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1)เริ่ม Reìm
동남아시아의 보석을 찾아서
올해는 유난히 더 뙤약볕 거리에서 자판기가 간절한 폭염과 함께 간헐적이지만 좁은 범위에 엄청나게 쏟아지는 송곳 폭우로 인해 쉽지 않은 여름이었다. 그런 여름이 오기 전부터 우리는 이번 여름휴가 때 어디를 갈지 지도를 보며 이리저리 생각해 봤다. 여름휴가는 그리 길지 않아서 멀리 가기에는 부담스럽고 경제적으로도 부담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곳으로 가자고 정했다. 그 후보로 나온 곳이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태국 방콕,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베트남 하노이 등 우리보다 한참 위도상 밑에 있는 곳이었다. 다들 여름에는 후텁지근한 날씨를 자랑하는 곳이었고, 더군다나 우기로 인해서 잦은 스콜이 내릴 가능성이 매우 높았지만 중국이나 일본은 그리 끌리지 않아서 동남아시아에 있는 도시를 가기로 마음먹었다. 어디를 가든 덥기는 매한가지였다. 후보지에 있는 도시들은 무엇보다 음식이 다 맛있기로 정평이 나있는 곳들이었기에 식도락 여행을 콘셉트로 잡은 이번 여행에서는 안성맞춤인 곳들이었다. 동남아시아를 아내, 아이와 함께 간 적은 예전 필리핀 세부가 전부여서 이번에 한 번 가보면 좋을 듯했다. 싱가포르는 아내가 결혼 전에 다녀왔었고, 하노이와 방콕은 내가 전에 가본 곳이었다. 홍콩과 마카오는 아이가 태어나고 첫 번째 해외 여행지였는데 고민 끝에 이번에는 식도락과 휴양에 맞추어서 모두 좋아할 만한 방콕으로 결정했다. 쿠알라룸푸르와 자카르타도 매력적이었지만 아무래도 지명적으로 더 익숙한 아내의 추천에 따라서 이번 여행지는 태국으로 합의를 봤다.
동남아시아는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어우러져 독특한 정치, 문화, 역사적 특징을 지닌 지역으로 지리적으로 인도와 중국 사이에 위치하여 오랜 역사 동안 두 문명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왔으며, 유럽 열강의 식민 지배를 경험하면서 현대적인 국가로 발전해 왔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동북아시아와는 다르게 여러 나라가 분포되어 각기 다른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조건에 따라 다양한 정치 체제를 채택하고 있었다. 과거에는 군부 독재 정권이 많은 국가에서 나타났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많은 국가가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미얀마 등 일부 국가에서는 군부가 여전히 정치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민주주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대다수의 국가가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정기적인 선거를 통해 정권이 교체되고 있다. 다양한 민족과 종교가 공존하는 동남아시아에서는 다문화주의가 중요한 정치적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이 지역은 인도, 중국, 이슬람 문화 등 다양한 문화가 융합되어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다. 불교, 이슬람교,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며, 각 문화의 특징을 반영한 예술, 음악, 건축물 등이 발달했다. 우리가 좋아하는 매콤하고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는 음식이 특징이며, 각 나라마다 독특한 음식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곳은 제국주의 시대에 유럽 열강의 식민 지배를 경험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서 식민 지배 기간 동안 자원 착취와 문화적 동화 정책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독립 이후 자주적인 국가 건설을 위해 노력해 왔다. 유럽 열강의 식민지배는 동남아시아의 사회, 경제,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많은 국가가 식민지배에 저항하여 독립을 쟁취했다.
우리가 이번에 여행지로 정한 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제국주의 침략 속에서 식민지가 되지 않았던 국가로 동남아시아의 보석으로 불리며 오랜 역사와 독특한 문화를 간직한 매력적인 국가였다. 지금은 빠르게 발전하는 나라들 중 하나로 찬란했던 과거와 역동적인 현재가 공존하며, 세계적인 관광지이자 경제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태국의 역사는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부터 여러 왕조가 번성했으며, 특히 아유타야 왕조는 강력한 해상왕국으로서 동남아시아를 지배했다. 아유타야는 찬란한 문화유산을 남겼으나 18세기말 버마의 침략으로 멸망하고 탁신 대왕에 의해 통일된 후 라마 왕조를 거쳐 오늘날 짜끄리 왕조 태국으로 이어졌다.
찬란한 문화의 중심에는 불교가 있다. 우리가 동남아시아 상좌부 불교의 대표적인 국가로 태국을 꼽듯이 대부분의 태국인이 불교를 믿으며, 사원은 단순한 종교 시설을 넘어 사회생활의 중심이 되었다. 황금빛 사원과 불상은 태국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며, 불교의 가르침은 태국인들의 삶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태국 왕실은 오랜 역사와 함께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존재로, 태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화국인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왕실 문화에 대한 존경이 곳곳에서 보이며, 입헌군주제일지라도 왕권이 강해서 영국, 일본 등과 비교했을 때 그 차이가 드러난다. 왕실은 국가 통합의 상징이며, 불교와 함께 태국 문화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사실 군부 쿠데타에서 중요한 입김을 자랑하는 것도 왕실이었다.
