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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런 Jun 16. 2024

김포에 삽니다.

김포에 산다고요?

우리 부부는 지금도 그렇지만 부동산에 무지하다. 부를 쌓기는 힘든 스타일이다.

김포로 왔을 때 지인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어떤 이들은 직설적이었다.


“거기 집 값 안 오르지 않아요?”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쉽지 않다던데......”

“학군도 별로지 않나.”

"교통도 불편할 텐데."


 어떤 이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거나 괜찮다는 듯이 어깨를 툭툭 쳤다. 전국이 집을 사냐 파냐 하며 들썩일 때였다. 이사 올 당시 우리가 판 집은 집값이 올랐고 김포는 그대로였다. 우리는 돈과는 영 인연이 없나 보다 생각했다. 대부분 축하보다는 위로와 안타까움 같은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속상했다.


 우리는 한겨울에 김포로 왔다. 아무 연고 없는 외진 곳에다가 창 밖으로는 나지막한 겨울 산이 보였다. 그해 겨울은 유독 추웠다.

당시 초등 저학년과 유치원생 남매는 그 겨울 자주 병원에 갔다. 그 또래 아이들이 그렇듯이 소아과, 이비인후과, 안과, 치과 등 각종 병원을 시시때때로 들려야 했다. 병원은 도보로 가기 힘든 곳이었다. 당시만 해도 자차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두 남매 손을 하나씩 나누어 잡고 병원에 가야 했다.


 그런데 택시가 오질 않았다. 지나다니는 택시도 없었고 스마트폰으로 콜을 해도 기다림만 계속될 뿐이었다.

남매는 오랜 기다림에 코와 볼이 빨개지곤 했다. 나의 초조한 마음은 불안함으로, 불안함은 화로 바뀌었다. 어느 날은 30분도 넘게 서 있었다. 손발이 얼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김포의 바람은 드셌다. 결국 택시는 오지 않았다.


"택시가 안 와. 아무리 기다려도 말이야. 왜 김포에는 택시가 없는 거야? "


 나의 분노는 남편에게 향하곤 했다. 나는 몰랐다. 내가 평생 살았던 서울은, 특히 내가 살았던 곳은 외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집 앞 몇 발자국만 나가면 쉽게 택시가 잡혔다. 지하철 역을 중심으로 각종 병원이 건물마다 몇 개씩 있었다. 당연하게 누렸던 것이 당연하지 않았음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게다가 가장 그것들이 필요한 시기에 말이다.

 

 김포는 지형상 서울과 다른 경기도와 떨어져 있다. 그래서 단기간에 여러 지역을 돌아야 하는 택시 기사님에게 김포는 좋은 목적지는 아니다. 그래서 김포 지역 내에서만 운영하는 ‘이음택시’라는 게 있는데 그마저도 잘 잡히지 않을 때가 많다. (다행히 지금은 꽤 잘 잡히는 편이다.)그러나 다른 지역에서 김포로 오는 택시를 잡기는 쉽지 않다. 얼마 전 부천에서 밤 12시가 넘어 김포로 가는 택시를 잡는데도 한참이나 걸렸다. 한번은 아무리 기다려도 택시가 잘 잡히지 않아 서울을 한번 경유한 다음, 김포로 들어온 적도 있었다. 택시를 갈아타야 하는 웃픈 상황을 겪었던 것이다.  


 그동안 나는 편안한 것들에 길들여져 있었다. 지역 내에 잘 조직되어 있는 교통수단 덕분에 늘 계획한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 늘 넘쳐났던 편의시설 덕분에 나는 언제나 원하는 것을 적당히 구매하고 이용할 수 있었다. 김포로 오자 그동안 내가 누렸던 안락함에 금이 갔다. 나는 불편했고, 자주 화가 났고, 때로 분노했다.


  그 해 겨울, 오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나는 인내를 배웠다. 아픈 두 남매의 발개진 볼을 보며 내가 그동안 누렸던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포살이에 대한 사람들의 아리송한 반응에서 난생처음 주거지에 대해 성찰하게 되었다. 계획대로 되지 않았던 수많은 "계획"들에 나는 더 관대해질 수 있었다.

 

 주거지가 바뀐다는 것이 삶의 양식이 바뀐다는 것이다. 환경이 바뀌니 당연히 나의 생활 방식도 변해야 했다.

나는 그동안 내가 누렸던 것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대신 새롭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자 결심했다.


그리하여 나의 첫 결심은 "운전"을 하는 것이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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