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은어/유행어
프리랜서로 마케팅 프로젝트를 진행한 지 6개월. 대표님들과의 첫 미팅 전에 간단한 콘텐츠 시안을 준비하면서 챗 GPT 도움을 톡톡히 받고 있다.
인하우스 마케터로 일하면 일에 치여 이런 AI나 새로운 트렌드를 실무에 적용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프리로 일을 하기 시작하니 오히려 이런 신문물(?)을 학습하면서 나도 리프레시가 되는 느낌이다.
그동안 챗GPT를 활용하며 얻은 실질적인 노하우와 유용한 활용법들을 하나씩 공유해 보려고 한다. 마케터라면 누구나 자신의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을 내용이니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콘텐츠 기획의 핵심은 키 메시지, 특히 잠재고객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만 잘해도 트래픽은 따 놓은 당상이 되고 광고의 성패가 갈리기도 한다.
뷰티 업계에서 4년 동안 일했던 동료 마케터의 말이 떠오르는데 "뷰티도 은근 뇌절 심한 업종이에요. 깐달걀 없으면 콘텐츠가 안 터져요. 똑같은 게 또 터질까? 싶지만.. 터지더라고요" 이 말을 듣고 깨달았다. 마케터에게는 식상(= 흔히 뇌절이라고 하는)한 것도 소비자에게는 익숙하면서 새롭고, 재밌는 표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광고에 은어나 유행어를 쓰는 게 중요한 건 모두가 동의한다. 하지만 마케터가 모든 업종의 은어나 유행어를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방법이 없진 않다. 가장 많이 알려진 방법은 네이버 블로그나 카페, 커뮤니티(블라인드) 등을 모니터링하는 것. 오래 들여다볼수록 알짜배기 표현들이 쌓이는데 평소 접하지 못한 연령이나 성별이 있다면 그들이 즐겨 쓰는 말투를 배우기에도 딱 좋다.
예를 들면 이런 은어들.
[1] 고1~3 수험생 타겟
: 스카이, 서카포, 서성한, 중경외시, 의치한약수 등 대학을 묶음으로 칭하는 용어부터 O컷, 문 열고(닫고) 들어간다, 순공시간 등 친구들과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내뱉는 표현 + 과목/유명강사/밈을 만들어내는 세대이기 때문에 끝없이 나올 것이다.
[2] 육아맘 타겟
: 그들의 일상에 공감해 줄 육퇴, 독박육아, 랜선이모부터 아이들의 활동과 연계된 문센(문화센터), 키카(키즈카페), 수유텀 등 실용적인 용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 소개팅앱 UA 캠페인을 진행할 때 데이팅앱, 매칭서비스, 결혼정보회사 3가지 비즈니스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를 분석해서 유용하게 활용했다. 처음에는 생소한 도메인이었지만 초반에 시간을 들여 소비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표현을 정리해 놓으니 콘텐츠 제작에 들이는 시간이 엄청나게 단축됐다.
챗 GPT 질문, 시작이 반이다. 5개월 정도 써보니 처음부터 완벽한 질문을 하는 것보다는 처음엔 제너럴 하게 질문을 던지고 점점 구체화하는 방법이 더 효율적이었다. 나는 보통 우리 서비스명 알려주고 + 심플한 목표 전달 정도로 질문을 시작한다.
처음에 뭔가 원하는 방향대로 안나올 수도 있다. 런칭한지 얼마 안된 브랜드/서비스라면 99% 그럴 가능성이 높다.
이때 핵심은 구체적으로 질문해야 한다는 점! 모든 프로젝트는 배경이 있기 마련이고 캠페인 목표, 타깃의, 기존에 성공했던 레퍼런스 or 지양하는 방향성 등 많을수록 + 구체적일수록 답변의 퀄리티 (= 나의 만족도)가 달라진다.
축구로 좁혀서 질문을 하니까 바로 꽂히는 문구가 있었는데 바로
"형, 감독님 빙의 그만하고 뛰어봐"
꽂혔던 포인트는 2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1. 스포츠 관련 업종이라 여성 대비 남성 CPI 단가가 50% 이상 저렴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성별 타겟팅 전략 없이 광고가 돌아가고 있어 1차 실험은 남성한테 뽀족하게 먹히는 메시지부터 찾고 싶었다. 이러한 계획 아래 “형!"으로 시작하는 카피를 사용하면 남성 타겟 주목도를 확 끌 수 있겠다! 느낌이 온 것이다.
2. 스포츠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입축구 그만해라"라는 강렬한 공감 맥락. 비슷한 내용을 챗 GPT가 새로운 표현(= 감독님 빙의 그만)으로 만들어준 것! 스포츠에 관심 없는 내 머리에서 나오긴 힘든 표현이었을 것이다. 고객들이 좋아하는 표현으로 후킹 한 다음에 앱 설명 간단하게 휙 해주면서 설치 유도하면 되겠다! 히는 자연스러운 흐름까지 완성된 것이다.
꽂히는 표현에 대한 아이디어를 도출하면 나는 보통 소재 기획을 바로 시작한다. 보통 GPT가 알려준 아이디어에서 가공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번엔 운이 좋았다.
"형! 감독님 빙의 그만" 가공할 필요 없는 완전한 카피였다. 여기에 CPI 캠페인의 목적을 고려해 앱 설치를 유도할 수 있는 서비스 요약 콘텐츠를 하나 더 추가, 슬라이드형 DA 소재로 마무리했다.
모든 마케터가 모든 업종, 모든 타겟, 모든 표현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을 수는 없다. 사실 그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챗 GPT와 같은 도구를 활용해 생산성을 올리는 것 자체가 이제는 마케터의 중요한 역량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 마케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이미 번역, 콘텐츠 기획, 아이디어 도출, 심지어 전략 부분까지 챗 GPT를 500% 이상 활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AI 기술에 주도권을 빼앗기기 전에 오히려 이걸 잘 활용해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 나 역시 요즘 시장조사, 매체 전략, AI 프롬프트 생성까지 챗 GPT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 많은 사례와 꿀팁들을 정리해 공유해보려 한다.
다음 주제는.. 미드저니, GPT를 활용한 콘텐츠 기획!
남들이 다 했던 거 말고 "우리가 처음인 것 같은" 콘텐츠 실험을 좋아합니다. 이미 전략과 해야 할 일이 정해진 것보다 zero 또는 1부터 같이 고민하면서 마케팅 퍼널을 설계하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4년 차 콘텐츠 마케터 Jiwon
(현) 프리랜서 마케터 *주 25시간 내외 협업 가능
(전) 시리즈 A 데이팅앱, Seed 투자 에듀테크 스타트업 / 초기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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