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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칼 Feb 26. 2021

만 4살 아이와 일본 큐슈

2018년 8월 10-15일(6일간)

2018년 8월 10일(1일째)-후쿠오카

일본 유학생 시절부터 가고 싶어 했던 일본 큐슈 드디어 여행을 간다. 아침에 짐을 챙기고 머니를 만나서 대구 국제공항으로 출발했다. 2시간 달려서 공항에 도착, 요새 너무 더워서 인지 한국은 비가 오락가락다. 아담한 대구 공항에서 기다리다가 에어부산 비행기를 타고 이륙했다. 아이는 왜 밥을 안 주고 만화를 못 보냐면서 계속 투덜댔다. 그리고는 후쿠오카 공항에서 숙소 가는 택시 안에서 잠이 들었다. 아직은 여기가 일본인지도 후쿠오카라는 도시인지도 모르는 모양이다. 

아내, 어머니, 아이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거리로 나왔다. 따사로운 여름 날씨지만 미세먼지 하나 없는 맑은 날씨에 기분이 좋았다. 지역에서 유명한 초밥 가게에 갔는데 대기가 조금 있어서 기다렸다가 식사를 했다. 맛있었지만 어머니와 아내는 우리나라에서 먹는 것과 같다며 놀라워하지는 않았다. 신사를 둘러보고 버스로 후쿠오카 타워까지 가서 타워에 올라갔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설명하는 가이드께서 한국어를 매우 능숙하게 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도 버스를 탔는데 유학생 시절에 타던 버스가 생각났다.


2018년 8월 11일(2일째)-나가사키

후쿠오카에서의 첫 아침이 밝았다. 그리고 일본식 조식을 먹었다. 이는 시리얼 요거트가 없어서 실망했지만, 는 맨날 이렇게 먹고 싶다면서 고봉밥을 2번이나 먹다가 결국 체하고 말았다. 또 렌터카를 받으러 갈 때는 후쿠오카를 느끼고 싶다면서 버스를 안 타고 걸어가자고 하고, 열사병도 낫고, 완전 물 만난 고기 같아 보다고 아내가 말했다.

공부의 신 되기

렌터카를 빌리러 갔더니 수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 설명을 듣고 차를 받아서 오랜만에 일본에서 운전을 했다. 신사 가는 길 차가 밀려서 거북이처럼 갔다. 드디어 공부의 신이 있는 다자이후 신사에 도착했는데, 진짜 날이 섭씨 40도인가 보다. 신사 입구에 도착하기도 전에 지쳐서 물 사 먹으러 가게에 몇 번을 갔다. 신사 안에는 휴일이라 많은 일본인들이 입시 운을 받기 위해 황소상을 만지고 기도를 하려고 줄을 서 있었다. 이는 더워서 얼굴이 벌게져서는 점점 말이 없어졌다. 차에 타서 나가사로 가는 길 내내 아내와 깊은 낮잠을 잤다.
의 고속도로 데뷔를 무사히 마치고 나가사키에 도착했다. 우회전 하기가 아직 익숙지 않지만 뒤차의 도움과 민폐를 끼치며 시내 운전을 했다. 사카모토 료마가 일본 근대 시기에 활약했고 제2차 세계대전의 아픔이 있는 나가사키는 지금은 조그마한 도시로 평화로운 스카이라인을 보여줬다. 카스텔라 본가에서 빵을 사고 카페에서 팬케이크를 먹고 힘내서 다자이후, 천주당, 글로버 가든을 다 돌아봤다. 안은 안 보고 입구까지만 걷고 또 걷고, 도시 자체를 느껴보는 것에 만족하고 우리는 저녁으로 나가사키 짬뽕과 볶음밥 특이한 냉면을 먹고 구마모토로 했다.


