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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비스톤 May 06. 2024

고흥 팔영산을 처음 만난 날

벗들과 함께


버스 창가에 앉아

들판에서 뛰어놀고 있는

초록이들에게 손 흔들어준다.

버스가 달리고

들뜬 내 마음도 달린다.


등산로 머리,

연두와 초록 향기에 마취되기 시작한다.

따스한 햇살이 목덜미를 어루만지고

어린 이파리들

소녀들의 웃음소리처럼 재잘거린다.

멀리서 팔영산 봉우리들이

어서 오라 손짓한다.


이마를 간지럽히는 바람

숲이 숨 쉬는 소리

기분 업되어

내딛는 발걸음이 가볍다.


1봉에 올라서자

바닷가 섬들이 옹기종기

반신욕 중이다.

크게 호흡하니

허파 속으로 초록 알갱이들이

빨려 들어온다.


오르락내리락

자기한 여덟 개 봉우리

바다와 섬들의 파노라마

눈이 즐겁다.

잠시 바위에 걸터앉아

커피 한잔

눈, 코, 입, 귀, 목덜미

오감이 호강하는 날이다.


꿈틀꿈틀

정상까지 밀고 올라가고 있는

연둣빛 탱크들

두 주먹 불끈 쥐고

뛰어오르고 있는

 혈기들

바라보는 내 가슴도 

뛰기 시작한다.


한걸음 한걸음마다

묵은 찌꺼기 한 움큼씩  뱉어낸다.

에어팟을 끼고 <템페스트>를 듣는다.

살랑살랑 바람 타고 선율이 흐르고

어느새  마음은 초록 이파리 

 잡고 을 춘다


오랜 기간 홀로 산행만 고집하다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벗들과 함께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


산행 27년 만에 처음 만난 팔영산


너와 친하고 싶다.



그날의 포토제닉 '해무'



2024.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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