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아름다운 제주바다
제주에 머무는 동안 친구가 다녀가기로 했다. 며칠 있는 동안 프리다이빙 강습을 함께 받는 건 어떠냐고 한다.
"프리다이빙? 그게 뭐야?"
프리다이빙이라는 것을 처음 들었다. 내가 아는 다이빙은 스쿠버다이빙 밖에 없는데. 뭔지 모르겠지만 친구가 하고 싶다 하니 하겠다고 했다. 스쿠버다이빙을 예약했던 강사님께 연락드려 혹시 프리다이빙도 하는지 여쭤보고 안 한다고 하셔서 프리다이빙 강사님을 소개받았다. 애초에 스쿠버다이빙 전문 센터에 프리다이빙을 가르쳐주냐고 물어보는 거 자체가 다이빙 세계를 전혀 모르는 머글이 할 법한 말이었다. 스쿠버다이빙 강사님을 통해 알게 된 프리다이빙 강사님에게 연락을 드렸고, 프리다이빙 강습 일정 확정과 예약을 모두 마쳤다. 당시엔 잘 몰랐지만 5월이라는 시기가 제주바다에서 다이빙을 하기엔 조금 이른 시기였다. 비수기였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일정대로 수월하게 교육 날짜를 잡을 수 있었다.
https://freedivingjejubd.modoo.at/
친구가 머무는 시간과 나의 해녀학교 등교 시간 때문에 3번의 방문으로 끝낼 수 있는 AIDA2 코스를 나흘에 걸쳐 받았다. AIDA1 코스도 있지만, ADIA2 내용에 AIDA1이 다 들어가기 때문에 구태여 AIDA1과 2를 구분해서 강습받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AIDA2 자격 코스를 등록했다. 즉, AIDA2 자격을 얻는 데에 있어 AIDA1이 필수는 아니다.
AIDA2 자격을 얻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완료해야 하는 과제들이 있다. 버디나 세이프티 기준 외에 프리다이빙 종목에 있어 필수 요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물속에서 숨 참기 (static apnea, STA) : 2분 이상
둘째, 물속에서 오리발 신고 잠영 (Dynamic with fins, DYN) : 40m 이상
셋째, 덕 다이브 (duck-dive)로 들어가서 오리발차기로 (Constant weight, CWT) 수심 16m (→ 12m) 다녀오기
넷째, 이론 필기시험 100점 만점에 75점 이상
세 가지의 다이빙 시험과 한 가지의 필기시험을 모두 통과해야만 AIDA2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21년 5월 내가 AIDA2를 딸 때, 8월 남편이 AIDA2를 딸 때까지만 해도 CWT 기준이 수심 16m였는데, 9월이 되었더니 이 기준이 12m로 낮아졌다. 전 세계 프리다이빙 강사들이 프리다이빙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16m가 너무 높은 기준이라고 하여 AIDA2 CWT 기준을 완화하였다고 한다.
21년 5월 20일 오전 9시부터 약 3시간이 걸쳐 이론 수업을 받았다. 물속에서 하는 놀이, 운동이다 보니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중점적으로 배웠다. 그것과 큰 상관없는 생리학 관련 내용도 있다.
이론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으라면 ‘절대 혼자 다이빙하지 말 것’이다. 한 명의 버디와 함께 두 명이 팀으로 다이빙해야 한다. 해녀의 세계에선 ‘물벗’이라고 부르는 파트너가 바로 프리다이빙에선 버디이다. ‘버디는 생명줄’이라는 말도 있듯 예기치 못한 위험이 생겼을 때 구해줄 사람이다. 바다에서 펀 다이빙을 혼자 할 기회가 많이 있고, 그리고 너무나 나가고 싶었지만 한 번도 혼자 나간 적이 없다. 혼자 다이빙하기가 두려운 점은 혹시나 바위나 해초에 손이나 오리발이 꼈을 때이다(이런 적이 한 번도 없지만 혼자 다이빙을 한다고 상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다). 제주 펀 다이빙 버디인 해녀학교 동기는 처음 가보는 지형과 예상할 수 없는 파도가 가장 무섭다고 한다. ‘혼자 바다 다이빙하기’에도 무서운 점이 각양각색이다.
