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학벌의 비밀
학벌을 바라보는 관점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대치되는 것은 이 두 가지일 것이다. '노력에의 보상' vs '계급을 나누는 장벽'. 두 관점 다 계급론에서 비롯된 것인데, 전자는 학창시절에의 노력으로 직업선택 기회에 있어서 우위에 있을 수 있도록 경쟁력을 보상받는 것이라 바라보고 후자는 이것이 자본주의시대에서 계급을 나누는 방식이며, 소득 등의 격차를 조장하는 장벽이라 주장한다.
양측 다 나름의 논리가 있으며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이렇게 딥하게 말고, 우리가 학생 때 공부를 했던 이유, 좋은 대학을 가려 하는 이유에 대해 살짝 다루어보겠다.
우리가 학생 때, 즉 나 때와 나의 이전 세대들 때부터 공부의 이유는 성공의 이유와 아주 가까이 맞닿아있었다. "너는 공부를 왜 하니?"라는 물음에는 자동응답기마냥 "성공하려고요", 혹은 "좋은 직업/직장 얻어서 돈 많이 벌려고요" 등의 모호한 대답이 나왔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이 대답 또한 학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전 세대에는 우리가 되물림받는 가난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가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대학을 가고, 학사학위보다 더 높은 학력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학력 인플레이션 시대. 이 시대에서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성공하기 위해서"로는 충분치 않다. 그럼 우리는 왜 좋은 대학을 가려 하는가? 나는 한 용어를 소개하며 여기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설명하려 한다.
CoP(Community of Practice)
'실행공동체'라고도 하는 이 CoP는 기업교육 분야에서 사용된 용어로 알고 있다. 동일한 관심사와 일련의 문제, 어떤 주제에 대한 열정을 공유하고 있으면서,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통해 이 분야에 대한 지식과 전문성을 보다 깊이 있는 것으로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집단을 말한다.
내가 아는 국어과 교수님 한 분이 말했다. "대학은 놀러가는 곳"이라고. 물론 많은 대학생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지만, 대학을 졸업해보고 대학원이라는 곳도 다녀보니 정말 맞는 말이라 생각한다.(적어도 나와 내 주변 친구들은 그랬기 때문에...ㅎㅎ;;;) 물론 전공 공부도 빡세긴 하지만 대학은 잘 놀러가는 곳이다. 그런데 대학에 따라서 누구와, 어떻게 노는지가 달라진다. 이 부분은 학벌의 높낮이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근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A 대학과 B 대학 중, A 대학이 재학생의 학습/생활 만족도와 고등학생의 대학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가정해보자.(취업률은 논지에 벗어나니 배제하고.) A 대학에는 '목표 대학에 합격한 대학생'들이 B 대학보다 많아질 것이다. 여기부터 확률게임이고 중요 포인트인데, 내가 함께 어울려 노는 친구들이 목표를 향해 노력해봤고, 그 목표를 성취해봤던 친구들일 확률이 높아진다. "어? 해보니까 되네?"를 겪어본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는 점점 빠르게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실행력의 차이로 벌어진다. 믿기지 않지만 이 작은 차이가 그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낼지의 스노우볼 시나리오로 이어진다.
다시 여기서 질문을 해보자면,
그 스노우볼을 굴릴 전략은 과연 '학벌' 뿐일까?
정답은 NO라고 하겠다. 우리는 대학을 이 실행공동체(CoP)를 쉽게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고등학교 정도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커뮤니티는 대학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얻을 수 있다. 어떤 가치관으로 어떤 대화를 즐기는지, 어떤 성장동력을 가진 사람인지 등 '저 사람이랑 친구하고싶다!' 혹은 '같이 일해보고싶다!'의 기준을 정하고, 함께 모일 수 있는 공동체를 찾거나 그런 공동체를 스스로 구성해보고자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훌륭한 사람을 얻고 싶다면 나 또한 누군가에게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한다는 것. 우리는 주변과 나 자신을 더 돌아보고 스스로를, 또 나의 공동체를 살펴보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