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즐길 수 있는 마지막 날이 왔다. 다들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날이라서 느긋하게 일어나 나갈 준비를 했다. 아침 식사로 간단하게 전날 쇼핑몰에서 산 망고 찹쌀밥과 길거리 노점에서 산 망고 2팩을 먹었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거리로 나왔는데 우리가 묵은 호텔이 있는 거리는 호텔과 클럽이 많은 곳이라 항상 택시 운전기사들이 거리에 앉아 있으면서 호객을 했다. 그 거리를 벗어나면 현지 분위기가 물씬 났다. 짜오프라야강을 끼고 한 20분을 걸어가서 점심 식사를 할 해산물 식당에 도착했다. 아이가 무척 좋아해서 처음에 해산물 뷔페를 갈까 했지만 가격대비 이곳이 좋을 거 같아서 선택하게 되었다.
망고로 여는 아침
밥 먹으러 가는 길
11시를 살짝 넘겨서 도착했기에 손님은 우리가 첫 손님인듯했다. 동남아에서 해산물을 못 먹어서 아쉽다는 생각이 안 날 정도로 먹자고 다들 준비하고 왔어서 당면을 넣은 게 찜, 대게 찜, 왕새우 찜, 오징어 구이, 해산물 수프를 주문하고 아이는 땡모반, 나와 아내는 맥주를 시켰다. 대게는 동남아에서 많이 잡히는 게인지 우리나라에서 못 보던 게였는데 식감이 부드러웠다. 왕새우는 민물새우라고 하는데 길이가 내 손바닥만큼 길고 튼실했다. 요리가 하나 둘 나오자 다들 먹는데 집중하고 먹느라 맛을 음미하기보단 맛있어서 허겁지겁 먹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맛있게 먹었다. 중간중간에 접시도 치워주고 전체적인 식당의 응대도 너무 좋았다. 그렇게 먹고 목젖까지 채우고자 블루 크랩 찜과 왕새우 찜을 추가 주문했다. 블루 크랩이 없다고 해서 아까 먹었던 대게를 시키고, 맥주도 추가했다. 얼음을 넣어서 태국은 맥주를 마시는데 땡볕에서 들어와 마시는 맥주가 일품이었다.
해물 맛호강
식사를 마치니 이미 2시간이 지나있었다. 자리 한 번 뜨지 않고 계속 흡입하며 먹었더니 다들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먹기가 힘들었다. 가격은 3,000바트 밖에 안 나와서 맛, 가격, 친절 모두 만족스러운 식당이었고 기분 좋게 나올 수 있었다. 무더위를 피해서 잠시 쉬어가고자 근처 빌딩 매장으로 들어가 태국 밀크 버블티를 한 잔씩 했다. 나와 아이는 카페에서 쉬어가고, 아내는 막간을 이용해 태국 마사지를 받았다. 오후가 끝나갈 무렵 호텔로 돌아와서는 마지막으로 수영장에 가서 태국에서 여유 있던 오후에 마침표를 찍었다. 객실로 돌아와서는 대망의 방콕 루프탑 바에 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퇴근 시간과 겹쳐서 인지 택시가 오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렸고, 우리가 가려는 곳까지 가는데도 시간이 상당히 걸려서 가는 것만으로도 지쳐갔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
그래도 덕분에 방콕 시내 구경을 에어컨 나오는 택시 타고 오랫동안 한다는 것에 위안을 삼고 가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목적지 루프탑이 있는 호텔에 도착했다. 빠르게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해서 안내를 받고 입장하니 방콕의 전경이 두 눈에 가득 차다 못해 넘칠 지경이었다. 해 질 녘이라서 곧 밤이 찾아올 것 같은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자리로 안내받고 주위를 둘러보니 산이 없어서 탁 트인 방콕 시가지와 짜오프라야강까지 보여서 완벽한 칵테일 안주였다. 나와 아내는 칵테일, 아이는 무알코올 스파클링 칵테일을 주문했다. 간단히 안주로는 닭꼬치를 시켜서 함께 즐겼다. 아내는 인생 사진을 건지겠다는 일념으로 벼르고 왔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나로서도 최선을 다했다. 아이가 나와 아내를 찍어준 사진이 참 마음에 들었다. 완벽한 방콕의 마지막 밤을 즐기고 우리는 지나가는 밤이 아쉬워 붙잡고 싶을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