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도 워라밸’? 워킹맘이 워라밸을 즐긴다니! 다소 불가능해 보이는 조합이다. 연재 기획명을 이렇게 지어놓고 어떤 콘텐츠로 채워야 할지 고심했다. 그 끝에 낸 나름의 결론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좀 더 즐겁고 의미 있게, 가끔은 아이 없이 여유를 누리며 엄마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을 소개하면 어떨까. 세상 모든 엄마들의 워라밸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일상에서 무언가를 기념하는 날이면 빠지지 않는 이것. 선물이 생각나지 않을 때 가장 부담 없이 들고 갈 수 있는 이것. 케이크다. 그간 케이크는 우리의 일상에 자주 등장했지만 그다지 특별하진 않았다. 공장에서 비슷비슷하게 찍어낸 브랜드 케이크 아니면 좀 더 신경 썼다는 느낌을 주고 싶을 땐 수제 케이크 정도. 아이가 태어난 후 케이크는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백일, 돌 같이 아이에게 중요한 기념일이나 매년 돌아오는 생일과 크리스마스 그리고 200일, 300일, 500일 같이 함께 보낸 시간이 꽉 채워지는 어떤 날을 기념하며 우리 집 테이블엔 어김없이 케이크가 올랐다. 이런 날은 세 식구가 케이크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셀프 기념사진을 남기게 되니, 그 중앙에 자리한 케이크가 차지하는 비주얼은 무척 중요하다. 입가에 크림을 잔뜩 묻혀 가며 한입 물고, 최고로 행복하다는 아이의 표정을 만들어주는 역할도 케이크의 몫이다.
다가오는 아이의 1000일, 이번에는 케이크를 좀 더 특별하게 준비하고, 몇 가지 장식 소품도 곁들여 홈파티 느낌을 내고 싶었다. 요즘에는 흰색 아니면 초콜릿색 두 가지로 나뉘던 케이크에서 탈피, 식용 색소를 이용해 다양한 색을 입히고 그림을 그리거나 원하는 메시지를 적어주는 ‘레터링 케이크’가 인기다. 주로 개인이 하는 작은 가게들이 선보이며, 저마다 색감의 톤이나 개성적인 그림, 서체 등이 특화되어 있으므로 SNS에 올라와 있는 이미지를 비교해보며 원하는 느낌을 고르는 것이 좋다. 보통 SNS에서 유명한 레터링 케이크 업체들은 전화 상담 불가, 모든 주문 과정부터 예약 방문 안내까지 카카오톡으로 이뤄진다. 카카오톡 채널에서 예약 가능일을 확인하고 채팅을 통해 맛, 사이즈부터 모양, 컬러, 서체, 문구 등 디자인 요소를 정하면 된다. 컬러와 서체, 문구는 각 업체의 인스타그램에 있는 샘플 사진을 참고해 조율하는 것이 빠르다. 보통 4만원대부터 시작하고 호수(크기), 그림이나 문구 등 장식 추가에 따라 가격이 올라간다.
아이 기념일을 위해 미리 인스타그램에서 ‘픽’ 해놓은 레터링 케이크 가게의 문을 두드렸다. 사랑스러운 하트 모양에 딸의 최애 색깔인 핑크를 입히고 레드 컬러로 1000일 축하 메시지를 적기로 했다. 한글도 가능하지만 이미지적으로 영어가 예뻐서 영어 문구로 정했다. 알록달록한 스프링클(제과, 제빵용 장식)까지 뿌려달라고 요청, 완성되면 제대로 된 파티 느낌 케이크다!
드디어 1000일. 저녁을 먹은 후 8시쯤, 남편과 아이를 방으로 들여보냈다. 남편이 아이와 놀아주며 시간을 끄는 동안 혼자 서둘러 파티 준비를 해야 했다. 큼직한 유니콘 헬륨 풍선을 테이블 뒤로 띄우고, 그 옆으로 장식할 파스텔톤 풍선을 힘껏 불고 있는데 ‘다다다다’ 소리와 함께 아이가 거실로 뛰어들었다. “엄마, 이거 뭐예요?”라며 눈이 반짝반짝한 딸. “이런, 서프라이즈 파티는 물 건너 갔구나. 엄마랑 같이 풍선 불자!” 깜짝 이벤트가 아니면 어떤가, 셋이 파티를 준비하는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더 큰 추억으로 남을 테니.
빨리 파티하자고 재촉하는 아이 때문에 장식은 최소한으로 마무리하고 오늘의 메인, 레터링 케이크를 케이크 스탠드 위에 올렸다. “우와, 내가 좋아하는 하트랑 핑크다, 핑크!” 케이크를 보자마자 좋아서 소리 지르는 아이를 보니 준비한 보람이 있었다. 가장 좋아하는 원피스를 입고 기념일마다 재활용 중인 은색 고깔모자까지 쓰고 주인공석에 앉은 딸. 초에 불을 붙여 주니 목청 높여 생일 축하 노래를 선창하는 씩씩한 4살이다. 셋이 함께 불을 끄며 아이가 태어나고 함께 보낸 우리의 1000일을 추억하고, 축하했다. 아빠 엄마의 마음을 적은 케이크에 아이가 한껏 행복해했으니, 이만하면 오늘 케이크는 임수 완수!
SNS에서 찾은 비주얼 맛집, 레터링 케이크 가게
서울라이츠
지하철 3호선 금호역에서 가까운 서울라이츠는 페파피그, 스누피, 미키마우스, 짱구 같은 귀여운 캐릭터 케이크로 아이 엄마들에게 인기가 좋은 곳이다. 비비드한 색이 부담스러운 어른의 기념일에는 파스텔톤 크림에 영어 필기체 레터링을 장식한 세련된 디자인을 선택해도 좋을 듯. 카카오톡 채널에서 그 달의 예약 가능일을 확인하고 채팅을 통해 상담 및 주문이 가능하다. 맛은 바닐라시트와 초코시트 중 선택할 수 있고 가격은 4만2000원부터 시작한다.
모드에
성신여대 근처에 위치한 모드에는 사랑스러운 컬러, 깔끔한 레터링을 조합한 케이크로 20대 여대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곳. 딸기우유색, 레몬색, 연하늘색 같이 은은한 파스텔톤에 아기자기한 영어 문구를 더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클래식한 레이스 장식 케이크는 브라이덜샤워, 결혼기념일, 프러포즈 용으로 인기가 많다. 바닐라시트에 계절 과일과 생크림 조합, 초코시트에 바나나와 초코 생크림 조합 2가지 맛 중 선택 가능하다. 주문은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받는다. 가격은 1호 4만원부터, 2호 5만5000원부터.
커밍케이크
연남동의 작은 가게 커밍케이크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6만명이 넘는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곳. 맛은 바닐라시트, 초코시트, 얼그레이시트 중 선택 가능하고 크림은 모두 크림치즈가 올라간다. 한강 잔디 위 노을을 찍은 사진을 시안으로 완성한 케이크, 밤하늘에 반짝이는 은하수를 떠올리게 만드는 케이크 등 개성이 넘친다. 레터링의 서체도 다양해 글자 그 자체가 아름다운 디자인이 된다.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주문 가능하며 컬러, 레터링, 크림 장식 등의 디자인을 원하는 대로 맞춤 제작해 준다.
데일리타임즈W 에디터 김보령 dtnews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