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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하는 아이들

1984-검열당하는 세상

by 하늘빛
선생님, 조심하세요. 그 아이 작년에도 담임 선생님뿐만 아니라 다른 교과 선생님 녹음해서 민원 넣었대요

항상 말을 조심하셔야 해요.

괜히 그 친구 지도하신다고 언성 높이시거나 하지 마세요. 나중에 트집 잡아요.

본인은 학생이니까 선생님에게 막말을 하고 온갖 짜증과 화를 다 내도 되지만, 우린 선생님이기 때문에...
학생의 불손한 태도에 괜히 역정을 냈다가
말꼬리 잡고 트집 잡혀요.


[선생님 근데]
[지금 저에게 화내신 거예요?]
[왜 화를 내면서 말해요?]
[아 씨, 존나 기분 나쁘네.]

[제가 잘못한 거 알겠는데]
[근데 왜 기분 나쁘게 말하냐고요.]

[저, 다 녹음했어요.]
[진짜 짜증 나네.]

-1984-
검열당하는 세상

인간과 인간에 대한 대화가 아닌
학생의 일방적인 욕설과 분노의 표출에
기껏 내가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인내와 숨 고르기 뿐

학생에게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아도
선생님은 언제나 웃으며
친절하게 대응하기

감정노동자
서비스직
교육자가 아닌
몸에서 사리가 몇 십 개는 나올 듯한
종교인의 위치로 수직상승

그런데 난
성직자 아닌 노동자

시급 15000~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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