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흑, 역사
연애를 쉬어간지도 2년이 훌쩍 넘어갔던 지난 10월. 그런 나에게 아주 오랜만에 사랑?이 찾아왔었다. 사실 사랑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낯간지럽지만 대체할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무튼.. 이성적으로 끌림이 느껴지는 사람이 나의 하루를 채워주는 그런 썸이 시작됐다.
사실 이 관계는 처음부터 쉽진 않았다. 상대가 나에게 너무 큰 불만 하나를 가지고 있었는데, 바로 연락 문제였다. 3-4주 동안 나는 항상 혼나는 입장이었다. "답장을 왜 이렇게 늦게 하느냐" "부재중이 찍혀있으면 당연히 언급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사람 처음 본다 “ 등. 나도 내 성격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사귀지도 않는 사이에 이런 피드백을? 하는 마음에 흠칫 하기는 했다. 가끔 선을 넘을 듯 말 듯 쏘아붙이는 공격적인 말투도 잊을 수 없다. 조금은 기분이 나빴지만, 내가 누군가를 서운하게 했다는 미안함이 더 컸다. 그리고 가끔은 예전에 잘못된 방식으로 표현하던 나의 모습 _ 거울 치료처럼 느껴지기도 하여..
"그래 내가 바뀌자" 결심했었다. 그 친구가 서운해하는 답장 속도, 내용 등 조금씩 신경을 더 썼다. 나는 회사가 조금만 바빠도 카톡 멀티가 정말 힘들어지는데, 바뀌려고 마음먹으니까 또 되긴 되더라. 그렇게 나보다는 상대에게 초점을 맞추어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부족함이 있을까 하여 어느 날은 면접을 보러 간다는 그 친구를 위해 내가 좋아하는 책과 초콜릿, 작은 카드를 쇼핑백에 담아 퇴근길에 주고 오기도 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었고, 그런 책을 선물로 줬다는 건 나에게 그 친구가 중요한 사람이 되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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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고 싶은 관계를 위해 나의 말이든 행동이든 예전과 달라지려고 노력하는 내 모습이 너무 좋았는데,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우린 그로부터 1주일 만에 헤어졌다. 1~2개월도 아니고 1주일이라니.. 이렇게 짧은 연애는 내 인생에 절대 없을 줄 알았는데. 스물일곱이라는 나이에 부끄럽고 바보 같다. 이 사람을 알아가는 약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꽤 신중했다고 생각해서, 이 결말이 조금은 당황스럽다.
그리고 너무 허무하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던 것 같아서.. 좋아하는 마음을 더 많이 표현하고, 공감하고, 방식에 변화를 주었던 모든 것들이 결과적으로 큰 개선 포인트를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지금의 나를 더 무기력하게 만든 것 같다. 결국 사람은 자기 짝을 찾아간다고 하지 않던가. 이 친구도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모르겠다. ^^
이번에 배운 게 있다면,
내가 아무리 싫었던 모습이라고 해도 너무 바뀌려고 하면 그건 또 내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이성적으로 끌리는 것과 내가 지향하는 연애 상대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이 또한 빠르게 경험으로 잘 묻고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을 다시 찾아와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