조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부었지만 그 결과는 출산율 0.6명이다. 280조의 눈 먼 돈은 다 어디로 간걸까.



지금 저출산 대책은 '애 낳으면 돈 드릴게요'이다. 출산 시 현금 지급, 0세~1세 사이에 부모수당 지급, 7세까지 육아수당 지급 등 모두 현금성 복지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현금이 어마어마하게 큰 것도 아니다. 0세~1세 영유아에게 지급되는 부모 수당은 2023년 0세 월 70만원, 1세 월 35만원에서 2024년에는 0세 월 100만원, 1세 월 50만원으로 대폭 인상되었다. 만7세까지 지급되는 아동수당은 월 10만원씩 들어온다.



물론 한 달에 100만원이라는 돈이 절대 적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설마 100만원 받으려고 애를 낳는 사람이 있을까? 만 7세까지 지급되는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받으려고 애를 낳을까? 이건 그냥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 조금의 보탬이 될 뿐이지 아이를 키우는 비용에 비하면 택도 없는 금액이다.



워낙 저출산이 문제이니 사기업들도 출산 장려를 하고 나섰다. 최근 부영 그룹에서 아이를 출산하는 직원에게 1억원을 지급한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매우 큰 돈이긴 하지만 역시 1억을 받으려고 아이 생각이 전혀 없던 사람이 갑자기 자녀 계획을 세울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물론 고민을 하던 사람들이 아이를 낳게 하는 유인책이 될 수는 있겠지만 꼭 돈이 문제는 아니다.



정말 출산율을 높이려면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와 제도가 형성되어야 한다. 눈치보지 않고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쓸 수 있고, 육아휴직 기간에 소득이 어느정도 보장되며, 아이가 일정 나이가 될 때까지는 단축근무가 가능하고, 부모가 일을 하는 동안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 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거기에 앞서 청년들이 이 사회가 살아갈만하고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당장 내 앞가림 하기도 힘들고 내 삶도 팍팍하니 출산은 커녕 연애부터 포기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또한 맞벌이가 거의 필수화가 된 시대임에도 여전히 육아와 가사노동은 여성에게 좀 더 많은 부담이 부여되고 있다. 물론 예전에 비하면 정말 많이 변화했고 남성들의 육아 참여도도 높아졌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남성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요즘엔 남성 육아휴직도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손에 꼽게 적으며, 남성이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 승진은 포기했다고 보는 시선이 대다수이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에 소득이 줄어들어 장기간 육아휴직을 쓸 수 없는 현실도 발목을 잡는다.



이걸 나라에서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너무 어렵다. 단기간에 될 일도 아닐뿐더러 육아휴직이나 단축근무 같은 제도들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무지성 현금 살포만큼 큼쉬운 것이 없다. 어려운 것들은 다 뒤로 미루고 일단 애 낳으면 돈 준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앞으로 더 많은 돈을 저출산 대책에 쏟아붓는다하더라도 출산율이 반등할 수 없다.



애 낳는다고 돈 주는 것보다는, 그깟 푼돈 안받더라도 아이를 낳고 싶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더 필요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출산율 0.65명의 시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