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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Jay Feb 03. 2024

부모의 세계

결혼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도 큰아이를 임신하고, 둘째를 낳아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그 긴 시간 동안 난 미처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게 얼마나 큰 책임인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결혼할 나이가 되어 당연히 결혼하는 거라 생각했고, 큰 문제없이 곧 아이가 생겨 행복한 임신 기간을 보내고 아이를 낳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게 당연히 따라야 할 순리인 듯 그렇게 나는 부모가 되었다.

하지만 부모로서 정신적으로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았던 나는 큰아이가 태어난 첫날부터 아이를 낳아 책임진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온몸으로 체험하기 시작했다.  초산이었던지라 아이를 낳는다는 거 자체가 엄청난 걱정이었고, 낳고 난 후 산후조리는 물론, 한국도 아닌 뉴질랜드 병원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본인조차 잘 건사하지 못하는 친정엄마에게 산후조리를 기대할 수도 없었고, 아버님을 도와 종종 일을 하시던 시어머니에게 멀리 뉴질랜드까지 오시라고 부탁할 만큼 뻔뻔하지도 못했고,  그 당시 교민들 중에 산후조리를 도와줄 분을 찾는 건 불가능이었기에  난 그냥 포기하고, 남편과 둘이 알아서 잘해야겠다고 마음먹었었다.


그리고 출산당일, 하루종일 진통을 하고 첫 아이를 밤 12시 다되어  만났다...... 조그맣고 연약한 나의 첫딸... 2.5kg를 겨우 넘어 다행히 인큐베이터행을 피하고, 그때부터 시작된 나의 육아전쟁... 이곳은 한국과 달리 기가 태어난 순간부터 바로 엄마옆에 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그 당시엔 겁이 났었다. 방금 태어난 생명을 나 혼자 돌봐야 하다니...... 그렇게 출산 첫날부터 나는  내가 낳은 딸아이를 온몸으로 책임지기 시작했다. 모유수유부터 기저귀갈기, 재우기.....

어찌어찌 며칠이 지나 집으로 돌아갔을 땐 더 큰 공포와 긴장감이 생겼었다. 그나마 병원에선 급하면 도움을 청할 간호사들이라도 있었지......


지금 생각해 보면 한 생명을 지켜내야 한다는 절박함에 또 아기가 아프지 않게 잘 돌봐야 한다는 엄청난 중압감에 산후조리고 뭐고 신경 쓸 겨를도 없었고, 시간은 그냥 그렇게 흘러갔다.  와중에 출산 후 찾아온 몸의 변화... 자연분만으로 큰 비상상황 없이 무난하게 나았지만 초산이었던지라 말로만 듣던  찢어지는 고통을 체험했고, 꿰매어 놓은 상처에 염증이 생겨 한참 고생했었다.... 게다가 경험이 없다 보니 모유수유하는 것도 첫 몇 주는 엄청 힘들었었다. 너무 조그맣게 태어난 딸아이는 지도 힘들었는지 밤과 낮이 없이 2-3시간마다  깨서 울어대는 통에 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했고, 항상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피곤에 절어 있었다...... 밤과 낮이 없는 육아..... 처음 하는 모유 수유부터  아기가 언제 깨어 울까 불안해, 밥은 물론 샤워등 뭐든 후다닥 끝내느라 항상 긴장에 혼이 쏙 빠져 있었다.  

그렇게 첫아이를 어느 정도 키워내고 둘째를 임신 하고... 그나마 둘째는 첫 째를 키운 경험으로 좀 수월했던 거 같다.  그렇게 아이들이 태어나 어린이로 자라날 때까지는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였지만, 정신적으로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 이었던 듯하다. 잠든 아가를, 내 아이를 보며 느껴지는 행복감..... 그래서 그 힘든 육체노동을 잘 견딜 수 있었나 보다.

그리고 그 어린이들이 자라 십 대가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을 가고...... 이제는 육아에서 벗어나 학부모의 시기를 지나며,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지만, 이젠 정신적인 육아로 접어든듯하다. 몸은 거의 다 자랐지만, 마음이 아직 한창 더 자라야 할 딸아이들을 돌보는데 필요한 정신 육아. 그래서 지금은 중년에 접어들어 부쩍 약해진 약해진 내 체력을 보완할 더욱더 단단한 마음이 필요한 시기다...... 그래서 어쩌면 자식 키우기는 부모의 체력이 많이 요구되는 유년기와 아동기,  몸은 덜 힘들지만 머리로 마음으로 더 힘들어지는 사춘기를 지나 어른으로 키워내는, 정신육아의 단계를 다 거쳐야 끝나는 고단한 일임을 나는 이제야 깨닫는 듯하다.... 육체노동과는 비교도 안되고, 차원이 다른  정신 육아의 세계...... 이 과정을 잘 마치고 나면, 난 부모로서의 내 임무를 어느 정도 완수하게 되는 걸까? 분명 또 다른 차원의 부모의 세계가  펼쳐지겠지 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건 왜인지...... 부모 되는 길이 이렇게 힘들고  험난한지 미리 좀 교육도 받고 준비를 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후회해 봤자 이미 지난날들을 되돌릴 순 없으니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공부하며 남은 육아를 열심히 해야겠다 스스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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