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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Nov 24. 2023

보통의 육아

프롤로그

지금 방에 누워서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나의 아가는 오늘로 태어난 지 138일이 되었다. 아기를 낳았을 때부터 글을 쓰고 싶었다. 이 아이와 함께 하는 매 순간 내가 느끼는 감정, 아이를 관찰하면서 발견된 아주 작고 사소한 변화, 남편과 나눈 대화들 중 그 무엇도 잊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이러한 것들을 기록해야겠다고 늘 생각했지만... 그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나에게는 눈을 뜨는 순간부터 크고 작은 미션들이 주어졌고 그걸 수행하다 보면 어느덧 밤이 되었다. 물론 밤이 된다고 해서 육아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아기가 잠든 순간부터 또 내 앞에 놓여 있는 많은 일들을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지쳐서 잠드는 날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쓰는 일이 차일피일 미뤄지기 시작했다.


글을 바로 쓰지 못했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과연 아이를 낳자마자 내가 아이를 키우는 일에 대해 이야기할 자격이 되느냐에 대한 부분이었다. 물론 그 순간순간의 이해를 바탕으로 글을 쓰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그래도 나의 섣부른 생각들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100일의 기적을 맞이하고 나면 글을 써야지'하고 다짐했던 나는 138일, 아기가 태어난 지 19주 하고도 5일이 지난 오늘 처음으로 나의 아이와 내가 함께 하는 삶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한다.


글을 쓰는 이유는 나의 삶을 기록하는 차원이 가장 중요하기도 하지만 많은 이유로 아이를 원하면서도 낳는 것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라는, '함께 하면 좋겠어요'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이다. 그냥 보통의 사람이, 평범하게 아기를 키우는 이야기가 힘이 되어서 또 하나의 새 생명을 만날 수 있다면 그것만큼 의미 있는 일이 있을까 싶다. 물론 내가 쓰는 글이 나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누군가에게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더 큰 부담을 가져다줄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최대한, 나의 마음을 잘 담아서 차분히 이야기를 이어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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