프리다이빙 호흡법에 대해 배운다. AIDA2에서 뿐만 아니라 모든 프리다이빙에서 가장 기본이자 필수가 되는 호흡법이다. 호흡법과 함께 dry static 시간을 재보았다. ‘호흡 충동’이라는 것을 처음 들었고, 처음 경험했다. 숨을 쉬고 싶어 져도 더 참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배웠다. 숨을 뱉고 싶어지는 느낌,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배가 꿀렁꿀렁 대는 것을 조금만 더 참아보라는 선생님의 응원과 함께 숨 참기를 했다. 내 생애 처음 느껴본 호흡 충동이다. 나의 횡격막과 친해져야 하는 프리다이빙이다.
그리고 압력 평형에 대한 이론을 듣고 압력 평형을 해보았다. 친구는 발살바를 사용했고, 나는 프렌젤을 사용하는 압력 평형을 했다. 프렌젤 압력 평형을 연습해야 한다고 자기 전에 1000번 연습하라는 무서운 당부의 말과 함께 이론 수업을 끝냈다.
오전의 이론 교육을 끝내고 점심으로 흑돼지를 포식한 후에 올레 7-1코스를 걸었다. 그리고 저녁 겸 술자리로 딱새우회를 비롯한 안주와 함께 와인을 마셨다. 딱새우회가 먹을 때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밤새 토사곽란을 했다. 애월에서 멀지 않아 자주 갈 수도 있었던 이자카야지만 다시는 안 가게 되었다.
21년 5월 21일 오전 9시부터 약 3시간 동안 제한 수역(수영장)에서의 STA(static apnea)와 DYN(dynamic with fins) 연습 및 테스트가 있었다. 밤새 토를 한 후라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다. 애월에서 서귀포로 넘어가는 데 1시간의 운전 역시 친구가 대신 해주었다.
최초의 스태틱 기록은 귀여운 2분 10초이다. 덕 다이브 연습과 다이나믹 연습을 그리고 버디 역할을 해보았다. 그리고 수영장이 작아 2번의 턴을 해야만 했던 40m 다이나믹도 진행하였다. 스태틱과 다이나믹 테스트를 한 번에 통과했고, 다이나믹 연습을 더 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가야 할 것 같아요.”
하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수영장을 떠났다.
DYN은 Dynamnic with fins의 줄임말이다. 이와 반대되는 용어는 DNF Dynamic no fins가 있다. 두 개의 차이는 핀을 신느냐 마느냐이다. AIDA 코스에선 1,2,3,4까지 노 핀 필수 이수 항목은 없다. 강사 과정에 들어가야 노 핀 세션이 있다.
21년 5월 22일 토요일. 13시부터는 해녀학교를 가야 하기 때문에 오늘도 9시에서 12시까지 오전에만 프리다이빙 교육을 받았다. 드디어 바다로 나간다!!!!!! 보목포구에서 배를 타고 섶섬으로 갔다. 스쿠버다이빙을 할 때는 하효항에서 섶섬으로 갔는데, 보목포구는 섶섬에서 훨씬 가깝다. 구두미 포구가 더 가까울 것 같은데, 구두미 포구는 그다지 포구로서 기능이 없어 보인다.
섶섬에서 물질을 하는 해녀 삼촌 한 분을 만났다. 이곳은 수심이 10m가 넘기 때문에 아마도 상군 해녀이실 것이다. 섶섬을 밥먹듯이 나오시는 선생님께서도 이렇게 해녀 삼촌이 물질하시는 모습을 처음 보셨다고 한다. 우리는 방해하지 않으려는 마음과 물질하시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고 싶은 마음과 싸우며 해녀 삼촌과 거리를 두고 바라보았다. 수면에 올라온 해녀 삼촌께서 뭐라고 말씀하셨는데, 제주어와의 장벽으로 알아듣지 못하였다.
