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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Nov 24. 2023

왜 보통의 육아인가

나에 대한 이해로부터의 출발

나는 예전부터 면접을 볼 때 나를 소개하는 것이 참 어려웠다. ”자기소개를 해보세요. “라는 질문을 받으면 늘 내가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누구인가. 다른 사람에게 몇 문장으로 나를 표현한다면 무엇이라고 말해야 하나.’ 늘 눈앞이 캄캄했다. 그래서 어려운 지식을 묻는 질문들보다도 나를 설명해야 하는 그 순간이 더 힘들었고 항상 만족스럽게 답을 해본 적이 없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아마도 면접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마치 내가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포장해서 자신감 넘치게 표현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나를 불편하게 한 것 같다. 본래 나는 자기 PR 시대에 맞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고 내가 아닌 나를 꾸며내는 것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신에 그런 상황이 아닌 자연스러운 때에 나를 소개할 수 있다면 나는 나를 ‘보통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사전에 ‘보통’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았다.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음. 또는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아니한 중간 정도. 그것이 ‘보통’이라는 단어의 의미이다. 이 단어는 내가 생각하는 나와 아주 잘 어울린다. 나는 지금까지 아주 특별하지도 않았고 늘 중간 정도의 능력치를 가지고 내 삶을 꾸려왔다. 교실 속에서도 조용히 어느 한 자리를 채우고 있었고 졸업 후 선생님들의 인식에 크게 남아있지 않을 학생이었다. 사회생활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지극히 평범한 구성원으로 그냥 내 할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 너무 눈에 띄지도, 그렇다고 뭔가를 잘못하거나 피해를 주지는 않는 사람. 그냥 평범하고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무던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이다.


그런 나에게 아기가 찾아왔고 나는 엄마가 되었다. 엄마가 되고 나니 여러 엄마들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ㅇㅇ엄마, 엄마표 ㅇㅇ 등 여러 SNS에서 특별한 엄마들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처음에는 몇 개 읽어보기도 하고 따라 해보기도 했다. 육아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 멋진 엄마들의 화려한 정보력에 기대어 하루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또다시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뭔가가 나랑 맞지 않는 기분. 그것은 내가 보통의 엄마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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