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경제 규모를 자랑하며, 특히 관광 산업이 발달했다. 그래서 동남아시아의 대장 같은 나라라고도 할 수 있었다. 방콕, 치앙마이, 푸껫 등 다양한 도시들이 세계적인 관광지로 알려져 있으며,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태국을 찾는다. 자연, 문화, 역사 등 다양한 매력을 가진 여행지로서 아름다운 해변, 울창한 숲, 고대 유적지 등 볼거리가 풍부하며, 마사지, 요리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날씨도 열대 기후로 연중 따뜻한데, 우기와 건기가 있어서 우리가 갈 여름인 8월은 우기이기 때문에 돌아다니는데 살짝 걱정이 되긴 했다.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11월부터 2월까지로서 우리나라 겨울이 태국은 성수기였다.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어서 돌아다니기에 편리하고 택시, 툭툭, 버스, BTS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태국 음식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며, 팟타이, 똠얌꿍 등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어서 이번 여행 콘셉트인 식도락이 기대되었다.
방콕(Bangkok)이라는 도시 이름은 몇 가지 설이 있지만, 사실 정확한 어원을 밝히기가 어렵다. '방(Bang)'은 태국어로 '마을'을, '콕(kok)'은 '무화과나무'를 뜻하는 말로, 과거 짜오프라야강 서쪽 기슭에 있던 작은 마을을 가리키는 말이었다는 것이 있다. 또 하나는 중국 남부에서 건너온 차오저우인들이 이 지역을 '방콕'이라고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지명으로 굳어졌다는 설이 있다.
공식 명칭은 굉장히 부르기 어려운데, 끄룽텝 마하나콘(Krung Thep Maha Nakhon)이라고 한다. 방콕의 공식 명칭은 매우 길고 복잡하며,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에서 유래한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다음과 같다. '끄룽 텝 마하나콘 아몬 라따나꼬신 마힌타라 유타야 마하딜록 폽 노파랏 랏차타니 부리롬 우돔랏차니웻 마하사탄 아몬 피만 아와딴 사팃 사카타띠야 윗사누깜 쁘라싯(กรุงเทพมหานคร อมรรัตนโกสินทร์ มหินทรายุธยา มหาดิลกภพ นพรัตน์ราชธานีบุรีรมย์ อุดมราชนิเวศน์มหาสถาน อมรพิมานอวตารสถิต สักกะทัตติยะวิษณุกรรมประสิทธิ์)'으로서 번역하면 '천사의 도시, 위대한 도시, 영원한 보석의 도시, 인드라 신의 난공불락의 도시, 아홉 개의 고귀한 보석을 지닌 장대한 세계의 수도, 환생한 신이 다스리는 하늘 위의 땅의 집을 닮은 왕궁으로 가득한 기쁨의 도시, 인드라가 내리고 비슈바카르만이 세운 도시'라는 뜻이다.
이렇게 긴 이름은 라마 1세가 방콕을 수도로 정하면서 도시의 위엄과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붙인 것이었다. 왜 방콕으로 부르냐면 공식 명칭이 너무 길어 일상생활에서 부르기 불편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방콕'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방콕'이라는 이름이 널리 사용되면서 자연스럽게 고유명사처럼 굳어졌다.
하노이, 쿠알라룸푸르, 자카르타, 싱가포르와 함께 동남아시아의 중심 도시 방콕은 역사, 문화, 경제가 어우러진 매력적인 도시였다. 짜오프라야강을 끼고 펼쳐진 방콕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독특한 도시 풍경을 자랑했다. 방콕은 1782년 라마 1세에 의해 수도로 지정된 이후 태국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과거 아유타야 왕조의 번영을 이어받아 강력한 해상왕국으로 성장했으며, 서구 열강의 식민지화를 피해 독자적인 발전을 이뤘던 방콕은 태국 경제의 중심이며, 동남아시아 전체의 경제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도시로 손꼽혔다. 금융, 무역, 서비스업 등 다양한 산업이 발달했으며, 특히 관광 산업은 방콕 경제의 주요 동력이었다. 수도이기에 당연히 정치의 중심지이지만, 군부와 민주주의 세력의 대립 등 정치적 변동이 심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민주주의 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매년 엄청난 여행객이 방문하는 방콕은 다양한 매력을 가진 여행지로서 왕궁, 왓 포, 왓 아룬 등 역사적인 유적지가 있으며, 스콜과 무더위를 피해 쉴 수 있는 시암 파라곤, 센트럴 월드 등 대형 쇼핑몰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태국 요리는 동남아시아답게 한국인이 좋아하는 맛으로 인도네시아, 베트남 요리와 더불어 국내에도 많이 소개가 되었다. 무더위가 가신 노을이 진 이후에는 야시장에서 기념품, 의류, 공예품 등 다양한 물건을 구경하고 흥정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 도시, 이 나라에서 우리의 여름날이 기억되길 기대하며 여행 출발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