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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메이커 Jul 01. 2020

히말라야에서 경험한 인종차별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삶

2017.10.21, 토 오후


  듣자마자 기분이 팍 상했다. 우리가 무슨 고성방가를 지르며 시끄럽게 했나? 다 같이 힘들고 지치지만 힘내자는 의도로 밝게 인사를 주고받은 게 전부였다.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밝게 인사를 주고받았지만 이 백인 아주머니는 뭐지? 컨디션이 많이 안 좋으셔서 예민하신 건가? 동양인이라고 괜히 인종 차별하며 시비를 거시는 건가? 함께 인사를 주고받았던 현지인들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 자리를 떠났다. 순간적으로 욱하는 마음에 화를 내고 싶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상황에 너무 당황스러웠다. 또한 짧은 영어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아예 무시하며 못 알아듣는 척하려다가 잘 참고 우선은 '알았어요, 미안합니다'는 말과 함께 그곳을 지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당황스러웠다. 트레킹을 하며 만났던 사람들 중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오면서 느낀 대로 이런 사람들 때문에 불필요하게 내 에너지를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지만 과하게 남을 의식하거나 신경 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아니었기를 바라지만 여러 국가에서 비슷한 경험을 몇 번 했었는데 알고 보니 백인우월주의로부터 나오는 인종차별인 경우가 많았다.)


야크 : 해발고도 4,000~6,000m에 이르는 곳에서 서식하는 소목 솟과에 속하는 포유류.



  드디어 해발고도 4,910m에 위치한 로부체 마을 도착. 



나의 포터(짐꾼) 라즈.


힘들어도 이 맛에 올라가는 거지.



  '행복이 별거냐? 이런 게 행복이지!'


  저 멀리 마을이 보이고 그 앞에 라즈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라즈는 나보다 먼저 도착해서 방을 예약해둔 상태였다. 나 혼자 사용할 수 있는 곳이었으며 그것도 해가 잘 드는 따뜻한 방이었다. 이 녀석 어리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다. 며칠 동안 물로 씻기는커녕 속옷과 양말을 자주 갈아 신지도 못했지만 그럼에도 뭔가 행복하고 좋았다. 간단히 짐을 정리하고 침대에 앉아 창문으로 들어오는 해를 쬐고 있으니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왔다. 지금 자면 밤에 잠들기 어려울 것 같아 선크림을 덧바르고 밖으로 나갔다.


  '와! 최고다 여기'


  로지 밖으로 나가자마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세계 최고의 만년설산들이 뿜어내는 웅장함과 아름다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었다. 쿰부 히말라야 대자연에 압도당하며 서서히 주변 산책 후 방으로 들어왔다. 아직도 여전히 소화가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래도 감사하게 식욕은 있는지 3,500 원 하는 공깃밥을 시켜 미리 준비해온 고추장과 캔 참치를 비벼 마늘 수프와 함께 조금 이른 저녁을 먹었다. 속이 더 불편해지기 전에 미리 소화제도 한 알 먹었다.


달력 모델.


현지인과 엄청 친해 보이지만 방금 만나서 사진만 찍은 사이.


트레킹 하며 수도 없이 외치던 말, '나는 할 수 있다.'


속이 더부룩했지만 참치 캔에 고추장을 비벼서 맛있게 먹었다.


  저녁을 먹으며 혼자 트레킹 중인 사람들을 만났다. 작년까지 중학교에서 과학 선생님으로 재직하시다 올해 퇴직하신 60세 일본인 아저씨. 산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분이셨다. 우리나라도 7번 넘게 방문하셨고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등 한국의 명산들을 모두 등반해본 경험이 있으셨다. 내 나이 때의 아들, 딸들이 있으신 아저씨와 나는 서툰 영어지만 30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아저씨는 중간중간 일본어와 특유의 일본인 스타일의 추임새를 섞어가며 말씀하셨다. 그분의 포터 또한 친근했고 착해 보였다. 결혼 3년 차 24살의 포터. 1살 된 딸이 있고 여기서 포터로 일하며 생계유지를 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24살에 아빠이며 남편이라니 대단했다. 부럽기도 했지만 24살에 집안의 가장으로 생계를 책임지며 살아간다는 게 가능할까 싶었다. 


  잠시 후 40대 전후로 보이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의 남자를 만났다. 한 달 휴가 중 3주를 네팔에서 보내는 그가 부러웠다. 서양인들을 만나 대화를 하면 할수록 우리나라도 이런 휴가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경우 연평균 5~6일 정도 휴가를 사용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2주 이상의 코스인 히말라야 트레킹에 도전하는 것은 어려운 편이다. 또한 이들처럼 충분한 여유를 누리며 세계 곳곳을 자유롭게 경험하는 것도 어려운 것 같다. 몸도 마음도 피곤했지만 하산 중인 스페인 남자로부터 들은 따끈따끈한 EBC와 칼라파타르 등반 후기는 나를 더 설레고 기대하게 했다. 아쉬웠지만 트레커들과 못다 한 이야기는 다음을 기약하며 방으로 들어왔다. 돌아보니 정말 쉽지 않은 하루였지만 오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낸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 여기서 잠깐!

1. EBC
Everest Base Camp의 약자로 에베레스트 산을 등반하기 위한 기지가 될 캠프. 일반인들이 쿰부 히말라야 지역을 트레킹할 때 가장 많이 찾는 지역이며,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지역이다. 

2. 칼라파타르
해발고도 약 5,550m에 위치한 히말라야 산맥의 일부. EBC와 마찬가지로 이 지역을 트레킹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이며 에베레스트 산을 감성하기 위해 가장 접근하기 쉬운 봉우리이다.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지 일반인들에게 결코 쉽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산악 장비 없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지역이다. 칼라파타르 봉우리에 오를 경우 에베레스트 산은 물론 로체 산과 눕체 산의 빼어나게 아름다운 풍경을 바로 눈 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



  '건아! 오늘도 정말 수고했어.'


햇볕에 노출된 부분은 빨갛게 익어버렸다.








누군가의 인생에 '울림'을 주는 삶을 꿈꿉니다.

916일 동안 80개 국가, 300개 도시를 방황하였고, 조금 다른 인생을 나만의 페이스로 살아가는 중.


- 개인 키워드 : 동기부여(울림), 가족, 약자, 자신감, 리더십(영향력), 강점, 세계일주, 퇴사(전역), 도전, 성취, 강연, 공감, 글, 코칭, 관계, 멘토, 달리기(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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