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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칼 Feb 26. 2021

만 1살 아이와 오키나와

2016년 1월 8-12일(5일간)-일본 오키나와


2016년 1월 8일(1일째)

대가족이 함께하는 두 번째 여행의 날이 밝았다. 내가 사는 도시에서 차를 몰고 인천 국제공항까지 아침 일찍 출발해서 여유 있게 도착했다. 아직은 어두컴컴한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오랜만에 가는 일본 여행에 대한 설렘을 희미해지는 별빛에 남겨보았다. 인천 공항에 도착해서 주차를 하고 티켓팅을 한 다음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제 만 1살, 한국 나이로는 3살이 된 아이는 아직 여행이 뭔지 모르지만 많은 가족들과 함께 있으니 기분 좋아하면서 울지도 않고 잘 탔다. 인천 공항에서 일본 오키나와 나하 공항까지는 2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다.

오키나와 가정식 식당에서 저녁 식사

일본은 내가 유학했던 나라였고 이후 가보질 않아서 몇 년 만에 가는 곳이라 어서 밟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특히 오키나와는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처음으로 가게 되어 기대되었다.  아내는 처음 와보는 일본의 깨끗한 거리가 인상 깊었는지 그 이야기를 자주 했다. 첫 번째 둘러볼 곳은 오키나와의 세계문화유산인 슈리성이었다. 오키나와는 1879년 일본에 복속되기 전에 류큐왕국이라는 독자적인 문화를 가진 국가였다. 그전에 사실 시마즈 가문의 영향 아래 있다가 그때 침략당해서 완전히 일본으로 복속되어 현재 오키나와 현이 된 것이다. 우리가 가고자 했던 슈리성은 류큐왕국의 왕이 거주했던 성으로 붉은 성벽이 인상적이었다. 내부에서 소개하는 분과 대화도 하면서 즐겁게 관람을 마치고 저녁은 근처 가정식을 파는 식당으로 갔다.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식당으로 가게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오키나와의 특색 있는 음식들을 여러 가지 맛볼 수 있었다. 특히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주인아저씨의 연주에 가게에 있는 사람들은 분위기에 맞춰 신명 난 가락을 즐겼다. 아이도 편안하게 앉아서 오키나와 음식을 즐겼다. 가게에서 나와서 근처 국제거리를 거닐면서 첫날밤을 마무리했다.


2016년 1월 9일(2일째)

오늘부터는 차를 빌려서 다니기로 했다. 렌터카 회사에서 인원에 맞게 예약해 둔 차량 2대를 렌트해서 운전을 시작했다. 한 대는 내가 한 대는 동생이 운전하기로 했다. 일본에서 하는 첫 운전이고 국제 운전이어서 긴장이 다소 되었다. 특히 일본은 우리나라와 방향이 반대라서 신경 쓰면서 운전을 했다. 

조식을 야무지게 먹는 아이

먼저 옛 해군 사령부 방공호를 구경했다. 전쟁 당시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유적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내부가 동굴처럼 생겼기에 아이는 내가 안고 다녔다. 호텔 조식을 다들 든든하게 먹어서 그런지 점심 생각이 안 나서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와 빙수로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한국인 위령비가 있는 평화공원에 갔다. 드넓은 바다가 보이는 곳에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희생되었던 많은 분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 비석들이 있었고, 한국인 위령비는 엄숙한 느낌마저 주었다. 공원 주변을 산책하면서 이 땅에 사는 모든 이들에게 다시는 이러한 일을 겪지 않기를 기도했다. 공원에서 나와서는 나라이카나이 다리로 갔다. 오키나와의 멋진 배경을 볼 수 있는 다리인데 이 섬이 큰 섬이 아니라서 그런지 자전거 라이딩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고 한국 사람들도 있었다. 저녁을 먹기 위해서 아메리칸 빌리지로 갔다. 오키나와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일본이 패망하고 나서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그래서 현재도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미국 문화가 남아있는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 음식을 먹기보다는 가성비 좋은 회전 초밥집에 가서 마음껏 초밥을 즐겼다. 그렇게 두 번째 날이 저물어 갔다.


2016년 1월 10일(3일째)

호텔이 아닌 새로운 숙소로 이동하기 때문에 아침부터 짐 정리를 끝내고 나왔다. 먼저 요미탄 도자기 마을을 찾았다. 가족 어른들께서 좋아할 만한 고즈넉하고 아기자기한 공방이 많은 마을로 산책하기에 정말 좋았다.

요미탄 도자기 마을에서 한 컷

 특히 이곳 특유의 기와지붕이 인상적이었다. 화창한 날씨 속에서 오키나와 민속 공방을 둘러보며 마스코트인 사자 상을 기념품으로 샀다. 

