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책을 넘기다가 나와 눈이 마주친 한 문장
“표현력은 단어와 단어의 연결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내 직업은 글로 또는 소리로 표현하는 직업이라 그런가
표현이란 말만 보면 마치 길을 가다 친한 사람을 우연히 만난 것처럼
더운 여름날 운전하다가 시원한 빙수집을 발견한 나처럼 새삼 반가워한다
이럴 때면 내 마음의 서랍 속 작은 마을이 화창하게 떠들썩해진다.
나는 잠시 그들을 잠재우고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 그 문장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표현력이 단어와 단어의 연결을 정확히 하는 것이란 말이지
이제 난 이 문장을 조금 베어 물고 그 알맹이를 입 안에서 돌돌 굴리다가 단어의 연결성에 대해 생각해 본다
괜히 이전에 썼던 문장들을 들여다보며 그들이 맺곤 했던 관계에 대해 묻곤 한다
한 단어와 단어 사이가 엄마와 딸처럼 손을 따뜻하게 맞잡은 관계도 있고
말싸움하는 연인처럼 토라진 관계도 있다
그렇게 그들 사이에는 말투가 있었고 드라마가 있었다
때론 그들과 내가 삼각관계인 것처럼 서로 다른 방향을 볼 때면
독자들 혹은 내 마음을 전달받은 사람들은 외계어를 보고 듣는 것처럼 혼란스러워한다.
아마 외계어를 해석하느라 여간 애 좀 먹을 것이다
나만 아는 문장들 나만 아는 이야기
이들은 모두를 통역사로 만든다
물론 이 자체를 의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는 나의 표현들과 그들이 맺는 이야기가 해석하느라 애쓰는
표현이 아닌 발견의 반가움을 주는 이야기이고 싶다.
마치 내가 앞에 책 문장을 보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린 것처럼 말이다.
나를 비롯해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자신의 언어가 적절히 연결되어 진심과 가장 맞닿아있는 표현으로
자신의 삶을 채우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