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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May 25. 2020

합격하고도 입학을 다시 고민하게 된 사연

일하면서 공부하는 것은 굳은 의지가 필요해

설마 떨어지겠어?라는 생각으로 임했던 면접이었지만 그래도 합격했다고 연락 오니 마음 한 구석에는 안도감과 뿌듯함이 밀려왔다. 그래서 부모님께도 이 사실을 알려드리니, 그렇게 좋아하신 것은 아니지만.... ‘그래 뭐, 알아서 해라.’ 정도의 허락은 받게 되었다. 몇 달이 지나 등록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안내 메일을 받을 즈음, 엄마가 말했다.


“엄마는... 너가 간다고 하니까 그냥 두려고 했는데, 그걸 꼭 굳이 해야겠어? 그냥 일 열심히 하고, 애들 잘 가르치고. 틈틈이 운동도 하고, 그렇게 좀 편하게 살지. 박사 딴다고 엄청 달라질 것도 아닌데... 한 번만 더 생각해봤으면 좋겠어.”


엄마의 말속에서 이 말을 할까 말까 무척이나 고민했다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오로지 나를 염려하는 마음에서 하는 이야기였고, 그런 마음이 느껴지니 갑자기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갈까? 말까?


정말 한 열흘을 매일같이 고민했던 것 같다. 엄마 말처럼 어차피 간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면... 지금의 삶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면... 하루하루 나이를 먹으며 체력이 떨어지는 것도 느껴지는데... 굳이 이걸 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그러다가 또 어떤 날은 지금이야 그래도 이렇게 열심히 하면서 보람도 느끼면서 살지만, 안 그런 순간이 왔을 때, 내가 내 마음처럼 좋은 선생이 되지 못할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먹고살기 위해 이걸 계속 지속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싶은 날도 있었다. 그리고 어차피 인생에 투자를 한다고 생각해보고 뭔가 새롭고 도전적인 일을 하기에는 지금이 가장 적당한 때가 아닐까? 더 늦어서 하고 싶으면 그땐 진짜로 늦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답답한 마음에 주변에 조언을 구해보았으나... 나는 원래 귀가 얇아서 학창 시절 친구들이 귀로 날아도 다니겠다고 했던 사람인지라, 정말 이 말을 들으면 이 말이 맞고, 저 말을 들으면 저 말이 맞았다.


그러다 나처럼 뒤늦게 대학원을 가서 박사까지 따고 현재 강의를 하고 있는 아는 언니를 만났다. 언니는 당시 대학원을 가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올인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내가 걱정하는 상황과는 조금 달랐지만 나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하나 던져 주었다.


박사과정을 공부하는  
마치    갖고 있는 조커 같은 거야.
너한테 인생에서 이걸      있는
기회가 있고  타이밍은 정하기 나름이야.


그러니까 너에게 망설임이 있다면 
급하게 가지 .
하지만 중요한   언제라도 
 조커를   있어. 그때 가면 .

언니는 천재였다고 고백하고 싶다. 여태 하던 고민에 있어 가장 중요한 조언이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아주 드물게 석사, 박사를 여러 개 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은 평생에 한 번을 하지 않는가. 그건 지금도, 50대에도 나만 원한다면 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한, 내 인생에 남은 조커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번에 이 카드를 쓰면, 다시는 쓸 수 없기도 하다. 그렇기에 지금 안 간다고 영영 못 간다 생각할 필요도 없고, 간다면 하나 남은 좋은 패라고 생각하고 올인하면 될 일이었다.


언니는 이 말을 했던 것을 잊었을지 모르지만 난 그 이후에도 오래오래 이 말을 기억하며 내 마음을 다잡았다. 왜냐면 난 이 말을 듣자마자 자신 있게 등록금을 내버렸고,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현재까지는 대학원에 간 것을 후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엄마의 질문은 돌고 돌아 내 마음을 더 굳건하게 해 줬고, 때론 흔들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한 일이니 견디기 위해 노력했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기회란 게 있다. 그리고 대학원은 딱 한 번 주어진 기회이기도 하다. 정확한 때에, 굳은 의지로 시작해야 한다. 그랬을 때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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