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가르치는 게 직업이다 보니 사람들을 처음 만나거나 학기가 시작되어 새로운 학생들을 만날 때면 늘 받는 질문들이 있다. 어떻게 하면 영어가 향상되는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더 잘 알아듣고, 잘 말할 수 있는지, 더 잘 쓸 수 있는지 기타 등등.
그럴 때면 나는 늘 똑같은 얘기를 한다. 시간을 투자하라고. 노력과 시간을 투자 안 하고 잘하길 바라는 건 놀부 심보인 거 아닌가.....라고 까진 말하진 않지만, what you put in is what you get out이라고..... 영어권에 살며 영어를 충분히 구사하지 못하는 건 스스로의 삶을 제한하는 것이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없게 만드는 심각한 장애물이 될 뿐이라고..... 그래서 이민자들은 기를 쓰고 영어를 늘려야 한다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민이라는 일생일대의 결정을 하고 왔건만, 현실은..... 영어 때문에 한국에서 했던 비슷한 수준의 직업을 찾기는 힘들고, 당장 수입은 필요하니 기본급을 주는 일들이라도 찾으면 다행이고, 아이들 교육이 이민의 주 이유였는데, 막상 아이들이 학교에서 뭘 배우는지 어떻게 생활하는지 학교 선생님들과도 소통이 잘 안 되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매일매일 생기는데, 이런 크고 작은 일들이 마음대로 해결이 안 되고, 그러다 보니 답답함이 늘어나고, 스스로 자꾸 위축되고.....,
여유롭고 좋은 환경에서 살며,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싶어 왔는데, 여유는 커녕 하루하루 삶에 찌들어 가는 스스로를 보며.... 이러려고 이민 왔나 하는 자괴감으로 어느새 또 다른 괴로움과 고민이 시작된다.
그런 와중에 그래도 남아서 어떻게든 잘 정착하기 위해 버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런 삶은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며 한국으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많이 있다. 뭐가 옳고 그른 것도 아니며, 이렇게 해야 하는 게 맞다는 정답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민 생활이 녹녹지 않은 거다. 뭐 하나 내 맘대로 되는 일이 없는 데다 몸고생, 맘고생은 끝이 없다.
그럼에도 이민자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하루하루를 잘 버티며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것이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건 영어를 늘리는 일이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잘 안 되면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써먹을 수가 없다. 기를 쓰고 영어를 늘려야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온다. 내가 살아본 뉴질랜드는 기회의 땅이다. 노력하는 이들에게는 정당한 대가가 주어지는 정의로운 나라다. 그 노력이라는 것은 영어가 기본이며, 근면함과 정직함이다.
영어는 정말 힘들다. 내가 경험해 본 결과, 영어는 내가 극복할 수 없는 한계다. 그래서 나는 포기했다.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쓰고 싶다는 20여 년 전의 내 꿈을...... 아마 이 꿈은 내가 죽을 때 까지도 못 이룰 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절망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이곳에서 살기 위해, 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이 정도의 영어를 구사하면, 괜찮은 정도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래도 내 영어 수준에 만족하진 않는다. 나는 매일매일 영어 공부를 한다. 새로운 단어나 관용구를 만나면 뜻을 찾아보고, 기억하려고 노력하며, 신문기사나 영어교육에 관련된 학술지를 틈틈이 찾아 읽으며, 계속 영어공부 중이다
...... 그게 내가 오늘, 매일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다. 그러다 보면 지금은 끝이 안 보이고 답답한 일상이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더 많은 기회가 올 수 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될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