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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에 대한 아랫집 배려

by 헤비스톤


우 다 다 다

콩 콩

몇 달 전보다 뜀박질이 찼다.

쿵쿵 소리도 졌다.


일 년 칠 개월 된 손자가

넉 달만에 또 놀러 왔다.

몸무게가 늘었고

뛰는 속도도 라서

뛰어다니는 소리에 좌불안석이 되었다.


다음날 아침에

밑집 현관문에 쪽지를 붙여두었다.


안녕하세요?

윗집 000호입니다.

서울에서 손자가 놀러 와서 일주일간 쉬다 가는데

자주 콩콩거리며 뛰어다닙니다

거실에 요와 매트를 깔았는데도 소리가 크게 들릴 것 같네요

많이 거슬리더라도 일요일 오전까지 이해 부탁드립니다

불편하실 때 전화 주시기 바랍니다

010-0000-0000

000호 드림


그날 오후에 폰으로 문자 메시지가 왔다.


안녕하세요

밑집 000호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몇 번 마주쳤는데 이렇게 인사드리네요

저희 아이들 할머니댁 가면 밑 집 연락받고 늘 혼내게 되어서 자주 못 가게 되더라고요

저희도 아기 키우는 집이라 백번 이해하니 아이들 혼내지 마시고

마음껏 놀다가 좋은 추억 가지고 갔으면 좋겠어요

더위에 건강 유의하시고 다음에 마주치면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눈물 날 뻔했다.

아래층에는 아파트 승강기에서

몇 번 인사한 젊은 부부가 살고 있는데

답변내용을 보니 나보다 어른스럽다.


고맙다는 문자를 다시 보내며

시간 봐서 집 앞에서 맥주 한잔 사겠다고 했다.


또 회신이 왔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저흰 괜찮으니 아기 자주 놀러 와서 즐겁게 실컷 놀다 갔으면 좋겠네요^^



최근 충간소음 갈등로 종종

안 좋은 일이 발생해서

손자가 뛰는 소리에 신경이

곤두섰는데 문자 내용을 보고

안심이 되었다.

밑집 젊은 부부의 너그러움과

배려심이 바다처럼 넓은 것 같다.


아래층 젊은 부부 덕분에 손자와

일주일 동안 소중한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딸과 손자가 머무는 마지막 날,

베란다 밖에서

짹짹짹 새소리와 함께

따사로운 아침해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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