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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Jun 10. 2020

3월의 설렘은 대학원생에게도 유효하다

그리고 바보짓도 역시 유효하다...

3월이 시작됐다. 아이들도 새 학년이 되어 개학을 하고, 나도 새 신분으로 입학을 했다. 만물이 소생하는 시기가 가져다주는 생동감이 느껴지던 이 시기, 봄이 찾아온다는 것은 참 아름다웠지만 그 안을 잘 들여다보면... 정신줄을 놓을만한 살인적인 스케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그걸 전혀 자각하지 못했다. 그저 퇴근하고 대학교 캠퍼스로 간다는 사실에 설레고 신이 났을 뿐이었다.


3월 첫 주, 대학원 수업은 오리엔테이션 기간이 시작되었다. 물론 수강신청은 이미 마친 상태. 교수님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이미 교수님이 어떤 수업을 들어야 하는지를 정해주신 상황이었다. 이번 학기는 총 3과목(9학점)을 듣게 되고 한 과목은 전공 필수, 한 과목은 연구방법, 한 과목은 다른 전공 수업이었다. 대학원은 학교마다 사정은 다를 수 있지만 내 세부 전공과 관련한 수업이 여러 개 개설된다는 보장이 없다. 특히 일반대학원의 경우 주간(낮) 수업이 메인이다 보니 야간(저녁) 수업은 강의 수가 적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진짜 듣고 싶은 수업이 낮에 있으면 포기해야만 했고, 듣고 싶지 않아도 시간이 맞는 수업이 밤에 있으면 그냥 그걸 들어야 했다. 


그래도 나는 다행히 이번에 선택한 다른 전공의 수업도 내 관심 분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업이라 나름의 기대를 갖고 있었다. 또 내 세부 전공은 아니니까 적당히 여유롭게 들으면 되겠지?라는 약간의 간사한 마음 역시 존재했던 것 같다.


드디어 첫 수업 날. 1년 중 가장 바쁜 3월이다 보니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우선 모든 걸 제쳐두고 나왔다. ‘오리엔테이션이라 금방 끝날 텐데 더더욱 늦음 안되지.’ 생각하며 도착한 캠퍼스. 청춘의 공간에는 생기가 가득한 대학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어쩜 이렇게 싱그러울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것 중에 하나. 젊었을 때의 아름다움. 그때는 한없이 촌스럽고 부족해 보이지만 자체만으로도 반짝거리는 그 느낌. 괜히 같은 길을 걸으며 그들과 동화되어가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저녁 6시. 나는 등교, 그들은 하교를 할 시간이었다. 그들과는 반대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본격적인 학교 구경이 시작되었다. 캠퍼스 풍경도 뭔가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과 많이 달랐고, 학생들의 모습도 그러했다. 사람이 많고 붐비는 것을 몹시 싫어하는 나이지만, 왠지 그들 틈을 비집고 걸어가는 이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괜히 학교 안에 있는 카페에도 들러 커피 한 잔을 샀다. 마음은 분주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 어떤 의무도 지워지지 않은 이 상황을 누리고 싶었다. 그렇게 완전히 새로운 상황 속에서 여유를 만끽하던 나는...... 잠시 후 첫 번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강의실을 못 찾고 헤매기 시작한 것이다: 분명 정확한 건물을 찾아간 것은 맞는데...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헤맸지만 여전히 내가 찾는 강의실은 보이지 않았다. ‘어떡하지....’ 여유 부리다가 난 그렇게 첫날부터 지각을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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