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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칼 Aug 07. 2024

태국(2) 싸와디 캅, 끄룽텝!

2024년 7월 31일(수)-8월 01일(목)

전날 밤부터 여행 도파민이 치솟아 흥분상태로 잠들었던 아이는 아침에 깨웠더니 생각보다 활기찬 상태가 아니어배탈이 난 건지 아침 식사도 많이 못하고 기운 없어했다. 큰 여행가방 하나에 모든 짐을 넣어도 절반만 채워졌고, 나머지 절반은 방콕에서 산 것들로 채워지리라 기대했다. 느긋하게 여행 준비물과 집안 확인을 한 후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정확히 낮 12시 고속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연일 불볕더위로 인해서 열대야에 한낮은 35도를 웃도는 날씨 속에서 고속도로는 어디론가 가는 차들로 인해 꽉 들어찼다. 그래도 버스전용차로는 뚫려서 막힘없이 갈 수 있었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서는 야무지게 맥반석 오징어를 산 아이는 버스에서 자거나 휴대용 게임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윽고 4시간이 지나자 영종도로 진입한 버스는 우리를 인천 국제공항 제2 여객 터미널에 내려줬다.


여름 출국


시원한 에어컨 바람 속 버스에 있다가 내린 후 더위는 느낄 새 없이 공항 안으로 들어와 먼저 환전한 돈을 찾고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한식 푸드코트로 갔다. 아이는 낙지차돌된장밥, 아내는 돼지고기김치찜 정식, 나는 제육볶음 정식을 시켰는데 맛은 그러려니 해서 출출한 배를 채우는 정도였다. 체크인을 하고 수화물을 맡기려고 기다리는 사이에 설사가 찾아온 아이는 공항에서 무려 8번이나 화장실을 찾아서 기운을 쏟아냈다. 도넛 가게에서 커피와 도넛을 사서 공항 라운지에서 대기하며 어머니와 통화도 하고, 잠깐 쉬는 시간을 가졌다. 시간 맞춰 탑승구에 왔을 때는 항공기 연결 문제와 공항 활주로 혼잡으1시간 지연이 있었고, 어둑한 밤이 되자 태국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으로 하늘을 날았다.


어두컴컴한 하늘을 5시간 넘게 나는 동안 미리 다운로드하여 온 영화 2편을 보고 3번째 보는 중 너무 졸려서 잠깐 잤더니 어느새 태국 하늘에 도착해 있었다. 아이는 졸린데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런지 계속 칭얼댔다. 드디어 태국의 허브 공항인 수완나품(Suvarnabhumi)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시간으로 새벽 2시가 훌쩍 넘어서 도착했는데 다른 나라 사람들도 꽤 있어서 입국자가 이 새벽에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었다. 입국하고 공항 밖으로 나오니 활기차면서 덥고 습한 태국의 새벽 공기가 훅 코밑까지 밀려왔다. 한 10분쯤 기다렸더니 예약한 택시가 와서 바로 탄 다음 공항 근처 호텔에서 늦은 잠을 자기로 했다. 객실 안으로 들어왔더니 귀여운 코끼리와 모양을 낸 수건이 있어서 태국에 왔음을 더 실감했다. 이렇게 이동만 가득했던 태국 입국 날이 지나갔다.


태국 방콕 도착


새벽 2시를 넘겨 잤지만 나름 푹 잤는지, 너무 피곤해서 그랬는지 눈이 떠졌을 때 시계를 봤더니 아침 7시를 조금 넘겼다. 느긋하게 쉬면서 방콕 관련 영상을 찾아보며 정리를 하다가 10시쯤 밖으로 나왔다. 택시를 불러 방콕 시내로 들어가는데 예상 시간이 1시간이 나와서 놀랐다. 시내 교통이 밀려서 그런 듯한데 도로 방향도 우리와 반대라서 대륙인데 신기했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 브랜드 차량이 많이 보였다. 들어오면서 겪은 방콕의 첫인상은 참 서울 같다는 느낌으로 빌딩도 많고 자동차도 많고 교통체증도 심했다. 일기예보 검색을 해보니 여행 내내 날은 흐리고 간혹 해가 뜨거나 스콜이 내릴 예정이라서 우기에 왔다는 게 느껴졌다. 택시 안에서 이번 여행부턴 해외에서 물건을 직접 사보는 경험을 위해 아이에겐 300바트를 줘서 여행동안 자유롭게 써보도록 했다.


방콕 시내로 들어가는 길


오전 11시쯤 호텔에 도착했는데 객실이 비어있어서 감사하게도 체크 인을 할 수 있었다. 짐을 풀고 방콕이 자랑하는 쇼핑몰을 가기 위해 우리는 바로 거리로 나왔다. 습하고 매캐한 매연이 코끝을 찌르는 시내는 귓가에 경적을 울리며 이제 막 입성한 우리를 초짜라는 걸 아는 듯 맞이하는 것처럼 보였다. 택시, 툭툭(Tuk Tuk), 버스, 오토바이 등 태국의 거리를 혈관처럼 잇는 다양한 운송수단을 보니 이곳이 방콕이라는 게 실감났다. 아침 식사를 거른 탓에 이른 점심으로 해서 바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일단 태국에 왔으니 대표적인 요리는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아내가 근처 맛집을 찾아갔다.