이어서 잔파곶에서 깎아 내지르는 듯한 절벽과 바다를 두 눈에 담고 출출해진 배를 채우러 갔다. 점심은 유명한 오키나와 소바를 먹으러 갔다. 묵직하면서 뜨뜻한 소바에 든든한 한 끼를 하니 힘이 나는 느낌이었다. 그다음 간 곳은 코끼리 절벽인 만좌모였다. 멀리서 보니 정말로 커다란 코끼리가 바다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돌아가는 길에는 일본에서 매우 유명한 국도 휴게소의 아이스크림을 맛보며 잠시 쉬었다가 마트에 들러 장을 봤다. 마트에서 맥주, 스테이크, 장어, 옥수수 등 풍성한 저녁을 위해 만찬을 준비했다. 장을 봤던 건 일본 고유의 저택 체험을 해보기 위해서 2층 고택을 빌렸기 때문이다. 다이쇼 시대에 만들어진 저택으로 우리가 묵기에는 매우 넉넉했다. 가운데에는 바비큐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이곳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2016년 1월 11일(4일째)

넉넉한 고택에서 여유로운 아침이 밝았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은 뒤 오키나와에서 꼭 가봐야 할 명소 중 하나인 츄라우미 수족관을 향해 길을 떠났다. 날이 조금 흐렸지만 수족관 내부는 온갖 바다 생물로 가득했고 관광객들도 많이 보였다. 거대한 수조 안을 도도히 헤엄치는 고래와 가오리, 이름 모를 물고기들의 모습을 작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아이는 신기한지 계속 쳐다봤다. 해양박 공원 안에 있는 츄라우미 수족관은 한때 일본에서, 아시아에서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수족관이었는데 지금 봐도 거대한 크기를 자랑했다. 

츄라우미 수족관 구경

들어갈 때 흐렸던 날씨는 나오니 비로 변해 대지를 적시고 있었다. 점심은 교외에 있는 전통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 일본인들에게도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북적였다. 식사를 하고 비세 마을 후쿠기 가로수길을 걸으려 했는데 갑자기 쏟아진 비로 많이 걷지는 못하고 차로 돌아가야 했다. 차 안에서 아이는 답답한지 보채고 울음을 터트렸다. 그런 아이를 달래고 잠깐 깨끗한 오키나와 바다에서 비를 맞으며 사진을 남겨봤다. 1월이었지만 남쪽 먼 나라인 오키나와는 반팔을 입고 다닐 정도고 비가 와도 날씨가 따뜻했다. 숙소로 돌아와 마지막 오키나와의 밤을 마무리했다.


2016년 1월 12일(5일째)

아쉬움을 뒤로하고 저택 앞에서 출발 전에 다 같이 사진을 찍었다. 언제 다시 이 곳에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꼭 나중에 다시 오고 싶을 정도로 음식도, 사람도 좋았던 오키나와였다. 차를 몰아서 렌터카 반납 장소에서 반납하고 나하 공항으로 갔다. 아내는 처음 와본 일본 오키나와인데, 평소에도 자주 만나서 편안한 가족들과 함께한 렌터카와 자유 여행이어서 그런지, 국내여행을 한 듯 편안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리고 오키나와는 기대 이상으로 길도 건물도 눈에 닿는 곳이 다 깨끗하고 정갈한 곳이라며 감탄했다. 아이에게 낫토, 밥, 된장국을 먹이거나 오키나와 소바로 끼니를 해결하고 바나나, 우유로 간식을 먹이면서 4박 5일 먹거리를 해결했다. 향신료 없고 담백해서 감사한 일본의 먹거리였다.

오키나와 여행 마무리

제일 큰 게 아이가 너무 어려서 걱정이었는데 사고도 아픈 데도 없어서 감사했다. 여행 오기 전에 소아과에 들러서 미리 비상약도 타오고 그랬었는데 한 번도 먹질 않았다. 비행기에서 자동차 스티커 붙이며 놀고, 카시트에서는 노래 부르고, 짬짬이 핸드폰 동영상도 보면서 지냈다. 3일 동안 응가를 안 하다가 마음을 풀고 응가를 하기도 하고, 1년 만에 해외여행 어땠는지 무엇보다 아이가 잘 다녀줘서 다행이었다. 
아내는 아이 챙기며 다니느라 나는 운전하고 가이드하고 통역하고 돈 관리하느라 몸이 천근만근인 채로 한국에 왔지만 아이는 함께 있는 것이 편안한 듯 편안한 채로 잠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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