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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 Oct 04. 2020

비교 교육 콘텐츠 시리즈 (1) - 스웨덴의 평등교육

좋은 교육은 어떤 교육일까

    교육학을 전공하고 여러 가지 이론과 교육적 가치들을 접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독일의 교육관이었다. 교육을 뜻하는 단어만 'Bildung'과 'Erziehung' 두 가지로 나뉘었다. 사전으로 이를 찾아보면 모두 똑같은 '교육'이라 나온다.

(출처 : NAVER 독일어사전)


Bildung은 인격 도야를 위한 가정교육 및 인성교육 등을 나타내며, Erziehung은 객관적 지식 습득을 위한 교육인데 이 두 가지를 나누어 다르게 접근한다는 것이 다소 생소했지만, 교육이라는 포괄적인 국가 과제를 직면하는 데에 본질적이고도 효과적인 방법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분야 중 어떠한 하나가 우세한다고 할 수 없으며, 이 두 영역 모두 교육 전반에 대한 역할이 매우 크다. 따라서 지식 습득, 인격도야 등을 전반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교육이 올바른 교육이라 생각한다. (이 두 관점 차이에 대해서는 다음 화에서 더 다루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과연 쉬울까. 교육 철학을 앞세우면 행정과 정책적 문제부터, 학교 등의 교육실행자들과 학습자들에게 생기는 문제까지 우리 교육은 문제 투성이라는 비판을 받곤 한다. 사회 문제가 터지면 '누가 잘못했는가'를 따져 묻다가 결국, 가장 근본적인 교육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나라 교육계 종사자들은 과연 '제대로 일하지 않는 엉터리 교육자들'일까? 오히려 정반대이다. 우리나라 교육을 주관하는 사람들 또한 학창 시절 한 공부하셨던 머리 좋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왜 불만의 목소리가 생기느냐? 첫째로, 교육에는 관련된 이해관계자도 많을뿐더러, 둘째는 관점이 달라지면 결과도 달라지기 때문이다.(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여기서 오늘 내가 주목할 것은 '관점의 차이'이다.(이해관계자 간의 책무성 이야기는 이전에 다루었으므로) 교육학에는 다른 나라 혹은 다른 교육체제의 사례를 분석하여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에 대해 비교할 수 있는 비교 교육학이라는 분야가 있다. 그 분야를 알게 되면서 처음 접했던 사례는 스웨덴의 교육이었다. 한 가지 예로, 성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국가가 선진화되는 과정에서 불평등에 대한 이슈가 많이 떠오르고 있으며, 국제기구에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이 연구되고 있다.”

비교 교육을 전공하시는 한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한 적이 있다. 세계화 현상이 인종간, 성별 간, 장애인과 비장애인간 불평등에 있어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신 교수님은, 스웨덴의 평등 교육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이때 신박하다고 느꼈던 사례를 하나 소개하려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회문제들 중 성 불평등과 젠더 관련 문제가 가장 다양하 빈번하게 일어나는 불평등 문제일 것이다. 스웨덴에서는 성교육, 장애교육 등을 포괄한 평등 교육을 구성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교육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어떻게 해야 평등인지'의 개념을 먼저 가르치기보다, 커가면서 상호작용을 통해 자연스레 '평등'이라는 관점을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차이이다. 우리나라에서 성교육시간은 '성에 대해 학습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적어도 나는 이 성교육을 제대로 받은 기억이 없다. 떠올려보자면, 불필요한 접촉이나 터치에는 "싫어요"라고 말하는 것과, 이런 것이 성희롱이라고 보여주는 재연 영상들, 그리고 여성과 남성의 신체와 성기의 모형이 기억난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학습형' 교육에 적절한 방식이었을 것이다. 그러면 스웨덴의 구성주의적 관점 교육은 어떻게 실행되고 있을까? 스웨덴은 유치원 공교육에서부터 상대와 자신이 다른 존재가 아님을 우선적으로 가르치고, 그렇기에 과도한 배려나 차별은 좋지 않음을 교육한다. 여기에서 내가 신박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스웨덴 유치원에서는 화장실을 남녀 구분 없이 공용으로 쓴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래도 되는 건가 싶었다. 그러나 한 스웨덴 교사의 인터뷰로 내 걱정은 우리나라의 교육적 관점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았다. 스웨덴 교사 한 명이 인터뷰에서 이런 성교육방식을 설명하면서 "아이들에게 화장실이라는 공간을 여성과 남성이 구별되는 공간이 아닌, 너도 나도 똑같이 볼일을 보러 가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니, 아이들이 자라서도 이성의 화장실을 궁금해하지 않아요"라고 인터뷰하는 영상이었다.


    이 영상을 보고 나는 꽤 충격이었다. 나 또한 화장실 몰카를 당할 뻔했다가 현장에서 잡았던 경험이 있는데, 그 몰카범의 입에서는 "궁금해서 그랬어요"가 나왔다. 이것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 그때부터 우리의 '평등교육'에 대해 관심을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니 우리의 평등 교육은 장애인 입장에서도 불평등했음이 분명했다. 내가 고등학생 때 받았던 평등교육은 학교의 체험활동 일환으로써 '시각장애인 체험'이 다였다. 안대로 눈을 가리고 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교실을 한 바퀴 도는 것이 교육의 끝이었다. 이것이 "직접 체험해보니 너무 불편했어요."를 알게 해 주긴 했지만, 분명 주변에는 그 활동을 장난 삼아 웃고 떠드는 친구들이 있었다. 만약 우리 반에 시각 장애인인 학우가 있었다면 이 모습이 오히려 장애를 따라 하고 장난거리로 만드는 활동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너와 내가 다르지 않음을 알게 하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구별 짓지 않는 것. 사회 구성주의적 시각에 따라 평등을 가르치기 때문에, OECD 국가 중 성범죄, 차별 범죄 발생률은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평등과 관련된 인식에 대한 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스웨덴의 교육에서도 우리가 분명 배울 점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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