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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야금 하는 희원 Jul 12. 2024

제법, 향기로운 하루

그의 향기가 되고 싶었다

세상의 향기가 되고 싶었다

그렇지만 정작 내가 맡고 싶은 풋내는 없었다


나에게 어울리는 향이 사이다만큼 청량한 향인지

숲 향이 진하게 배기는 향인지 맡아볼 수 없었다

나라는 향기를 맡지 못하는 비염에 걸렸던가

어쩌면 세상을 항해하는 내내 외로웠을지도 모르겠다


터벅거리던 발걸음이 싫지 않았고

투덜거림을 평범한 말로 생각했는데

이는 나에 대한 배려가 아니었다


때론 성가신 눈초리로 바라보기도 했고

힘껏 토라지기도 했는데

이 또한 나에 대한 배려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내 소란했던 향기를 은은한 바람에 흘려보내고

문뜩 지나쳤던 그늘 바람에 기대고 싶은 그런 하루이다.

가끔은 넘어지기도 쏟아내기도 하는 이 길이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말이다


다시 한번

난 세상의 향기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이 길은 제법 외로웠을 테다

그렇다고 그 외로움을 지우고 싶지는 않다

비록 외로워서 시작한 걸음이 이로 인해

사랑을 알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조금씩 내 향기를 느끼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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