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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비스톤 Aug 03. 2024

손자와 보낸 일주일

서울 사는 딸이 손자를 데리고 울산에 놀러 왔다.

한 살 반 꼬맹이의 첫 울산 나들이였다.


아내는 며칠 전부터 분주하게 음식재료와 고기를 준비하고 일주일간 메뉴를 짰다.

외할아버지인 나도 강습을 포함 모든 일정을 미루고 딸과 손자 나들이 일정에 맞추었다.

운전기사부터 해야 할게 많았다.


KTX역을 걸어 나오는 딸 표정이 밝았다.

요놈의 자식 몇 달 새 많이 컸네


집에 들어오자 환한 웃음 속에

가득 퍼지는 따뜻한 기운이

온 구석구석 알알이 박혔다.


아내 정성이 듬뿍 들어간 요리를

맛있게 먹고 나서

소파에 앉아 딸의 옛 사진을 꺼내

손자와 닮은 곳을 찾아보았다.

웃는 모습이 붕어빵이다.


웃음소리


우리는 거실에서 시간을 멈추게 하고

행복의 공간으로 올라탔다.



콩콩콩콩

아이고 요놈아 밑집에서 전화 오겠다

야외용 자리, 이불, 요를 꺼내 거실에 쫙 깔았다.

모든 게 신기한가 보다

천방지축 한시도 가만있지를 못하고 뛰어다녔다.


내 FJ 성격대로 미리 계획한 일정으로 움직였다.

울산 명소, 애기 놀이공간,  맛집을 하나하나 탐방했다.




하늘이 온통 푸르른 날

따스한 햇살아래

손자와 호수공원을 걷는다


큰 발자국 작은 발자국

손자 웃음소리가 들꽃 향기 속으로 톡톡  퍼져나간다


시간이 멈추고

우리는 사랑 속 꽃길을 걷는다


저녁을 먹고 나서

손자에게 기타를 쳐준다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손자는 내 앞에서 재롱떨고

나는  손자 앞에서 재롱떨고




딸년이 저녁에 티브이를 못 보게 했다. 뭔 일?

애기 때 티브이를 보면  정서성장에 방해를 한다나...

살다 별 얘길 다 들었지만 딸년 말대로 했다.


"애들은 들판에서 뛰어다니면서 커야 되는데... "

"아빠,  그건 옛날 얘기에욧!"


입 닫았다.

아내보다 더 무서운 딸이다.


몇 달 만에 본 손자는 돌 이전 딸네집 가서 봤던 애기가 아니었다. 유모차에 태울 때를 제외하고는

한시도 눈을 못 떼고 지켜보거나  안고 있어야 했다.


에고 힘드네

초보 할아버지 티가 확 났다.


"아빠,  자주 놀러 와도 돼요?"


"… 자주 오는 건 좋은데…

3일 정도만 머물러 주셔"


딸이 웃으며 말했다.

"내려오면 기본이 일주일인디요"


일주일을 무사히(?) 보내고

KTX역으로 배웅하는 길,

기분이 묘했다.


태풍이 지나간 느낌이었다.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

경험해 보니 맞는 말이다.


아내가 어깨가 아프다며 주물러달라고 했다.

아직 할 일이 남았네


나도 일주일 동안 그놈을 자주 안고 다녔더니


에고,  허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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