바다에서는 덕 다이브 연습을 했고, 이후 FIM(free immersion)을 배웠다. FIM은 다른 장비 없이 즉, 피닝과 같은 추진력을 얻는 행위 없이 오직 로프를 당기는 힘으로만 다이빙을 하는 프리다이빙 종목이다.
21년 5월 22일은 기념할 만한 날이다. 어릴 적 바다에서 잠영하던 그 모든 것이 사실은 프리다이빙이었지만, 이퀄이 필요할 정도의 수심까지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바로 이 날이 내가 처음으로 바다에서 프리다이빙을 경험한 날이 되었고, 앞으로 나의 인생에서 프리다이빙은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처음에는 약 12m 정도로 줄을 내려주었고 한 번에 성공, 이후 16m에서도 한 번에 성공하였다. 선생님께서 민망할 정도로 후한 칭찬을 해주셨다. 내 생애 첫 FIM의 자세는 아주 어색하다. 고개는 들려있고, FIM이라기엔 피닝도 한다. 압력 평형을 하는 시기도 왔다 갔다 하고, 당시 바닷속으로 들어갈 때의 만족감, 행복, 즐거움, 릴랙스 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뻣뻣한 느낌이 생생하다. 하지만 16m의 바다로 들어가는 느낌은 황홀했다. 숨을 참으며 파랑의 세계에 맨 몸으로 들어간다.
21년 5월 23일 일요일 마지막 프리다이빙 교육날이다. 오전 10시 반에 만나 오전엔 개방수역(바다)에서 교육을 받고, 돌아와서 이론 시험까지 치는 일정이다. 친구는 여전히 압력 평형이 잘 되지 않아 고생하고 있다. 바다가 있어도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일 것이다. 그래서 전날 밤 프렌젤 압력 평형 관련 유튜브 영상을 많이 찾아보며 연습하였다. 나는 그냥(?) 프렌젤이 되어서 혀 근육의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주기가 어려웠다. 유튜브 영상과 혀 움직임에 대한 깊은 고뇌 끝에 10번 하면 5번 정도 되는 것 같다는 결과물을 얻고 다시 바다에 나갔다.
오늘은 16m CWT를 도전하는 날이다. 처음 해 본 CWT도 자세가 엉망이다. 줄을 눈앞에 두고 가야 하지만 뒤통수에 두고 뭘 보고 내려가는 건지 알 수 없는 움직임이다. 고개는 한껏 들려있고 휘젓는 팔도 다이빙에 적합한 자세가 아니다. 또, 올라올 때는 부이와 너무 떨어져서 위험하다.
이상한 자세에 이상한 다이빙이었지만, 큰 무리 없이 해냈고, 모든 테스트를 한 번에 통과한 드문 학생이라고 또 폭풍 칭찬을 하셨다. 칭찬에 후한 선생님이시다. CWT 16m를 3번 성공한 후 자유로운 펀 다이빙 시간을 가졌다. 귀를 뚫으며 내려가 섶섬의 멸치 떼를 만나는데, 이런 행복이 있을까 싶다.
친구는 8m까지 내려갔고, 압력 평형의 문제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였다. 왜 선생님이 압력 평형 연습을 1000번씩 하라고 했는지 이해가 갔다. 꽤나 큰 금액을 지불하고 교육을 받는 건데, 목표한 자격을 얻지 못하면 본인의 손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압력 평형을 선생님이 어떻게 뚫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 선생님의 입장에서도 꽤나 안타까운 상황일 것 같다. 다행히 매우 긍정적인 성격의 친구는 바다에 나와서 이렇게 노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즐겁다고 도리어 선생님을 안심시켰다.
덕 다이브는 AIDA2를 배울 때도 잘 못했고, 지금도 잘 못한다. 덕 다이브라는 것을 어릴 때부터 그냥 바다에서 놀면서 잠수하러 들어갈 때 아주 많이 했는데, 그때에 몸에 붙어버린 절차기억 때문인 듯싶다. 무언가를 새로 배우는 것보다 이미 몸에 밴 잘못된 자세를 고치는 게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린다. 아마도 우아하고, 나 스스로가 만족하는 덕 다이브를 할 때까지는 오래 걸릴 듯싶다. 매일매일 덕 다이브 연습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