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수술한 엄마의 다리의 회복이 너무 더디어서 동생과 함께 담당 의사 선생님과 면담을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동생이라는 녀석이 말을 건넨다.
"누나야 카톡 프로필 사진이 이게 뭐냐? 나잇값 못하게"
"뭐다?"
이 한마디에 나는 또 자존감의 게이지가 팍팍 떨어지고 있었다.
사실 마흔이 넘어서 나보다 훨씬 어린 연예인 덕질하는 모습이 어떻게 보면 철없이 보일 수도 있고 이 녀석이 말한 대로 나잇값을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은 한다. 그런데 급 기분이 나빠진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덕질. 학생시절에는 젝스키스팬으로 노랑이를 좋아했고 테이프가 늘어나도록 노래를 들었었는데 성인이 되면서 세상과 부딪히며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어 덕질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가끔 tv에서 아이돌가수의 노랫소리가 들려올 때면 알아먹지 못하는 노랫말과 시끄럽게 들려오는 음들이 거슬려 리모컨 전원을 눌러버리는 나. 정말 내가 나이가 먹었나 보다 생각하며 씁쓸한 마음을 품게 되었다.
2020년 9월 어느 날.
차 안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가 내 가슴에 와닿았다.
허공을 떠도는 작은 먼지처럼
작은 먼지처럼 날리는 눈이 나라면
조금 더 빨리 네게 닿을 수 있을 텐데
-bts 봄날-
이 노래는 눈물이 바다와 함께 크고, 깊었던 그날을 추모하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bts 멤버들은 듣는 이들에게 맡긴다고 이야기했지만 말이다.
나에게 봄날은 희망과 슬픔이 함께 담겨 있다. 새롭게 도전하고자 하는 선에서 두 발을 딛었을 때 들었던 노래 내게 용기, 희망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모든 걸 다 내려놓아야 할 때도 이 노래가 함께 했다. 그랬던 노래이기에 이 노래를 부른 이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들이 말하는 어록들이 그저 좋았다. 나보다 어린 그들이지만 삶의 방향을 제대로 잡은 그들이기에 본받을 부분들이 많다.
bts 멤버들 중 가장 애정하는 멤버는 슈가, 민윤기이다. 처음에 bts 노래가 좋아서 전 멤버에 관심을 갖다가 유재석, 조세호의 유퀴즈 방송에서 bts가 게스트로 나오는 방송을 보고 슈가에게 더 애정하게 되었다. 사람의 눈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매력이 있는 그, 그의 포부와 진실된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조금은 부족하지만 과하지 않는 선에서 덕질을 하게 되었다.
나의 덕질은 내게 용기, 희망을 안겨주었다.
dream 그대의 창조와 삶의 끝에 함께 하길
dream 그대의 자리가 어딜지라도 관대하길
-so far way-
이 곡은 슈가가 인생의 시작에서 힘들어하는 아미들을 위로하는 곡을 만들었다. 이 곡 노랫말에 '결국 시련의 끝에 만개하리 dream'이라는 부분이 있다. 사실 오랫동안 고민하고 복작한 마음이 함께 하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모든 걸 놓고 다른 길로 갈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끝내 마음이 닿지 않아 다시 놓은 걸 다잡아서 출발선에 두 발을 내디뎠다. 힘듦이 많은 시간들이 있지만 내가 가고자 하는 그 길을 끝까지 걸어가고 싶다. 그 끝에는 노랫말처럼 만개하리라 생각한다. 나의 꿈이...
사람들 앞에 나서길 어려워했고 두려워한 나인데 나는 강사의 길을 걷고 있다. 새로운 강의를 할 때면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준비를 하고, 반복을 하지만 그 떨림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 길이 보람 있다. 떨려서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마음이 벅찬 마음으로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그 기분이 좋다.
bts 멤버들은 자신들의 길, 음악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엄청난 노력으로 쌓은 운명의 문을 열었다. 나도 늦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지만 노력할 것이다. 나만의 브랜딩을 하면서 dream, 그 운명의 문을 열어보도록 할 것이다.
이런 영향을 받은 40대의 저 정말 나잇값 못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