2018년 8월 12일(3일째)-구마모토&가고시마

구마모토 성 앞에서

구마모토의 강한 햇살을 받으며 일어난 뒤 일본식 조식을 먹고 구마모토 성으로 출발했다. 는 점점 보이는 성의 모습에 전율을 느끼고, 아내, 이, 어머니는 더운 게 더 걱정이었지만 무사히 주차를 마치고 성을 향해 걸어갔다. 안타깝게도 2016년 지진으로 성의 군데군데가 무너져 있었고 보수 공사 때문에 성 안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는 너무 허탈이는 어제만큼이나 더워서 벌건 얼굴에 혼이 빠져 있었다. 그나마 덜 더운 나무 밑에서 사 온 간식을 처리하기로 하고 다 같이 커다란 고목 아래 앉아서 카스텔라를 먹었다. 이는 옆에서 모래놀이에 푹 빠져 놀았다. 점심은 유명한 구마모토 라면을 먹기로 했다. 유명한 가게에 도착해서 주문했는데 날이 덥고 아까 카스텔라를 먹어서 그런지 묵직한 돈코츠 라면이 잘 먹히지 않았다. 다들 남기고 점점 더 달아오르는 날씨에 우리는 빨리 차에 타서 가고시마로 이동했다.
오늘은 160km 이동하는데 나는 운전을 좋아하기에 재미있었다. 빠르고 안전하게 휴게소에서 셀프 주유도 성공했다. 첫 목적지 가고시마 센간엔 스타벅스에 가는데 길이 꽤나 복잡하다. 360도 도는 내리막길에 U턴까지 난코스를 뱅뱅 돌다가 모두의 기지를 발휘해 센간엔에 도착했다. 탁 트인 바다와 사쿠라지마섬의 화산이 눈앞에 펄쳐진 환상적인 카페에서 모두 아까의 미친 더위는 잊고 푹 쉬었다.
세 번째 숙소에 다. 도착은 잘했는데 주차를 어디에 해야 할지 찾다가 자동차가 조금 긁혔다. 보험 처리돼서 돈은 안내지만 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3번째 숙소는 편백 마루가 깔린 오래된 아파트 같은 곳이었다. 모두 먼지가 없고 베란다 경치가 좋다고 맘에 들어했다. 밖으로 나와 저녁으로 초밥을 먹으러 갔다. 이번 여행 내내 일본 휴가시즌이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30분 넘게 기다렸다. 그것도 그것이지만 이 곳은 화산재가 바닥에 수북이 쌓여있고 공기 중에도 많이 날아다닌다. 눈이 갑자기 가렵기도 하고 기침이 나기도 하고 참 독특한 환경을 가진 곳이었다. 가고시마의 객사 격인 거리를 걸어 숙소로 향한다. 거리 중간중간 사카모토 료마의 이야기를 그린 동상이 세워져 있어서 반가웠다.
간식을 사러 편의점에 들렀다. 점원이 처음에는 의 일본어를 듣고 일본인인 줄 알았다. 그러나 가 우리랑 한국어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서는 한국인인 것을 알았다. 일본어를 자연스럽게 잘한다고 칭찬했는데 센다이 이야기는 하지 않고 겸손하게 미소만 남다.


2018년 8월 13일(4일째)-이부스키&가고시마

모래 찜질을 하고 난 뒤

간밤에 에어컨을 끄고 잤더니 너무 더워서 다들 잠을 설쳤다. 하지만 호텔의 조식을 먹고 다들 살아났다. 미리 차려진 개인 상과 반찬들, 밥을 갖다 주고 돼지고기 샤부샤부도 꿀맛이었다.
온천이 유명한 이부스키로 출발했다. 가는 길이 좀 막혀서 12시쯤 도착했지만 헬씨랜드는 제주도에 온 듯 이국적이었다. 모두 기대감에 두근두근 했다. 염전과 화산으로 솟아오르는 증기를 보았다. 모래찜질을 하는 곳으로 갔다. 어린이용 유카타를 입은 이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네 명이 바다를 보고 누워서 검은 모래에 파묻혔다. 모래는 까칠하면서 무겁고 따뜻했다. 20분이 지나자 땀이 살짝 났다. 이도 같이 찜질을 했는데 가만히 못 있고 지꾸 손발을 움직이다가 결국 10분 정도 누워있다가 일어나서 돌아다녔다. 아이에게 엄마 모래 좀 덮어주라고 부탁했는데, 묶었던 유카타 끈이 풀어져서 누드로 걸어 다니며 정신없이 엄마에게 모래를 덮어줬다.
다음 갔던 노천탕은 바다를 바라보며 뜨끈뜨끈한 탕이 넓게 펼쳐져있었다. 이는 신나서 탕 안을 돌아다니고, 물 뿌리다가 찬물 탕도 들어갔다. 더운 날, 더 더운 물속에서 온천을 하다니 참 아이러니지만, 어머니는 "여기가 여행 다닌 곳 중에 제일 좋다."라고 하셔서 우리는 보람이 있었다. 뜨거운 물에 풀어져 노곤해진 우리는 모두 가고시마로 가는 길에 잠이 들었다. 나는 잠을 참으며 운전하시느라 이 빠졌다.
 타기 전에 온천에서 오렌지 사이다를 사서 모두 돌아가며 한 모금씩 마시고 말았는데 차 안에서 보니 그것은 사이다가 아닌 다른 음료였다. 나누 그것도 모르고 두 모금을 마셨는데 더 마셨으면 큰 일 날 뻔했다.
저녁은 가고시마 시내에서 아내가 먹고 싶었던 도톰한 돈가스를 먹었다. 입에 넣자마자 녹는 고기와 튀김옷 때문에 이도 빠르게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가고시마 명물 곰 팥빙수를 먹고 호텔로 돌아왔다.


