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발걸음에는 어젯밤 시원하게 틀어놓고 잔 바람의 끝맛이 남아있다.
처음에는 뜨거운 온도를 견디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렸지만,
여름도 진득한 사랑 중이라 뜨거운 것이겠거니 하고 웃어넘긴다.
무엇인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때면
옆에 진득하게 있고 싶은 마음이 영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여름이 사랑하고 있는 존재는 어쩌면 미처 떠나지 못했던 지난봄이 아니었을까
아니면 겨울일지도
기승을 부릴 정도로 뜨겁게 품고 있으니 말이다.
장마가 내리는 걸 보면 여름이 사랑하고 있는 대상이
겨울이라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너무 꽉 품은 나머지 품 속의 작은 겨울이 녹아버린 것이다.
그 품속이 너무 꽉 끼었는지 눈물을 흘릴 때면
우린 가방에 구비되어 있는 우산을 꺼내곤 한다.
솔직히 여름과 겨울의 사랑언어가
세상을 이렇게 변덕스럽게 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원래 사랑이란 게 일관적일 수는 없다.
변덕스러워야 사랑이고
흔들리며 변덕의 중심을 잡아가는 게 사랑이니까.
그러니 머지않아 여름과 겨울도 변덕의 중심을 잡고
작은 계절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물론 그럴 때 즈음 가을이 찾아오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아쉬운 대로 우린 여름의 맛을 달콤한 변덕의 맛으로 기억하며
가을을 반갑게 맞이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