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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동규 Jun 07. 2023

일반이 왜 쓰레기야

예컨대 <일반 쓰레기>를 보고 "우리반이 왜 쓰레기야!"라고 튀어나오는 말장난을 좋아한다. 반대로 "일반 쓰레기? 그럼 2반 쓰레기도 있나? 호호호"같은 말장난을 싫어한다. 이 디테일의 차이를 모른다면 코메디 욕심이 스멀 스멀 기어올라도 꾹 누르는게 건강에 좋다. 물론 내 건강 말이에요. 당신 건강은 알바 아니지.


말하자면 둘 다 <일반>과 <1반>을 차용한 동음이의어 말장난이다. 말장난 자체에 큰 유희가 있진 않다. 라임 자체만 따져보면 같이가 처녀 갈치가 천원 류의 말장난이 즐비하다. 중요한건 라임을 언제 어디에 적재적소에 사용하냐는데에 달려 있다. 타이밍, 주변 환경, 자신의 상황 및 캐릭터. 나아가선 사람들이 이 말장난을 이해하기 좋은 시기를 기다리기까지 한다. 뭔 말장난 하나에 그렇게까지 진심이냐 물으신다면, 개같은 말장난들 덕분에 고급 말장난도 아재개그 취급받는게 싫어서라 답하지 않을까. 


돌아가서, 두번째 말장난은 사실상 일반과 1반, 2반과 쓰레기. 튀어 나오는 단어들이 아무런 연관성도 없이 나열된다. 이 말을 내뱉는 화자가 1반, 2반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그 반이 쓰레기이든 일반 쓰레기이든 상관이 없는 사람이니 말장난이 붕 뜨는거다. 좀 더 쉽게 얘기해서 '그래서 어쩌라고...'의 상황을 연출한다. 그것은 옳은 코메디가 아니다. 코메디가 듣는 나와 상관 없을 순 있지만, 말하는 너와는 붙어 있어야 한다. "내가 재밌는 얘기 해줄게-"로 서두를 시작한다면 정말 기가 막히게 재밌어야 한다. 반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냐면-"으로 시작하는 개그는 조금 용서가 된다. 화자가 겪은 일은 보너스 점수를 받는다. 코메디의 다큐멘터리 점수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면 다시, 첫번째 말장난이 왜 훌륭한가. 그것은 나의 상황에 코메디를 섞었기 때문이다. "우리반이 왜 쓰레기야"라고 뱉기 위해선,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 반이 1반이어야 한다. 일종의 선택받은 자만 할 수 있는 코메디다. 하지만 코메디란건 대부분이 그렇다. 모두가 모든 코메디를 할 수 있는건 아니다. 하지만 선택받은 어쩌구는 조금 과장했는데, 사실 선택받는게 아닌 선택을 하는거에 가깝다. 내가 가진 재료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 그것이 코메디의 기본이다. 좀 오래된 예시지만, 이수근이어서 키컸으면을 외칠 수 있는거다. 하승진은 키 작았으면을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1반이어야 "우리반이 왜 쓰레기야"를 뱉을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단순하게 정리하고 끝낼 이야기는 아니지만, 저 짧은 말장난을 백날 천날 물어뜯을 순 없으니 이쯤에서 대충 정리하려고 한다. 환경적인 요인 외에도, 사람들이 <일반 쓰레기>라는 문구를 얼마나 잘 인지하고 있는지. 화자가 1반이란건 인지하는지. 같은 1반 사람들로 하여금 소속감을 가지게 하는지. 웃기려는 의도는 감추고 정말 모욕을 당한 듯 불쾌해하는 목소리 연기는 충실한지. 만에 하나 실패해도 그냥 혼잣말이라 대충 넘어가도 될 안전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지까지. 언젠가 다시 이 문구 앞을 지나갈때 이 코메디를 떠올릴지까지. 끝도 없는 확장성을 가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냥 "으~ 아재 개그~"하고 하급의 개그로 치부해도 어쩔 수 없지 뭐. 난 3반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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