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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26. 2021
만 5살 아이와 필리핀 세부
2019년 8월 7-14일(8일간)
2019년 8월 7일(1일째)-출국
드디어 세부 가는 날이다. 나는 처치 곤란 불고기와 감자를 고급스러운 치즈 달걀 샌드위치, 감자 에어 튀김, 자몽 에이드로 변신시켰다. 아이는 일어나서 "우리 소풍 언제 가요?"하고 부스스한 얼굴로 물어봤다. "와~ 여행 간다."하고 좋아하길래 왜 좋냐고 물어보니 "여행 가면 호텔에서 자잖아요."라고 말한다. 이제 조금 커서 인지 여행이 뭔지 조금은 아는 것 같다. 비행기 타는 것도 즐거워하고 여행에 대한 기대가 있는지 신나 보였다.
밤 비행기의 다크써클비행기가 오후 9시 출발이라 밥을 먹고도 여유가 있다. 짐도 다 싸놓고 빨래를 돌리며 아이랑 놀았다.
패밀리 티를 갖춰 입고 4시가 되어서 대구 국제공항으로 출발했다. "우리 가는 곳은 세부야." 하니까 아이가 "세붕? 세븐?" 한다. 아이에게 우리가 가는 곳을 가르치며 신속하고 정확한 운전으로 대구 공항에 2시간 만에 도착했다. 수화물 보내고 저녁을 먹고 후식으로 도넛도 먹고 출국 수속을 했다.
비행기에 올라 하늘로 이륙을 했다. 아이는 대구의 야경이 신기한지 계속 창 밖을 쳐다보며 "굿바이 코리아."라고 했다. 4시간이 지나 필리핀 세부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입국 수속이 밀려서 새벽 3시가 다돼서야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피곤하고 졸린 채로 얼른 샤워를 하고 각자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 늦은 비행이었지만 무사히 세부에 왔다. 순탄한 출발이었다.
2019년 8월 8일(2일째)-블루워터 리조트
세부에서 첫 식사아침 10시 반 쨍쨍한 세부의 햇살이 들어오는 호텔에서 눈을 떴다. 모두 아주 배가 고팠기 때문에 얼른 다섯 밤 동안 잘 블루워터 리조트로 이동하기로 했다. 짐을 챙겨서 체크아웃하고 그랩 택시를 불러서 탔다. 차창 밖으로 필리핀 마을들을 보며 리조트로 갔다.
아이가 그 와중에 "너무 배고파서 쓰러지고 죽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고 눕는다. 간식을 안 챙겨 다닌 게 미안해서 얼른 식당으로 도착지를 바꿔서 내렸다. 커다란 킹크랩 두 마리를 골라서 블랙페퍼, 버터 갈릭 소스 요리를 시켰다. 볶음밥과 망고, 코코넛 슬러시를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요리가 나와서 내가 망치로 부셔가며 살을 발라주고 우리 가족 모두 허겁지겁 2끼를 몰아서 먹었다. 우리 모두 게를 좋아해서 만족스럽게 세부 첫 끼니를 해결했다.
몇 걸음 걸어서 우리의 리조트에 도착했다. 우리 방은 수영장 바로 앞에 위치한 2층 방이었다. 아이는 수영장을 보고 바로 마음에 들어서 "엄마가 이 방 사줘서 고마워요." 하면서 신나게 춤을 췄다. 얼른 옷만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달려갔다. 공놀이도 하고 신나게 두 시간 동안 놀았다. 푸르른 하늘 아래 열대나무가 가득한 한적한 이곳은 꼭 천국 같았다.
저녁은 근처 마트로 걸어가서 먹고 싶은 것을 한 가득 담아왔다. 컵라면, 과자, 음료수까지 비닐봉지 4개에 꽉꽉 담겼는데 가격은 2만 원 조금 넘게 나왔다. 필리핀 물가가 정말 싸다는 게 실감이 된다. 방에 돌아와서 망고를 다 썰고, 커피포트 안을 다 닦아내고 끓인 물로 각자 컵라면 1개씩 먹고, 망고에 과자까지 먹고 또 쉬고 있다. 항상 돌아다니는 여행을 하다가 휴양 여행을 하니 참 편했다.
2019년 8월 9일(3일째)-여기가 천국!
