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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비스톤 Sep 01. 2024

층간소음에 대한 아랫집 배려


   

  쿵 

몇 달 전보다 뜀박질이 다.

쿵쿵 소리도 다.


일 년 칠 개월 된 손자가

넉 달만에 또 놀러 왔다.

몸무게가 늘었고

뛰는 속도도 라서

뛰어다니는 소리에 좌불안석이 되었다.


날 아침에

밑집 현관문에 쪽지를 붙여두었다.


안녕하세요?

윗집 000호입니다.

서울에서 손자가 놀러 와서 일주일간 쉬다 가는데

자주 콩콩거리며 뛰어다닙니다

거실에 요와 매트를 깔았는데도 소리가 크게 들릴 것 같네요

많이 거슬리더라도 일요일 오전까지 이해 부탁드립니다

불편하실 때 전화 주시기 바랍니다

010-0000-0000

000호 드림


그날 오후에 폰으로 문자 메시지가 왔다.


안녕하세요

밑집 000호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몇 번 마주쳤는데 이렇게 인사드리네요

저희 아이들 할머니댁 가면 밑 집 연락받고 늘 혼내게 되어서 자주 못 가게 되더라고요

저희도 아기 키우는 집이라 백번 이해하니 아이들 혼내지 마시고

마음껏 놀다가 좋은 추억 가지고 갔으면 좋겠어요

더위에 건강 유의하시고 다음에 마주치면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눈물 날 뻔했다.

아래층에는 아파트 승강기에서

몇 번 인사한 젊은 부부가 살고 있는데

답변내용을 보니 나보다 어른스럽다.


고맙다는 문자를 다시 보내며

시간 봐서 집 앞에서 주 한잔 사겠다고 했다.


회신이 왔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저흰 괜찮으니 아기 자주 놀러 와서 즐겁게 실컷 놀다 갔으면 좋겠네요^^



최근 충간소음 갈등종종

안 좋은 일이 발생해서

손자가 뛰는 소리에 신경이

곤두섰는데 문자 내용을 보고

안심이 되었다.

밑집 젊은 부부의 너그러움과

배려심이 바다처럼 넓은 것 같다.


아래층 젊은 부부 덕분에 손자와

일주일 동안 소중한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딸과 손자가 머무는 마지막 날,

베란다 밖에서

짹짹짹 새소리와 함께

따사로운 아침해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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