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주말이 되어 우리가 짜뚜짝 주말 시장을 가기로 한 날이 밝았다. 많이 걸을 예정이라서 든든하게 호텔 조식을 먹기로 했다. 루프탑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먹었는데 평이했지만 태국식 오믈렛을 먹을 수 있어서 식도락 여행에 하나 남길 수 있었다. 달걀을 잘 풀어서 부침개처럼 납작하게 부쳐낸 이 요리는 가장자리는 바삭하고 안쪽은 촉촉해서 달걀 부침개라고 해도 되었다. 카푸치노 두 잔에 수박, 용과도 든든히 먹어서 두둑이 배를 채우고 거리로 나왔다.
아침을 여는 조식
시장까지는 BTS로 환승하지 않고 한 번에 갈 수 있어서 계속 타지 못한 BTS를 오늘 타게 되었다. BTS(Bangkok Mass Transit System)는 방콕을 대표하는 지상철로 '스카이 트레인'이라고도 불렸다. 쑤쿰윗 라인과 씰롬 라인으로 나뉘어 있으며, 시암역을 중심으로 방콕 주요 지역을 연결하는 전철이었다. 지하철보다 방콕 도심 풍경을 구경할 수 있고 에어컨이 잘 갖춰져 있어 더운 날씨에도 시원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BTS타고 가기
호텔에서 나와서 바로 근처에 있는 나나(Nana)역에서 탑승하여 시암을 지나 모칫(Mo Chit)역에서 내렸다. 많은 사람이 내리는 걸 보니 현지인뿐만 아니라 여행온 사람들도 많은 듯했다. 짜뚜짝 주말 시장(Chatuchak Weekend Market)은 방콕에 왔으면 꼭 둘러봐야 하는 쇼핑과 먹거리의 천국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로 꼽히며, 방콕 주말여행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시장 도착
탄산이 생각나는 시장통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을 연상케 하는 이곳에서 판매하는 품목은 의류, 신발, 가방, 액세서리, 수공예품, 가구, 식기, 그림, 식물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판매한다고 했다. 특히 태국 전통 공예품과 기념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또한, 다양한 종류의 길거리 음식을 맛볼 수 있어 미식 여행객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규모는 113만㎡의 넓은 부지에 15,000개 이상의 점포가 밀집되어 있어, 마치 작은 도시와 같았다. 날이 덥고 습한데 실외에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더위에 대한 대비가 필요했다. 많은 인파가 가는 길을 물 흐르듯이 따라가니 짜뚜짝 주말 시장 입구에 도착했다. 바로 보이는 것이 짝퉁 유명 브랜드 신발들이었다. 그리고 쭉 늘어선 옷가게들을 보니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 실감 났다. 습한 공기와 공산품 냄새가 섞인 분위기는 덤이었다
북적거리는 시장 풍경
우리는 목표가 나와 아내의 냉장고 바지, 아이 옷, 아내의 작업 모자 구매가 목표였다. 거미줄처럼 얽힌 시장을 종횡무진하면서 구경하고, 가격을 알아보고 걷고 또 걸었다. 그에 따라 아이 얼굴에는 굵은 땀방울이 맺혀서 흐르기 시작했고 지쳐갔다. 중간에 테이크 아웃으로 수박 스무디, 땡모반을 2잔 사서 마셨다. 그리고 또 돌아다니다가 드디어 아내는 냉장고 바지 1개와 반바지 1개, 나는 냉장고 바지 2개, 아이는 냉장고 바지 1개를 샀다. 그리고 아이 옷 세트 2벌까지 샀다. 바지는 1개에 100바트였고, 아이 옷 세트는 1벌에 160바트였다. 잠시 쉬기 위해 시장 쇼핑몰 안으로 들어가서 점심으로 해산물 국밥을 먹고 숨을 돌렸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는데 세찬 비는 아니어서 거리에 나가 그냥 맞으면서 걸었다. 후반전에는 아내 원피스 1벌, 일할 때 쓸 모자 2개를 샀고, 아이 선물로 레고 열쇠고리 2개를 사줬다. 그렇게 치열했던 쇼핑을 끝내니 벌써 시간이 오후 5시를 넘기고 있었다.
먹고, 사고, 다시 먹기
우리는 오전에 내렸던 모칫역으로 가는데 우리처럼 당일치기 시장 구경 온 사람들이 많은 건지 오후 6시까지 하는 시장이 거의 끝날 시간이라 역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시 에어컨 바람으로 지친 열기를 식혀주는 BTS를 타고 나나역까지 왔다. 바로 호텔에 와서 짐을 풀고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서양인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여서 펍과 클럽이 많았는데 우리는 인터넷에서 평점이 좋은 식당으로 갔다. 그곳에서 똠얌꿍(Tom Yum Kung), 돼지고기 껍질을 바삭하게 튀긴 무끄랍(Moo Krob), 파파야 샐러드 쏨땀(Som Tam), 어묵 꼬지 튀김, 오징어 구이, 닭 무릎 튀김 등 푸짐하게 시켰는데 입맛이 없다던 아이도 정말 맛있게 먹었다. 나는 똠얌꿍의 신맛, 단맛, 매운맛, 짠맛의 조화로운 감칠맛 덕분에 밥을 두 공기나 주문해서 먹었다. 이렇게 태국에서의 토요일 밤이 저물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