해먹 사용할 줄 아는 아이아침 8시 알람이 울리고 하나 둘 단잠에서 깨어났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리조트를 즐겨볼 참이었다. 옷을 갈아입고 조식 뷔페를 먹으러 갔다. 나와 아내는 커피랑 빵, 김밥, 쌀국수를 먹고 아이는 시리얼, 밥, 달걀 스크램블, 오렌지 주스를 마셨다. 아이가 빨리 물놀이를 가고 싶어서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밥 먹고 소화시킬 겸 바닷가 쪽으로 가보니 맑고 푸른 여름 하늘 아래 바닷가 풍경이 아름다웠다. 지푸라기 지붕의 건물들 오래된 야자수 나무까지 자연스럽고 평화로운 천국 같은 풍경 그 자체였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맑아졌다.
숙소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갔다. 어제보다 더 햇볕이 쨍쨍하고 바람이 약해서 물놀이 하기 딱이었다. 오전새 수영장 청소를 했는지 물이 더 맑았다. 나는 수영 연습을 하고 아이는 낮은 풀장으로 가서 돌멩이를 줍고 아내는 핸드폰을 가지고 사진을 찍으며 놀았다. 점심시간이 되어 선베드에 자리를 잡고 어제 산 간식들로 점심 요기를 했다. 따뜻한 햇살 아래 선베드에 쉬고 있으니 참 평온했다.
리조트 안의 수영장을 다 돌아다녀보고 바닷가에 가서 모래놀이를 했다. 모래로 땅뺏기 놀이를 하다가 아이를 모래 속에 넣고 찜질을 해줬다. 다들 배가 고파서 식당으로 출발했다. 해산물 레스토랑에서 랍스터, 왕새우, 스테이크, 해산물 볶음밥까지 한가득 시켜서 먹었다. 필리핀 서버 아주머니가 그릇 바꿔주고, 물건 갖다 주시고 초단위로 우리를 챙겨주셨다. 계산을 하고 가려는데 가게에서 카드를 안 받는다고 했다. 카드가 될 줄 알고 달러도 페소도 아무 현금이 없는 상황이라 순간 너무 당황스러웠는데 한국인 가게라서 기지를 발휘해 물어보니 카카오 페이로 돈을 전송할 수 있다고 하셔서 음식값을 핸드폰으로 식당 주인한테 보냈다. 그렇게 우리는 갑작스러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다.
어제 갔던 마트로 가서 내일 것까지 간식을 사고 숙소로 돌아왔다. 좁은 길에 차는 끝없이 오고 매연이 가득해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가 조금 염려되었다. 나는 아이를 번쩍 안아서 다녔다. 오늘 리조트에서 보낸 하루가 아주 만족스러워서 남은 3일 내내 나가지 말고 있기로 했다. 마지막 체크아웃하면 시티로 나가볼 계획을 세웠다.
2019년 8월 10일(4일째)-하루 종일 수영
하루종일 물놀이오늘도 9시에 일어나 옷을 걸치고 조식을 먹으러 갔다. 오늘도 아이는 밥을 팍팍 안 먹는다. 밖이 더워서 그런다나 아무튼 힘이 없어 보였다. 나와 아내는 맛있게 먹고 방으로 돌아와 착착 옷을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입수했다. 아이는 매번 둥둥 떠다니다 보니 이번에는 수영 비슷하게 팔을 저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고, 등 대고 누워서도 움직일 수 있었다. 혼자서 연습을 해서 하게 됐다. 나와 아내는 공 주고받기를 했다.
점심이 되어서 방으로 돌아가 어제 사온 과일을 깎았다. 테라스 테이블에 준비해서 과일 파티를 즐겼다. 노랑 수박과 망고였는데, 수박은 시원하고 망고는 꿀보다 달았다. 수박은 4천 원, 망고는 하나에 천 원 밖에 안 하는데 우리나라보다 과일이 더 맛있다.
점심 먹고 또 수영장에 갔다. 오늘따라 남국의 태양이 너무 뜨거워서 얼굴이 익을 것 같았다. 그늘을 찾아다니며 놀았다. 이제는 리조트 지리를 다 알아서 깊은 수영장도 가고 바닷가도 갔다.
저녁은 피자를 먹기로 했다. 우선 마트에 가서 페소 환전을 하고 그 맞은편 피자 가게로 갔다. 도우가 바삭바삭한 마르게리타, 포르마지 피자를 먹었는데 나는 피자를 먹는 동안 모기에 6방이나 물렸다. 3방은 엉덩이에 물렸다. 아내와 아이를 지키기 위한 아빠의 희생이었다.
리조트에 돌아와 한번 더 야간 수영을 했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수영장을 우리 것인 것처럼 썼다. 방에 돌아와 씻고 각자 컵라면 한 사발 하고 하루를 마쳤다. 오늘도 신나게 놀았다.