2018년 8월 14일(5일째)-미야자키

조식을 먹고 전망대에 올라 가고시마 시내와 사쿠라지마 화산을 바라보고 미야자키로 향했다. 2시간 걸려 도착하니 키 큰 야자수 나무 행렬이 우릴 맞아줬다. 고급 일식당에 와서 점심을 먹다. 예약을 하지 않아서 조금 기다렸지만 회정식도 알찼고 커다랗고 두툼한 새우튀김에 나는 감탄을 다.

도깨비 빨래판 해변에서

밥을 먹고 이오시마 섬에 가려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데 비가 점점 세지고 장대비가 되어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다. 다시 차로 돌아가서 차를 가지고 섬에 최대한 가까이 갔다. 그러니 신기하게도 비가 그쳐서 모두 섬을 향해 걸어갔다. 도깨비 빨래판이라고 불리는 마치 파도치는 것 같은 모양의 암석층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해수욕장이 있어서 이는 바지만 입고 물놀이를 했다. 모래놀이도 하고 한 시간 동안 랑 신나게 놀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수영복을 챙겨 올 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모래만 털어내고 미야자키 신궁으로 향했다. 일본의 초대 천황을 모신 곳으로 일본의 태동을 상징하는 곳이라고 다. 둘러보고 난 뒤 이온몰에 가서 신나게 쇼핑을 하고 시간이 9시가 지나서 호텔에 와서 마트에서 산 초밥, 카라아게, 컵라면으로 저녁을 대신했다.
태풍이 오고 있어서 많이 걱정되다. 내일 무사히 귀국할 수 있기 기도했다.


2018년 8월 15일(6일째)-귀국

아이와 어머니

밤새 장대비가 내리고 아침에는 비가 오락가락했다. 미야자키에서 후쿠오카 공항까지 300km의 여정을 출발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우동으로 점심을 먹고, 오후 2시가 되어 렌터카 반납 장소에 도착했다. 미야자키에서 후쿠오카까지 톨비가 무려 6만 원이었다. 그간 음식, 쇼핑이나 톨비 등을 현금으로 내느라 환전한 돈을 다 쓰고 마트에서 얼마를 또 환전했었다. 6일간 1000km도 넘게 우리는 달리고 달렸다. 아내는 외국에서 운전이 쉽지 않은데, 여행 내내 운전을 도맡아서 피곤해도 참고 안전하게 운전을 끝까지 해냈다며 칭찬했다. 어쨌든 무사히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했다. 짐 부치고 출국 수속하고 금방 비행기에 올랐다. 6일 만에 큐슈를 정복하고 떠났다. 굿바이 재팬!
대구 공항에 도착하여 짐찾고 집으로 출발했는데 아뿔싸 와이파이 기계를 반납하지 않았다. 다시 공항으로 돌아가서 기계를 반납하느라 간이 다소 늦어졌다.
또 250km를 달려서 집에 도착했다. 집이 가까워질수록 비가 세차게 내려 차선도 보이지 않을 때가 있었고 차는 비에 홀딱 젖었다. 우리 모두 무사히 도착해서 짐을 정리하고 씻고 잠자리에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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