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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 Oct 11. 2020

비교 교육 콘텐츠 시리즈(2) - 독일의 인성교육

우리나라에는 밥상 교육이, 독일에는 인성교육이

- 이전 화 내용 발췌 -

    교육학을 전공하고 여러 가지 이론과 교육적 가치들을 접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독일의 교육관이었다. 교육을 뜻하는 단어만 'Bildung'과 'Erziehung' 두 가지로 나뉘었다. 사전으로 이를 찾아보면 모두 똑같은 '교육'이라 나온다. Bildung은 인격 도야를 위한 가정교육 및 인성교육 등을 나타내며, Erziehung은 객관적 지식 습득을 위한 교육인데 이 두 가지를 나누어 다르게 접근한다는 것이 다소 생소했지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면 교육이라는 포괄적인 국가 과제를 직면하는 데에 본질적이고도 효과적인 방법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분야 중 어떠한 하나가 우세한다고 할 수 없으며, 이 두 영역 모두 교육 전반에 대한 역할이 매우 크다. 따라서 지식 습득, 인격도야 등을 전반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교육이 올바른 교육이라 생각한다.

    이전 화에서 잠깐 언급했던 독일에서 교육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과 인성교육에 대해 오늘 얘기해보려 한다. 




    독일은 선진국 중에서도 인성교육의 천국으로 손 꼽힌다. 독일인 친구가 낮엔 내 공부와 영어 강의를, 밤엔 자소서 첨삭과 논문 강독에 허덕이는 나를 보며 항상 묻던 것도 "그래서 넌 행복하니?"였다. 행복한 인생이 무엇이며, 어떻게 그런 인생을 살 것인지 탐구하는 독일인의 자세에는 분명 독일의 교육이 한 몫 했으리라 생각한다. 오죽하면 독일은 '4무(無)의 나라'라는 말 까지 있을 정도라고 한다. 학교폭력, 입시지옥, 사교육비, 대학등록금의 4가지 문제가 없기 때문.


    독일의 교육은 전반적으로는 인성교육(Charakterbildung)을 목표한다. 예전 우리나라에서도 그랬었다. 전통 교육 상황에서는 군자(君子)로 아이를 길러내고자 그에 맞는 인성과 덕목을 가르쳤었다. 그럼 독일은 인성을 가르치는 특별한 기관이나 프로그램이 있을까? 오히려 그 반대이다. 독일에는 특별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없다. 다시 말하면 집에서, 학교에서, 혹은 친구들과 놀면서 올바른 인격으로 '도야'된다는 것. 그러면 학교에서는 무엇을 배우는 것일까?


    여기서 신기한 것 하나는 학습 분위기이다. 독일은 선행학습도 금지시키고, '저경쟁'을 원칙으로 아주 느리고 여유있게 진도를 나간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어서야 세로 셈 법을 알려주거나 구구단을 특별히 가르치지 않을 뿐더러, 예체능 비중을 아주 높게 두어 학교에서 이끄는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여지를 주는 것이다. 또한 모든 수업이 그렇진 않지만,  대부분이 유럽의 전통적인 교육방법으로 유명한 콜로키움(colloquium)같은 분위기로 진행된다.

콜로키움(colloquium) : "모여서 말하기" "함께 말한다"라는 의미로, 일반적으로 공공장소에서의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말함.

따라서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인데, 반에서 학생들이 너도나도 질문하고 선생님의 진두지휘하에 의견을 펼치며 토의하니 진도는 여유롭게 나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것이 조금은 부럽기도 하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에는 아마도 교권 확립이 철저하게 되어있는 독일 학교의 분위기가 크게 작용할 것이다. 학부모들이 교사의 말에 전적으로 따르고,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사회 전반 모두가 합심하여 '1등 다툼'보다 아이들 스스로 자신만의 인생과 방법을 찾도록 장려하는 분위기에서 누가 1등을 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집중을 잘하고 함께 '사고'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교육목표가 자연스레 흘러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인성교육은 다시 말해, 가정 교육 차원이 아닌 더 넓게 '사회문화적 교육'이라는 점이다. 가정-학교가 연계하여 지도하고, 이렇게 시행착오와 질문을 통해 천천히 성장해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모든 어른들이 흐뭇하게 바라봐 준다는 것. 물론, 독일 학생들에게도 가정에서 훈육이 있고, 학교에서도 엄격한 학칙이 있다. 어떤 학교는 무단결석 한 번이면 바로 정학처분이라고도 한다. 폭언을 하거나 폭행을 저지를 시 곧바로 학부모에게 연락이 갈 정도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모습을 미루어 보아 사회전반적인 인성교육 분위기와 학교 및 더 나아가 사회에서의 엄격한 규칙이 학생들의 바른 인성을 형성시켜준다. 독일은 인성교육을 학교가 아니라 사회에서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학교와 가정, 학교와 사회가 공동으로 학생들의 인성을 함양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 같은 점이야말로 현재의 조건에서 우리가 주의깊게 참고해야 할 점이라 생각한다.



 [참고문헌]

- 박성숙, 2010b, 독일 교육 이야기, 21세기북스

- 조상식, 2008, 19세기 서구 시민계급의 교육문화 형성과정: 가족 개념의 변화를 중심으로, 『교육의 이론과 실천』, 13권 2호, 237-256.  

- 서민철, 2013, 독일의 인성교육 어떻게 하고 있나, 한국교육개발원,『세계의 교육』, 40권 1호.

- 윤다혜, 2015-10-13, (Edu)'인성교육 천국' 독일, 성적보다 일상행복 우선, 뉴스토마토(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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