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돌봄이란 무엇인가?
# 슬기씨, 돌봄을 부탁해
#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
# 초록비책공방
# 2021년 12월
# 한 줄 추천평 : ★★★★☆ 요양보호사, 요양보호사를 꿈꾸는 사람들의 필독서, 돌봄에 대해 가르쳐주고, 좋은 돌봄을 고민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 읽기 쉬는 정도 : ★★★★★ 매우 쉽게 쓰여있다.
간병인과의 에피소드를 하나도 갖고 있지 않은 인턴이 있을까. 근무 시간으로 보이는 때에 간병인 유니폼을 입고 대학병원 외래를 전전하는 간병인도 많이 보였다. 환자가 환자를 간병한다(다른 말이지만 환자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고 느낀 적도 참 많다). 평균 50대로 보이는 여성들이 담당하고 있는 병원과 요양원에서의 돌봄 노동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었다. 그리고 대학병원에서 떠나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가거나 집에 머무는 환자들에게 제공되는 가정 방문 간호나 돌봄의 실제를 알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읽게 되었다. 요즈음 읽었던 장애와 관련 책들과 연결되는 지점도 많았다.
생애 주기에서 돌봄을 받지 않는 사람 없고, 주지 않는 사람도 없다. 반려라는 것도 결국 돌봄의 상호작용이다. 근데 좋은 돌봄이란 진짜 너무너무 어려움을 다시금 느끼게 해 준다.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도, 돌봄을 제공받는 사람도, 그리고 그 가족도, 우리 모두 '돌봄'이라는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야만 한다. 이 책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쉽게 쓰였고 진심이 느껴져서 참 좋다.
돌봄의 영역이 점점 확대되고, 간병과 돌봄의 경계도 희미해진다. 코로나 판데믹이 지속되며 병원과 비병원의 경계도 없어지는 와중에 방문 돌봄 서비스는 70% 이상 중지되었다고 하는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돌봄에 대한 논의도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에 대한 내용까지 담고 있진 않다.
이 책은 실전 돌봄 교과서이다. 1장에서는 돌봄의 정의와 함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절차, 신청 방법, 유의 사항 등에 대해 쉽게 설명해준다. 2장부터 가상의 인물 요양보호사 김슬기 선생님의 하루를 따라가 보고, 특히 치매 환자의 돌봄은 챕터를 분리하여 강조한다. 돌봄 노동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과 산재, 성폭력, 감정 다스리기 등에 관한 내용도 직업 종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좋은 돌봄을 위해 요양보호사들의 가이드라인이 될 책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짐을 개인의 몫으로 넘기는 제도권의 뒷모습도 보이는 듯해 불편하다. 요양보호사들을 보호할 사회제도적 장치가 거의 없고, 사랑, 희생, 열정, 존중과 같은 좋은 말로 압박하기 딱 좋다.
요양보호사에 의한 폭력, 성추행뿐만 아니라 요양보호사에 대한 성추행 기사도 자주 들려온다. 초고령화 사회가 얼마 남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돌봄 노동이 지속적으로 양지화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보면 돌봄 전문 종사자로서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스스로 지키는 게 얼마나 힘든지가 느껴진다. 돌봄이라는 행위 자체가 가부장제 역사 속에서 저소득, 여성들의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 취급당했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