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스칼 Feb 26. 2021

만 3살 아이와 중국 동부

2017년 10월 1-6일(6일간)

2017년 10월 1일(1일째)-상하이
첫날에 와서는 상하이가 엄청 크다는 게 느껴졌다. 서울보다 더 큰 듯하다. 비도 오고 국경절이라 어마어마한 인파에 는 아이를 계속 안고 다니니 강제 운동이 따로 없었다. 중국 최대 명절 중 하나인 국경절에 왜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는지 알듯했다. 

국경절 상하이의 엄청난 인파

난징동루역은 아예 정차를 안 하니 인민광장에서 내려 와이탄까지 걸어가는데 압사당하는 줄 알았다. 물론 상하이의 스카이라인은 밤에도 끝내주고 황홀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도착하니 비가 내려 겨우 택시를 잡고 난징시루에 와서 저녁 먹었다. 첫날부터 만치 않은 여행의 시작이었다.

숙소에 어린이 동영상이 나와서 이것저것 정리하기에는 수월지만 물이 안 맞는지 음식이 안 맞는지 아이의 볼이 오돌토돌하니 두드러기 반응 같은 것이 있다. 우유와 빵으로 거의 주식으로 먹고 식사는 간간히 하고 있었다.
아이도 조금 컸는지 여기가 외국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는 것 같다. 중국사람들 외모는 우리랑 비슷하지만 하는 말이 중국어라서 못 알아듣는 게 속상했는지 지하철에서 "도 중국어 하고 싶어."라고 했다.
하지만 여기가 외국이라서 규칙이 다르다는 것을 잘 모르니 답답한 순간도 있었다. 중국으로 입국심사를 할 때 비자 순서대로 수속을 해야 해서 아내가 먼저 나가고 이가 4번째 차례였은데, 아이가 엄마 따라가고 싶다고 울고 불고 소리 질러서 엄청 난감다.


2017년 10월 2일(2일째)-난징
아이가 지하철 역으로 들어갈 때는 자기가 표를 찍고 혼자 들어가고 싶다고  어깨에서 뛰어내리려고 하고 를 옆으로 가라고 밀고 결국에는 자기 혼자 카드 찍고 안으로 들어와 버려서 는 개찰구 밑으로 넘어들어와야 했다. 가 안된다고 하고 화내니까 아이는 삐져서 울었다.
아이와 해외여행이 이제는 조금 컸으니 아기가 아니라 수월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큰 만큼 자기도 하고 싶은 것이 생겨서 난감한 구석이 생기는구나 싶었다. 남은 시간 동안 안전하게 보내고 돌아갔으면 좋겠다.

기차 타러 가기 전

난징은 휴일이라 그런지 역시 인파가 엄청났다. 상하이로 돌아가려고 난징 총통부에서 난징역까지 는데 늦을까 봐 인파를 헤쳐가는데 초조하기까지 했다. 상하이행 기차 타는데 비 오는 거리를 엄청 뛰었다.
난징에서는 쑨원의 무덤과 총통부를 가려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못 가고 1912 거리에서 밥 먹고 차셨다. 훠궈 식당을 갔는데 영어를 못해서 조금 난감했지만 핸드폰 어플을 이용해 음식 추천도 받고 잘 먹고 나왔다. 유명한 만 카페도 영어가 안되긴 마찬가지였다. 갑갑했지만 내국인만으로도 충분한 관광 여건이라 그런가 싶었다. 구글맵도 안되고 여러모로 불편한 나라다.


2017년 10월 3일(3일째)-항저우

항저우역 내부

오늘은 항저우에 다녀왔다. 어제 한번 인파를 경험해봐서 여유가 있었는데, 상하이홍차오역은 상하이역보다  컸다. 축구장 같은 역에 사람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항저우에서는 지하철 한 번 타고 성황각에 올랐다. 산이라 이를 안고 가 올라가는 게 힘들었다. 하지만 성황각에서 서호를 내려다보니 시원하기도 하고 경치를 두 눈에 담으니 뿌듯했다. 옛 거리를 걷다 항저우역으로 일찍 돌아왔다. 여기도 기차역이 축구장이다.
아이가 타고 싶어 해서 기차역 안을 도는 셔틀 차량을 탔다. 어마어마한 역의 규모에 계속 압도되었다. 하이에 돌아와 매운 게살과 볶음밥을 맛있게 먹고, 신천지 노천 가게에서 맥주도 한잔 하고 많은 관광객들과 상하이의 밤 분위기를 즐기다가 산책도 하고 늦게 숙소로 돌아왔다.


2017년 10월 4일(4일째)-상하이

여행의 기쁨

간밤에 아이소리 지르며 아내에게 가라고 하고 괴로워했다. 아내도 졸리고 지켜보기가 힘들었다. 머니도 잠에서 깨서 달려오셨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고 아이가 아내한테 같이 자자고 손잡고 누웠다. 느지막이 일어나 짐 싸서 새로운 숙소로 출발했다.
여전히 사람 많고 헤매는 상하이 여행, 그래도 상하이 중심부에 있는 숙소에 일찍 들어가서 쉴 수 있었고 크고 좋은 호텔에 짐을 풀었다. 지금까지 묵었던 호텔 중에 가장 고급스러웠다. 곧 구경을 하러 나섰다. 예원이라는 정원에 가려고 했는데 사람이 또 너무 많아서 와이탄 가는 길이 재현되려고 하자 우리들은 바로 포기하고 신천지로 향했다. 가는 길에 20분쯤 걸었는데 이가 잠들어서 그대로 가 안고 갔다. 오랫동안 안고 있다 보니 팔이 얼얼해서 나중에는 목마 태우고 걸었다. 신천지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둘러보고 차 마시고 노천식당에서베이징 덕을 먹었다. 예전에 어머니와 베이징 여행을 할 때 처음 먹어봤던 기억이 났다. 루자쭈이역으로 넘어와 황푸강 야경을 보았다.

오는 길에 한국에는 없는 디즈니 가게가 보여 구경을 했다. 아이가 노래를 부르던 맥퀸부터 스타워즈까지 이는 정신을 못 차렸다. 결국 고른 것은 스타워즈에 나오는 R2D2였다. 머니가 이를 생각해서 거금을 쓰셨다. 아이는 큰 쇼핑 봉투를 들고 행복해서 저녁 내내 효자였다. 다 같이 라면, 맥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을 그렸다.


2017년 10월 5일(5일째)-상하이

루쉰 공원 앞 놀이터에서

오늘은 상하이 여행 마지막 날이다. 12시까지 호텔에서 느릿하게 시간 보내고 루쉰공원에 잠깐 들렀다. 윤봉길 기념관이 자리 잡고 있는 공원인데 역사책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윤봉길 의사의 의거가 일어난 곳, 상하이 훙커우 공원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외곽의 한적한 공원이 되어 지역민들의 사랑받는 공원으로 산책하거나 조깅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백 년 전에는 뜨거웠던 조선 청년의 의거로 일제의 통치에 경종을 울려준 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공원을 지나 공항으로 넘어왔다. 마지막 날 마지막 밤을 보내고 내일은 한국으로 돌아간다. 우리를 언제나 바라봤던 한자 안녕, 끝없는 인파 안녕!


2017년 10월 6일(6일째)-귀국

돌아다.
항 호텔에서 6시 반에 일어나서 짐을 챙겨 무사히 수속하고 비행기를 타고 인천으로 왔다. 아이는 잠을 못 자서 피곤해했다. 수많은 대륙인들의 모습이 뇌리에 남은 여행이었다.

단란한 여행의 한 조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