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비스톤 Apr 01. 2024

꽃비가 내리는 날이면 생각나는... (상)

영화 : 오직 그대만

김 윤아 ‘봄날은 간다’ 노래를 들을 때마다 기억을 헤집고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내 가슴에 시집 한 권을 안겨주며 읽을 때마다 자기를 생각하라고 말한 사람.

벚꽃이 휘날리던 날 소리 없이 사라져 버린 사람. 그 사람이 생각나는 영화를 봤다.     




야간에 주차장 관리 일을 하는 남자에게 앞을 못 보는 여자가 찾아와 말을 걸면서 스토리가 시작된다. “이 김밥 못 생겨도 맛은 좋은데 드실래요?” “저 미래향 일주일에 한 번씩 꼭 물 주셔야 돼요” 여자의 목소리가 상큼상큼 톡톡 터진다. ‘저기요...’ 하며 말을 더듬거리는 남자에게 “저는 저기요가 아니고 정화인데요” 손을 내민다. 남자의 마음속으로 한줄기 초록향기가 살며시 스며든다.


바람이 몹시 불던 날, 어느 산 정상에서 처음 본 내게  그녀가 했던 말 “김밥 하나 드실래요?”    

 

지팡이 탁탁 치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도 그녀가 오고 있다. 남자의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주차 박스에서 나가다 넘어져 다친 정화를 병원에 데려간다. 치료를 마치고 철민은 정화를 업고 그녀 집까지 바래다준다. 수고했다며 콘서트 입장권 두 장을 주는 정화. “ 같이 갈 사람이 없는데요” 철민의 말에 정화가 답한다 “ 같이 가 드릴까요?”

콘서트 장, 듀엣이 부르는 노래는 정화와 철민의 가슴속으로 날아와 살포시 내려앉는다.

‘꽃이 되세요. 당신은 향기로운 봄이군요. 당신이군요. 내가 기다려온 사람...’


처음 그녀를 집에 바래다준 날 내게 ‘봄날은 간다’ 영화 티켓 두 장을 선물했다.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그녀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사랑도 한 번쯤 바람이 분다. “내가 후져서 말 못 했던 거예요” 좋아하는 여자에게 자신의 과거를 말하기 싫어하는 남자. 머리띠를 선물하려고 정화 집을 찾은 철민은 정화를 추행하는 직장 팀장을 발견하고 실컷 두들겨 패서 쫓아낸다.

어린 골든레트리버 한 마리를 정화에게 선물하는 철민. “혼자 있지 말고 얘 하고 같이 있어요”


어느 날, 그녀는 내게 책 한 권을 안겨주었다.

자기가 쓴 책이라고 하며 책상에 꽂아두고 천천히 읽어보라고 했다.


노란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핀 강가를 철민과 정화 둘이서 다정하게 걷는다. 철민이 고아원에 있을 때 친구들과 뛰어놀았던 곳. 정화가 예쁜 돌멩이를 두 개 집어 든다. “난 이 돌을 아저씨라고 생각하고 가지고 다닐 거예요. 아저씨도 이걸 나라고 생각하고 가지고 다녀요” 철민의 얼굴을 더듬어보는 정화. “이렇게 하면 아저씨가 보이는 것 같아요” 햇살은 음악이 되어 날아들고... 긴  입.맞.춤.  

철민이 말한다

“빨리 돈 벌어서 작은 공방 하나 차리자. 그릇도 만들고 화병도 만들고. 배달은 내가 할게”


그녀와 봄향기 가득한 유채 밭을 걸었다. 미술과 음악을 얘기하고 산을 얘기했다.


(하편에 이어집니다)



표지사진: Daum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좋아한 아티스트 (호세 펠레치아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