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고 푸르스름한 저녁 하늘과 조명을 바라보며 뛰니 외국에 온 것 같다. 같은 길인데 아침에 뛸 때 보는 풍경과 사뭇 느낌이 다르다. 뜨거운 태양을 요리조리 피해 달리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니 여유가 한 스푼 더해진다. 우리 동네와 내가 낯설고 새롭다. 40분 달리기가 이제 가뿐해져 부쩍 성취감이 느껴진다.
달리면서 온갖 상념과 걱정에 일부러 몰두해 보려고 한다. 달리며 흐르는 땀과 함께 걱정거리, 우울한 기분이 흩어져 날아가 버린다. 부정적 감정을 붙잡아 두려고 해도 붙잡아 둘 수가 없다. 정말 물리적으로 툴툴 털어버리게 된다.
걱정과 상념이 있던 자리를 땀과 성취감으로 채운다. 오늘도 나는 조금 더 빨랐고, 조금 더 달렸다. 조금 더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