태국의 명물 툭툭
방콕의 거리


식당에 들어가니 이미 향신료 가득한 냄새가 가득 차 있어서 식욕을 더욱 돋웠다. 메뉴판을 보고 추천을 받아서 쏨땀(Som Tam), 아삭한 모닝글로리 볶음인 팟팍붕파이댕(Pad Pakboong Faidaeng), 팟타이(Pad Thai), 국 바질과 다진 돼지고기를 넣고 볶은 카파오쌉(Pad Kra Pao Moo Sap)을 시키고 태국 와서 정말 먹고 싶었던 망고 찹쌀밥까지 주문했다. 마실 것은 수박 스무디인 땡모반(Taengmo ban), 망고 스무디, 코코넛 스무디를 시켰다. 음식이 나와서 먹고 있는데 모닝글로리 볶음이 나오지 않아 다시 확인하고, 추가로 해산물 볶음까지 시켜서 배불리 먹었다. 아이는 마지막 망고 찹쌀밥 먹으면서 연유가 느끼했는지 좋은 평점을 주진 않았다. 내는 쏨땀을 처음 먹어보고 너무 맛있다며 극찬을 했다.


신중한 메뉴 선정
실패없는 요리들
성공적인 첫 끼


활기가 넘치는 거리를 걸어서 대형 쇼핑몰로 가는 길이 흐린 날씨 덕분에 그리 덥지는 않았다. 평일 낮에도 붐비는 쇼핑몰을 돌아다니다가 두 다리를 조금 쉴 겸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 옥상에 루프탑 수영장이 있어서 오후에 수영으로 에너지를 쏟고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작은 수영장이지만 우리가 놀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한참 놀고 나서 객실로 돌아와 나갈 준비를 했다. 우리의 저녁을 책임져줄 곳은 바로 야시장이었다. 야시장이 호텔에서 3km 거리라서 택시로 갈지, 지하철로 갈지 고민이 되었는데 퇴근시간이라 엄청 밀릴 것 같아서 걸어가 보기로 했다. 이 선택이 방콕이라는 거대 도시가 가져다주는 혼잡함과 매연, 소음의 종합세트로 우리에게 올지 몰랐다. 수많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달리는 도로가 동남아시아의 대표 도시임을 일깨워줬다.


흔하게 보이는 대형 쇼핑몰
역시 물놀이


거리에 질려갈 때쯤 드디어 야시장이 눈앞에 보였다. 방콕에는 유명한 야시장이 많은데 우리가 방문한 곳은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다는 쩟페어 야시장(Jodd Fairs)에 왔다. 이곳에서 목표는 매운 등뼈찜인 렝(Leng Zabb)커리 소스로 볶은 게 요리인 푸팟퐁커리(Poo Pad Pong Kari), 새우구이를 먹는 것이었는데 목표달성을 하기에 선택하기 어려울 정도로 식당이 많았다. 몇 군데를 보고 들어간 식당에서 요리들을 시키고, 아내는 병맥주를 주문해 제대로 즐겼다. 렝쌥은 푹 삶은 돼지 등뼈가 고추의 알싸함과 고수의 풋풋함에 어우러져 처음 먹지만 입맛에 맞았다. 맵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오히려 아이가 특히 좋아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구경하면서 하나씩 골라 사 먹는 재미가 있었다. 로띠(Roti)는 얇게 펴서 튀긴 밀가루 부침으로 연유를 뿌려 달짝지근하며 고소한 맛을 자랑했고, 타코야키 스타일에 해물을 넣은 것도 아는 맛 그대로 맛있었다. 아이는 태국식 얼음 빙수인 남깽사이(Nam Kang Sai)를 사서 마지막을 완벽하게 끝냈다.


야시장 도착
야시장 저녁 식사
더위를 뚫고 먹방
야시장 길거리 간식


돌아오는 길은 지하철을 타기로 해서 갔는데 두리안을 들고 타지말라는 경고문이 있어서 이색적이었다. 들고 타서 문제가 된 경우가 있었던 듯 했다.  호텔 근처 역에 내려서 걸어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소소한 간식을 샀다. 그런데 여기서 카드가 200바트 이상 사야 가능해서 신기했다. 점심 식사 했던 곳이나 야시장에서도 다 현금만 받고, 카드는 더 가격을 붙여서 결제하려고 한 게 수수료가 비싸서 그런가 했다. 혹시나 해서 현금을 환전해 온 것이 다행이었다. 제대로 시작한 여행 첫날이라서 참 여러 요리를 맛보았고, 배가 불러서  운동할 겸 원래 호텔로 들어와서 야간 수영을 할까 했지만 고생한 두 발이 생각나서 하루를 다소 일찍 마무리하기로 했다.


두리안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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