2019년 8월 11일(5일째)-수영과 치킨
저녁 치킨 파티8시쯤 일어나 9시쯤 챙겨서 조식을 먹으러 갔다. 아이가 오늘은 열심히 밥을 먹었다. 또 바로 물놀이를 했다. 4일째 물놀이를 하려니 나와 아내는 좀 쉬엄쉬엄 하는데 아이는 항상 재밌다고 계속 놀 거라고 했다. 오늘도 강렬한 햇볕이 쨍쨍하다. 한두 시간만 논거 같은데 아내 다리가 초콜릿 색이 되었다. 나는 어제부터 몸을 태우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윗 래시가드를 벗었는데, 바지에 입은 수영복 부분만 하얗게 보였다. 아이도 동글동글 통통한 얼굴이 검은 찐빵처럼 익었다.
점심도 동남아식으로 시원한 노랑 수박에 달콤한 망고를 먹었다. 나는 아내와 아이에게 망고 갈라서 주고 씨에 붙은 망고 살만 먹고 있으니, 뭘 먹을지 생각하고 자잘한 준비부터 치우는 것까지 나의 노력 덕분에 여행이 가능했다고 아내가 칭찬했다.
오후에 물놀이 또 시작이다. 잡기 놀이를 하고 놀았다. 바닷가에 가서 또 산호 줍고 모래찜질을 해주고 깨끗해진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은 한국에서 시켜먹었던 조선치킨을 먹기로 했다. 세부까지 와서 치킨을 먹게 될 줄은 몰랐지만. 리조트 근처에 있는 세부 조선치킨은 마리 당 한국보다 5천 원 정도 싸고 병 콜라 2병이 서비스로 딸려왔다. 가게에서 치킨을 받아 들고 리조트로 가는데 치킨 냄새가 솔솔 코끝을 찔러왔다. 숙소로 돌아와 치킨 두 마리를 펼쳐놓고 모두 신나게 닭을 뜯었다. 4조각 남은 채로 다들 배가 불러서 정리하고 쉬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아이는 잠시 후 4조각을 혼자 먹어 치웠다.
2019년 8월 12일(6일째)-마지막 수영
필리핀 피자 테이스트 굿아침에 일어나 조식을 먹었다. 아이는 힘내서 밥, 베이컨, 새우 딤섬을 다 먹었고 나는 마지막으로 프렌치 파이빵을 즐겼다. 밥 먹을 동안 룸 청소를 받고 바로 수영장으로 갔다. 이제 거의 마지막 수영이라서 힘내서 놀았다. 아이는 수영을 더 하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해변에 가서 사진을 찍었다.
점심으로 다시 피자를 먹으러 나왔다. 역시 필리핀의 점심 햇볕은 너무 따가웠다. 곧 피자집에 도착하여 4가지 토핑의 피자와 필리핀 특유의 달걀 피자를 주문했다. 모두 잘 먹어서 팁으로 100페소까지 내고 나왔다. 점원에게 너무 맛있었다고 감사의 인사도 했다. 후식으로 맥도널드 아이스크림이 들어간 맥 플롯을 먹으려고 했는데 다 떨어져서 다른 아이스크림 집에 갔다. 아이는 초콜릿 아이스크림 나와 아내는 커피를 마시며 여행 사진을 구경했다.
숙소에 돌아와서 나는 이제 좀 쉬었고 아내랑 아이는 물놀이를 하기로 했다. 둘이 오후 6시에 나가서 깜깜해지고 수영장 문을 닫을 때까지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아이는 물에 있는 게 좋았고 아내는 자유형 연습을 했더니 숨 쉬는 자세가 편해져서 뿌듯해했다.
방에 돌아와서 내가 준비한 망고스틴, 망고, 노랑 수박을 먹었다. 값싸고 달콤한 열대과일로 즐기는 마지막 만찬이다. 아쉬운 마지막 밤이 깊어갔다. 아이는 여기서 살고 싶다고 했다.
2019년 8월 13-14일(7, 8일째)-세부 시티 구경&귀국
마지막 날 아침, 벌써부터 아쉬운 마음으로 일어나 마지막 조식을 먹었다. 나와 아내가 제일 잘 먹은 음식은 매콤 쌀국수, 아이는 수박이다. 바싹 말린 수영복까지 여행 가방에 넣고 지퍼를 채웠다. 체크아웃을 하고 택시를 불러서 SM시티 쇼핑몰로 갔다.
세부 시내 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